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2005.02.25 | 미분류

사물들이 겉보기와 항상 같지 않다는 것은 중요하고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지구 행성에서 인간들은 항상 자신들이 돌고래보다 지능이 높다고 생각했다. 인간들이 바퀴, 뉴욕, 전쟁 등 엄청난 일들을 성취해내는 동안 돌고래들이 할 일이라곤 물속에서 빈둥거리며 재미나 보는 것밖에 없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반대로, 돌고래들은 자신들이 인간들보다 훨씬 더 지능이 높다고 항상 믿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도 정확히 똑같았다.

대단히 흥미롭게도 돌고래들은 지구 행성이 곧 파괴된다는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고, 인간들에게 그 위험을 경고하려고 여러 시도를 했다. 하지만 그들의 의사소통 노력은 대부분 재미있게 축구공을 차올리려고 한다거나 물고기 한 토막을 얻어먹어보겠다고 휘파람을 부는 것으로 잘못 해석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결국 경고하기를 포기하고, 보고인들이 도착하기 직전에 자신들만의 수단을 통해 지구를 빠져나왔다.
돌고래들의 마지막 메시지는, 뒤로 두 번 공중제비를 돌아 고리를 통과하면서 ‘성조기여 영원하라’를 휘파람으로 부는, 놀라운 만큼 정교한 묘기를 보여주려는 것으로 오인되었다. 하지만 정작 그 메시지는 이런 것이었다. ‘안녕히 계세요. 그리고 물고기들은 고마웠어요.’

사실 그 행성에 돌고래보다 지능이 높은 생물은 단 한 종밖에 없었다. 그들은 행태 연구 실험실에서 쳇바퀴를 돌리거나 인간들을 대상으로 무서우리만치 정밀하고 교묘한 실험들을 수행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인간들이 그들과의 관계를 전혀 엉뚱하게 짚고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그 생물들의 계획에 의한 것이었다.

출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 –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김선형, 권선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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