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案문명④-1] 독일 뮌스터市의 대안에너지 운동 : 市가 쓰는 전기 5% 태양열·풍력

2003.01.24 | 미분류

인류가 현재와 같은 에너지 소비행태를 바꾸지 않으면 파국은 불가피하다는 붉은 신호등이 켜진 지 오래다. 주 에너지원인 석유·석탄 등 화석에너지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지구온난화 등 심각한 환경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원자력도 핵폐기물 문제가 심각하다. 석유는 앞으로 50년이면 고갈된다. 이 때문에 바람과 태양빛 등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즉 대안에너지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독일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의 뮌스터시. 집마다 평균 세대 이상 자전거를 갖고 있어 `자전거의 도시`로도 유명한 이 도시에 들어서면 지붕마다 설치된 태양집열판의 촘촘한 행렬이 첫눈에 들어온다. 집 마당과 길거리엔 자전거가, 집 지붕 위엔 태양집열판이 도열하고 있는 풍경은 이색적이다.

지난해 11월 말, 공해가 없는 이 도시의 가을 공기를 마시며 시 중심부의 북쪽, 자동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교외의 한 태양열 주택을 찾았다. 인근의 아담하게 지어진 주택들의 지붕 곳곳에도 역시 태양집열판들이 설치돼 있다.

집 주인인 잉그리트는 “우리집은 지붕에 태양열과 태양광 발전을 모두 할 수 있도록 태양집열판이 설치돼 있다”면서 동양의 방문객들을 계량기가 설치된 지하실로 안내했다.

“이것을 보면 태양열이나 태양광 발전을 통해 전력이 얼마만큼 생산됐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1년에 보통 3천㎾의 전기를 소비하는데 이 중 30%는 우리가 만든 태양열 등 재생에너지를 사용합니다.”

뮌스터시에는 이 같은 태양광·태양열 발전을 하는 집이 전체 가옥의 20%다. 태양열 발전은 집열판으로 모은 태양열로 액체를 가열해 발전기의 터빈을 돌리는 것이다. 태양광 발전은 태양빛을 받으면 직접 전기를 발생하는 태양전지를 이용한다.

“태양에너지 재생시스템은 설치가 간단합니다. 또 집에서 전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바로 전력회사로 가게끔 돼 있습니다. 독일에선 개인도 태양열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고, 생산된 에너지를 전력회사가 구입해주도록 한 재생에너지법이 있습니다.”

주로 낮에 집에 사람이 없어 사용하지 못한 전기는 전력회사로 보낸다. ㎾당 50센트(유로)를 받고 파는 것이다. 대신 햇빛이 나지 않거나 비오는 날 집에서 필요한 전기는 전력회사에서 25센트에 공급받는다.

잉그리트는 “태양전기는 무공해로 재생이 가능하고 전력 소비가 많은 낮에 생산된다는 이점이 있어 화석연료보다 훨씬 가치있게 쓰인다”고 했다.

7년 전 이 태양광 주택을 만드는 데 1만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이 중 10%는 국가가 지원했고 50%는 은행의 저리융자를 받았다. 잉그리트는 12년만 지나면 투자비가 회수된다고 말했다.

인근에 사는 공무원인 하레크는 “독일에서는 정부가 1990년부터 태양광 발전을 확산시키기 위해 `태양 지붕 10만개 프로그램`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태양에너지 설비를 하는 주택 소유자에게 시설비의 70%를 지원하고, 남는 전력은 국가가 전력회사를 통해 비싼 값으로 사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98년 끝난 이 프로그램은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자 정부는 99년부터 2004년까지 제2의 `10만 지붕 태양광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0만개의 3㎾ 태양광 발전시설을 5년 안에 독일 전역에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태양광 설치비용을 전액 무이자로 대여해 주고 90%만을 7년 동안 상환하도록 했다. 전체 예산 10만마르크를 들여 벌인 이 프로젝트는 지금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한다.

취재팀은 뮌스터시 근교에서 풍력발전기로 전력을 생산하는 한 시민단체도 방문했다. 독일어로 남북동서의 이니셜인 `SNOW`라는 이름의 이 단체는 세계 최초로 풍력에너지 사업을 시작한 곳이다. 회원은 교사·직장인·농부 등 주민 15명이 전부다. 92년에 설립, 그해 회원들이 투자하고 기금 모금·은행융자 등으로 65만 달러를 모아 6백60㎾짜리 풍력발전기를 시 외곽지역에 설치했다,

고교 교사로 이 단체의 회장인 에드가 보스 웨너는 “풍력발전기가 생산한 전력은 정부의 전력회사에 ㎾당 4.5달러(유로)에 판매한다”면서 “1년에 1백10㎾의 전기를 생산해 9만5천달러를 받는다”고 했다.

한번 세운 풍력발전은 20년간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게다가 이 단체는 풍력발전기 운영 이익금으로 인도 등에서 시민단체들이 벌이는 대안에너지 개발까지 지원해 왔다.

SNOW 회원들은 이 밖에도 재생에너지 사용확산 등 환경캠페인을 벌인다. 최근에는 다른 단체들과 네트워크를 구성해 새로운 풍력발전소를 짓기 위한 모금운동도 시작했다.

알폰소사 사무총장은 “독일은 현재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전체 에너지의 3% 남짓이지만 도시 가운데는 전력의 20% 이상을 대안에너지로 충당하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뮌스터시도 현재 5% 남짓한 이 비율을 2020년까지 25%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또 “아직 미흡하지만 많은 주민이 태양열 또는 풍력 등 대안에너지에 관심을 높여가고 있다”면서 “정부가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책을 높이면 세금 부담이 늘어나지만 도시와 지구촌의 환경을 살리기 위해선 부담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SNOW는 뮌스터시에 있는 모든 집과 단체를 전부 개별의 녹색발전소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있다.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에서 SNOW를 뒤따라 풍력발전기 사업을 시작한 단체들이 10여개로 늘어난 점을 고려한다면 이런 꿈이 실현될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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