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案문명②-1] 호주 생태공동체 ‘크리스털 워터스’ : 공동소유 땅 일구며 자연과 공생

2003.01.15 | 미분류

호주 퀸즐랜드 주도(州都)인 브리즈번에서 북서쪽으로 1백km 가량 떨어진 멜라니 인근 외딴 숲. 그 속 구릉지에 세계 최초의 생태 공동체마을 ‘크리스털 워터스'(Crystal Waters)가 숨어 있다. 마을 입구부터 풍경이 색다르다. 이곳 저곳 크고 작은 연못과 저수지들이 널려 있고, 또 저마다 숲과 어우러져 지어진 집들의 정원엔 다양한 채소와 과일나무가 빼곡하다.

길은 포장되지 않았다. 횡단보도도 신호등도 정지 표지판도 없다. 먼지만 날리는 도로를 달리는 승용차의 속도계는 40km를 넘지 못했다. 갑자기 길가에 캥거루 한마리가 나타났다. 우리를 안내하던 주민 캐서린 블랙번(65·여)은 “야생동물들이 마음놓고 돌아다니도록 제한속도를 지키며 조심스럽게 운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크리스털 워터스의 마을 부지는 약 78만평. 도시를 떠나온 총 84가구, 2백20여명의 주민들이 자연과 어우려져 살고 있다. 건축물들은 거의 나무와 흙으로 짓는다. 그러나 집 모양이나 구조·시설들은 현대적이고 세련됐다. 마을 설계에 처음부터 참여한 스위스 출신 맥스 린데거(54)의 설명은 ‘철저한 자연 그대로’를 강조했다.

“마을 시설물들을 모두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했죠. 부득이한 경우 전체 건축재료의 5%이내에서만 콘크리트를 사용했습니다. 가정마다 물탱크를 설치, 빗물과 계곡물을 받아 태양열을 이용해 데워 씁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거름 탱크에서 썩혀 퇴비로 사용하죠.”

당연히 합성세제는 전혀 쓰지 않는다. 집에서 나온 하수도 정원을 거쳐 자연정화한다. 하수들이 모이는 저수지의 물은 너무 깨끗해 주민들의 수영장으로 쓰인다. 전체 마을부지 가운데 공동 소유지가 80%에 이른다. 주민들은 그곳에서 공동으로 대나무 재배 등 농지 경영을 한다. 하지만 교수·의사·프로그래머·교육강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주민들은 낮에는 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멜라니 등 인근 도시로 일하러 간다. 건강치료사·요가 강사·나무 전문가 등 공동체에 필요한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

마을내 커뮤니케이션센터이자 공동식당인 ‘키친’에서 근무하는 일레인 토른힐(58)은 “키친 내에선 건강과 생활에 필요한 요가·건강치료·토론학습·생태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며 “주말엔 공동식사를 하거나 주민 생일잔치 등 크고 작은 이벤트를 준비해 공동체로서의 유대감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털 워터스엔 누구나 살 수 있다. 마을 규약에 동의하고 마을 내 주택을 구입하기만 하면 된다. 크리스털 워터스는 1985년 맥스 린데거 등 환경운동가들이 마을설계에 착수했으며, 87년 지역신문에 처음 참가자 모집광고를 냄으로써 문을 열었다. 처음 광고를 보고 찾아온 가정은 6가구. 그후 세계 각국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꿈꾸던 사람들이 매년 10여 가구 정도씩 찾아와 둥지를 틀었다.

마을 카페를 운영하는 토른힐은 건강을 해치고 결혼생활도 파경에 이른 좌절감에서 탈출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무공해 자연 식단과 깨끗한 공기가 몸과 마음을 모두 치료해줘 지금은 새 인생을 살고 있다. 그녀는 “현재 생활이 너무나 만족스럽다. 병약하고 신경질적이었던 예전의 나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영국에서 이주한 폴 윌리엄슨(37)은 “아이들이 맨발로 마음껏 들판을 뛰놀며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게 하고 싶어 왔다”고 한다. 이곳에서 7, 5, 3세 된 아이들을 낳아 키우고 있다.

크리스털 워터스가 전혀 문제가 없는 곳은 아니다. 마을 운영위원 윌리엄슨은 “주민들의 손으로 운영되는 집단이다 보니 시행착오나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그중 하나가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다. 공동농지 경작이나, 일주일에 한번씩 열리는 마을회의에 빠지는 주민들이 많은 것이다. 윌리엄슨은 “그때마다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고 불러들이느라 진땀을 빼곤 한다. 야생동물 보호 차원에서 애완동물을 데려오지 못하게 한 내부규약도 잘 안 지켜질 때가 자주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저런 어려움들은 사소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주민들은 공동체의 미래를 낙관했다. 이곳의 부족한 점에 실망하고 떠나기보다 함께 고민하여 해결해 나가는 다수가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손으로 미완의 실험을 완성시켜간다는 자부심은 주민들의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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