고래,다시 잡을까 말까?

2004.11.19 | 미분류

제목이 좀 이상하군요? ㅠㅠㅠ
‘다음’ 뉴스기사란에서 마실해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한 모양입니다.걱정입니다.

고래 다시 잡을까 말까?  
요즘 심심치 않게 고래가 그물에 걸렸다는 보도를 접할 수 있다. 12일에는 전남 완도에서 그물에 걸린 밍크고래가 발견됐고 10월에는 경기 안산 시화호에 국제 멸종위기종인 쇠돌고래과 상괭이가 발견됐다. 이처럼 이제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고래를 만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국 연안에 고래 수가 증가하자 ‘고래의 도시’라고 불리는 울산 지역을 중심으로 고래잡이를 다시 시작하자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매년 열리는 울산에서 열리는 ‘울산고래축제’역시 건강에 좋은 고래고기, 고래잡이 과정 등을 소개하면서 고래잡이 재개를 ‘은근히’ 촉구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올 초 울산이 지역구인 정몽준 의원은 “국내 포경산업의 전진 기지였던 울산 남구 장생포항과 동구 방어진항을 중심으로 고래잡이가 재개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단체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내년 울산에서 열릴 국제포경위원회(이하 IWC)에 대비해 고래보호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열고 있다. 10월 초에는 거제 환경운동연합에서 고래포경금지를 위한 ‘고래회의’를 열었고 12월에는 포항에서 ‘고래회의’를 열 계획이다.  

“96년부터 2003년까지 그물에 걸린 고래는 총 18종 2149마리”

  
한국 연근해에 살고 있는 고래들 외쪽부터 힌돌고래, 흑범고래, 범고래 [사진=한국어업기술학회]  

고래잡이하는 사람의 모습이 새겨진 국보 제 265호 울산 반구대 암각화(신석기 후기 또는 청동기 후기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연근해는 오래된 고래 서식지였다. 현재 우리나라의 고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우연히 그물에 걸려 올라 온 고래로 우리나라 연안에 살고 있는 고래 현황을 파악해 보면 고래 종류는 밍크고래, 큰머리돌고래, 참돌고래, 낫돌고래, 상괭이, 흑범고래 등 18종류로 96년부터 2003년까지 그물 등에 걸려 잡힌 고래는 모두 2149마리(국립수산과학원 발표)다.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포경이 금지된 상태다. IWC가 86년 무분별한 포경으로 고래 수가 급격히 줄어들자 상업포경을 전면 금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76년 IWC에 가입한 한국도 18년째 포경을 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고래의 출현이 잦아지자 다시 고래잡이를 시작하자는 의견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10월에는 경북 동해안 어민들이 포경 금지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한시적으로 고래 포획을 허용 달라고 요구했다. 경북 구룡포 선주협회에 따르면 돌고래는 어군을 형성하는 새우, 멸치, 오징어를 주 먹이로 하고 있어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즉 고래들이 이들 바다 생물들을 먹어치우는 바람에 어군 형성이 안돼 작업을 중단하거나 아예 포기하는 일이 잦다는 것.

또 고래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이유 중의 하나는 고래가 바로 ‘바다의 로또’이기 때문이다. 포경이 금지되고 있어 어망에 걸려 죽었거나 죽은 채 발견된 고래만이 시중에 유통될 수 있어 이렇게 잡힌 고래는 상당히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실제로10월 5일 포항 앞바다에서 그물에 걸린 길이 5m, 둘레 2.6m 크기의 밍크고래는 3500만원에 팔렸고 4월에 발견된 길이 7m, 둘레 3.8m짜리 밍크고래는 1억2365만원으로 최고가였다.

“개체 수 늘자 고래잡이 허용 목소리 높아져”

  
부경대학고 김현우군이 2003년 경북 포항 앞바다에서 촬영한 밍크고래사진. 밍크고래는 배 가까이 접근하지 않고 2~3초간 수면위로 떠올랐다 곧바로 잠수하는 습성을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월 이탈리아 소렌토에서 열렸던 IWC에서도 상업 포경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다. 현재 IWC는 일본,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포경 재개를 주장하는 국가와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등 포경을 반대하는 국가로 양분돼 있다. 86년 포경 금지 결정이 내려질 때만 해도 포경에 찬성하는 국가는 8개국에 불과했지만 현재 IWC 회원국 58개국 중 포경 찬성국과 반대국 수가 비슷한 상황이다. 올 해 총회에서는 상업포경 재개 여부에 대해 표결한 결과 찬성 24국, 반대 29개 국으로 아직까지는 반대가 많아 상업포경 금지 결정이 유지됐다. 한국은 올해 투표에 기권했다.

2005년에는 울산에서 IWC 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대표적인 포경 찬성국인 일본은 이번 회의에서 반드시 상업포경 재개를 이뤄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병수 울산 IWC 준비기획팀장은 “산업포경 재개 문제는 매년 논의되고 있고 또 올해 소렌토 회의에서 빠른 시간 안에 이 문제를 결정하자는 결의서를 채택한 만큼 내년에도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며 “울산시의 입장은 오래 전부터 고래를 잡아온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도시인만큼 상업포경이 재개되서 다시 고래를 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환경운동단체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울산 환경운동연합 오영애 사무처장은 “고래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잡아도 된다는 주장이 있지만 대형고래는 아직까지 그 수가 충분하지 않고 또 그 수가 비교적 많은 소형고래는 잡아도 되지 않느냐는 주장도 고래에 대한 신빙성 있는 조사 결과가 없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 며 “이런 상황에서 다시 포경을 시작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의 주장에 대해 전 팀장은 “상업 포경이 허용된다고 해도 무제한으로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총회에서 정해준 비율에 따라 고래자원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잡는 것”이라며 “또한 상업포경을 할 수 있는 비율은 우연히 그물에 잡혀 올라오는 고래 수 까지 포함해서 계산하기 때문에 실제로 잡을 수 있는 고래 수는 많지 않다” 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우리나라 연근해의 정확한 고래 현황 파악이 시급”

이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포경 찬성과 반대를 정하기 전에 정확한 현황 파악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한국어업기술학회 회장인 제주대 서두옥 교수는 “어느 정도 잡을 수 있는 양을 정하기만 한다면 상업포경을 재개할 수도 있을 것” 이라며 “그러나 포경을 시작하려면 고래 현황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아직 자료조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 김장근 고래연구센터장 역시 “고래는 활동 범위가 넓어 현황에 대해 정확한 조사를 하려면 적어도 8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현황파악이 쉽지 않고 또 이런 연구를 수행할 전문가도 많지 않아 고래 현황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미흡하다” 며 “현재 정확한 파악을 위한 조사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환경단체들은 고래보호운동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거드 레이폴드 그린피스 사무총장이 환경연합을 방문해 내년 5월 울산에서 열리는 IWC 연차총회 때 포경 반대 캠페인을 함께 하기로 합의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2004년 이탈리아 소렌토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는 어떤 일이?

지난 7월 19일부터 22일까지 이탈리아 소렌토에서 열렸던 극제포경위원회에 참석한 거제 환경운동연합의 윤미숙 사무국장과 김일환 사무국차장은 위원회에서 있었던 일들은 기록으로 생생히 남겼다. 두 사람이 남긴 기록에는 대표적인 포경 찬성국인 일본이 포경 지지국가를 늘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잘 나타나 있다. 오랫동안 고래잡이를 해온 일본은 아프리카 등지의 빈국들에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며 포경 찬성 입장을 유도하고 있다.

19일 월요일, 첫날 총회스케치

빨간색의 투표용지가 배포되고 공개투표에 들어갔다. 결과는 찬성24, 반대29로 부결됐다. 오랫동안 IWC회의에 참석해 온 노련한 고래보호운동가들이 포진한 총회장 뒤쪽의 옵저버 자리에서는 일순 긴장감이 도는 듯 했으나 예상한 결과가 나오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옆자리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다. 사회자가 투표결과를 확인하고 이의 없는지 이 투표를 제안한 일본에 묻자 일본은 찬성국가를 다시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고 사회자는 이에 다시 확인에 들어갔다.

투표결과의 양상은 확연하게 드러났는데 찬성한 국가들은 일본과 노르웨이 그리고 아이슬란드 등 대표적인 포경지지국가 였다. 또한 일본이 자국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매수한 것으로 알려진 근래 몇 년 동안 IWC에 신규 가입한 태평양의 작은 군소 도서 국가들과 중미의 작은 나라들 그리고 아프리카 국가들도 일본을 지지했다. 이들 태평양 군소도서 나라들은 대부분 국제사회에서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들로 안티구아(Antigua and Barbuda), 벨라이즈(Belize), 베닌(Benin), 키츠엔네비스(St. Kitts and Nevis), 루시아(St. Lucia), 빈센트(St. Vincent & G), 투발루(Tuvalu) 들이다. 중미의 나라들로는 도미니카, 기니아, 나카라구아 등이 일본입장을 지지했다. 아프리카 나라로는 가봉, 팔라우, 수리남 등이 있었다.
회의가 끝난 뒤 그린피스 및 국제동물복지기금 등의 활동가들은 “다행히 부결되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일본이 매년 새롭게 ‘매수’한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어 2005년 울산회의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회의에서 이변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우려했다고 한다.

같은 날 저녁. 그린피스 회의.

이번에 새로 가입한 투발루(기후변화로 나라전체가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해 일부 국민들이 호주로 이주했다고 하여 널리 알려진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의 대표와 나눈 대화 내용이 소개됐다. 왜 투발루는 IWC에 참가했고 일본의 입장을 지지했는가라고 묻자 투발루 대표는 “비록 투발루에서는 포경과 큰 관계가 없지만 중요한 유엔 회의라서 참석하게 되었고 이러한 결정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투발루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하다”며 회의 참석을 조건으로 일본으로부터의 지원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고 한다. 이에 구체적인 경제지원이 있었는지 묻자 노 코멘트로 자리를 떴다고.

매우 흥미로왔던 것은 모로코의 입장 변화인데 이들은 처음 일본의 입장에 섰다가 구체적인 경제적 지원약속이 명확하지 않자 발을 빼버렸다고 한다.  

미디어다음 / 조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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