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내딛었습니다.

2005.07.08 | 미분류

전부터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오늘 한 발 내딛습니다.
다음 모임 때 인사드리지요.

2001년 12월 23일 새벽이였습니다.

인도 서부 라자스탄 주의 우다이푸르에서 탄 버스는 20여 시간이
지난 후에 뭄바이에 도착을 했습니다. 항상 기차만을 타다가 첨으로
버스로 도시간 장거리이동을 했습니다.

버스 안에서 누구와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고 앞자리 좌석의 인도
아저씨는 의자를 최대한 젖혔는데 제 의자는 고장나서 움직이지도
않고 엉덩이가 닿는 부분에는 큼직막한 구멍까지 나있는데다가 옆자리
인도청년은 자면서 계속 발길질을 했던 20여시간이었습니다.
일치감치 상황을 포기하고 잠을 청하면서 버텼지요.

그러다가 새벽에 운전기사의 비리(인도담배)냄새 때문에 잠을 깨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때 눈에 들어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양다리가 뭉개지고 양팔조차 그 형태가 온전히 남아
있지 않은 사람이 도로를 향해 몸으로 기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정차를 해있던 물차 뒷쪽에 있는 수도꼭지를 입으로
있는 힘을 향해 틀더니 물을 마시고는 악다구니를 치는 물차운전자를
피해 다시 인도로 몸으로 기어가더군요.

사진기조차 들이댈 수 없었던 삶의 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뭄바이는 참 견디기 힘든 곳이었습니다.
이상하게 다른 도시에 비해 뭄바이에서 만나는 거리에서 구걸하시는
분들은 팔이 뒤틀리거나 얼굴이 무너져내린 분들이 많았습니다.
갑자기 다가와서 몸으로 밀면서 1루피를 달라고 할 때마다 저도
나약한 사람인 이상 흠칫 흠칫 놀라면서 피하곤 했었지요.

그리고 저녁에 만난 다른 나라의 여행객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몸에 장애를 입고 있는 그 수많은 분들이 대부분 보팔 사고의
피해자라는 소식을 듣게 되었지요. 그 순간 참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얼마나 억울했을까? 얼마나 절망스러웠을까?
얼마나 분노가 치밀었을까? 그리고는 그 분들을 피했던 제 자신에
대한 원망감과 부끄러움의 감정도 들었습니다.

이제 보팔 만원계에서 그 때의 마음을 다시 되살려 조그마한
힘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만나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다함께 사는 아름다운 우리
다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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