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案문명①-1] 유럽 새 교통문화 : “홀가분하고 경제적” 車공유운동 확산

2003.01.15 | 미분류

지난해 10월 말 가을의 스산한 날씨 속에 독일 제3의 도시인 뮌헨을 찾았다. 카푸치너 거리에 들어선 뒤 `슈타트아우토(Stattauto)`라고 간판이 달린 카 셰어링 센터(자동차 공유 회사)를 찾자 테슈 소장이 반갑게 맞았다.

“1992년 차량 3대, 70명의 회원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10년 새 회원이 4천명으로 늘고, 차량도 1백60대로 늘었습니다. 뮌헨 시내 55개 지점에 차고를 두고 있지요.”

87년 스위스 중부의 한 작은 도시에서 일단의 시민들에 의해 조그맣게 시작된 카 셰어링 운동의 뮌헨시 본부지만 직원은 테슈 소장을 포함해 3명뿐이다. 카 셰어링 운동은 지난 10여년간 스위스에 이어 독일 베를린, 영국·덴마크·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과 미국·캐나다·일본·싱가포르까지 전 세계로 번졌다.

뮌헨시는 그 중에서도 가장 확산이 빠른 도시다. 90년 베를린에서 시작된 슈타트아우토 등 차공유 운동은 독일 67개 도시로 확산됐고, 뮌헨시는 그중에서도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높은 회원 신장률을 기록했다.

테슈 소장은 “만약 1년에 7천5백마일(1만2천㎞)이하로 차를 이용할 경우 자기 차를 갖는 것보다 카 셰어링이 훨씬 싸고 편리하다”고 말했다. 사실 회원 대부분은 버스나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고, 자가용은 하루 1시간 미만만 사용하던 사람들이다.

테슈 소장의 안내로 카 셰어링 차고 두 곳을 방문했다. 2인용 경승용차부터 지프·미니 밴 등 다양한 차들이 세워져 있었다. 한 10분쯤 있자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회원 두 사람이 나타났다. 그들은 개인 비밀번호와 회원카드 번호를 입력한 뒤 무인금고에서 자동차 열쇠를 꺼냈다. 한 사람의 명함엔 `퀄리티 매니저, 엔스 도나트`라고 적혀 있었다.

“집에 차가 없으니 불편하지 않으냐”고 묻자 도나트는 “3개월 전 차를 팔아 버리고 카 셰어링의 회원이 됐는데 기름·주차·보험·수리 등을 신경 안쓰니 얼마나 홀가분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걸어다니는 시간이 많아져 건강도 좋아졌다”며 활짝 웃었다.

유럽에서 카 셰어링은 도시 교통난 해소의 한 대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카 셰어링 차 한 대는 5대의 자동차 감소 효과를 보여 연간 4만2천㎞의 주행거리와 6t의 이산화탄소가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각국 당국은 카 셰어링 운동이 더 확산될 경우 장차 도심 교통난, 주차난, 환경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스위스에선 이미 교통난 해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80년대 후반 카 셰어링이 처음 도입된 이후 2년마다 회원수가 두 배로 늘어 98년 중반에는 전국 6백여 곳에 차량 9백여대, 회원수 2만여명이 됐다. 그만큼 자동차 판매량도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카 셰어링 업계는 평소 하루 한 시간 이하 승용차를 이용하는 잠재회원을 1백70만명으로까지 잡고 있다.

◇한국의 도입 가능성=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카 셰어링 시도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최근 일부 학회 세미나 등에서 외국 사례가 보고되는 정도다. 그러나 녹색교통을 지향하는 교통·환경단체들에서 점차 관심을 보이고 있다.

카 셰어링은 기업적 차원에서 시작하면 실패하기 쉽다. 독일의 카 셰어링 센터들 중 비즈니스 모델로 시작한 회사들은 모두 실패했다. 차량구입 등 투자비용에 비해 이윤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뮌헨 슈타트아우토의 테슈 소장의 경우도 소수의 사람들을 고용, 조합형 시민운동 차원에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차 3∼5대씩을 주차해 놓는 주차장도 대부분 교회·회사·공공장소 주차장을 무료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카 셰어링이 성공할 수 있을까. 동신대 조진상(도시계획학과)교수는 “공동소유에 익숙지 않은 시민의식이 문제지만 먹거리운동·생협운동 등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가능성은 있다”고 말한다. 또 “주차공간이 부족하지만 대중교통체계가 발달돼 있는 점, 높은 자동차 보유세 등도 카 셰어링이 등장할 수 있는 여건”이라고 말했다.

카 셰어링이 도입·확산되려면 시민단체들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의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스위스나 독일에서는 카 셰어링 회원들에게 지하철·철도·시내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을 할인해 주고 있다.

카 셰어링 센터들 역시 유아시트나 자전거 대여, 렌터카 회사와의 협력체제 등 다양한 부대 서비스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