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案문명⑧-1] 암스테르담市 ‘윤리적 소비’ 운동 : 제3세계 ‘눈물’로 지은 옷 매장서 퇴출

2003.02.21 | 미분류

<제3세계 ‘눈물’로 지은 옷 매장서 퇴출>

흔히 소비자들은 물건을 살 때 값과 품질을 비교해 선택한다.그러나 1980년대 이후 유럽·미국 등 선진국 소비자들은 생산과정을 문제삼기 시작했다. 환경호르몬 투입·유전자 조작은 물론 제3세계 근로자 착취등과 같은 생산과정상의 비윤리적인 면은 없었는지를 묻는 것이다.생명과 환경,그리고 인간다운 삶을 강조하는 ‘소비자 혁명’이 시작됐다.

‘프랑켄푸드’는 괴물 프랑켄슈타인이 먹는 음식이란 뜻이다. 90년대 중반 이후 유럽의 환경운동가들이 유전자 조작 식품(GMO)에 붙인 별칭이다. 그 유해성과 생명 및 환경 파괴의 속성이 지적되면서 소비자들은 생산에 개입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유전자 조작 식품을 사지 말자는 불매운동이다.

나아가 이에 대한 감시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유전자 조작 식품의 첨가 여부 표시를 의무화하자는 운동도 벌어졌다. 결국 지난해 11월 유럽연합(EU) 농업장관회의에선 식품에 포함된 GMO 비율이 0.9%를 초과할 경우 제품에 표시하는 것을 의무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밖에 생태 환경 파괴를 우려하는 환경호르몬 제품 거부 운동, 동물학대 실험 반대운동 등 ‘생산 과정 상의 윤리’를 문제삼는 소비자들의 매서운 눈은 점점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

‘깨끗한 옷입기 운동'(CCC.Clean Clothes Campaign) 역시 제3세계 근로자들의 노동조건을 문제삼는 소비자 철학을 강조하는 대표적 조직의 하나다.

CCC 사무국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운하가에 자리잡고 있다. 전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행동가들이 만든 캠페인용 티셔츠와 색색가지 포스터들이 10평 남짓한 사무실의 벽을 도배한듯 빼곡하게 걸려 있다.

한글로 ‘아동착취 반대’라고 쓰인 티셔츠도 눈에 띄었다. 그 사이에서 4명의 직원이 컴퓨터 5대를 통해 세계 각국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있었다.

“지금 유럽 젊은이들이 입는 옷 가운데 유럽 현지에서 생산된 제품은 거의 없습니다. 대개 태국이나 방글라데시 등 제3세계 공장에서 만들어진 것들이죠. 그곳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는가를 소비자들이 한번쯤 생각해 보고 옷을 사 입자는 거지요.”

CCC 사무국에서 만난 창립멤버 이네카 젤둔 루스트(36.여)는 운동의 탄생 배경을 이렇게 소개했다. CCC는 ‘깨끗한 옷입기’라는 명칭 그대로 의류업체의 부도덕한 고용 환경을 고발하는 시민단체. 90년 창립 이래 10여년간 제3세계 노동자들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캠페인에 주력해왔다.

특히 미성년 근로자들의 눈물과 한숨으로 만들어진 옷은 사지도, 입지도 말자고 호소해왔다. 교육청의 협조를 얻어 네덜란드 내 1천여 중.고교를 방문, 청소년들에게 CCC 교육을 해온 것이 최근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캠페인 참가자들은 꾸준히 불어났다. 현재 유럽에서 10여개국 3백여 시민.소비자 단체가 참가하고 있다. 유럽 외에도 홍콩.남아공.중남미.인도의 시민단체들도 합류하고 있다. 세계 각국 약 70만명의 소비자가 ‘깨끗한 옷을 입자’는 소비자 윤리 강령에 서명했다.

“기업을 직접 상대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주(主) 표적은 소매상들입니다. 시민들에게 뉴스레터를 보내거나 언론매체를 통해 제3세계 노동자들의 노동현실을 고발하면서 소매 상점에서 해당 상품을 사지 말 것을 촉구하지요. 그 결과 유레토.반빙켈.준크 BV 등 네덜란드의 큰 의류 수입상들도 자발적으로 CCC에 동참하게 됐습니다. 물론 불매운동이라는 소비자 파워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요.”

CCC 바로 옆 ‘공정의류 재단'(FWF.Fair Wear Foundation)을 찾았다. 99년 CCC의 영향으로 2개 기업과 노조가 기금을 출연해 만든 재단. 기업들을 상대로 공정한 고용윤리.노동조건 등을 준수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검증하는 시민단체다.

초대 사무장 프란스 패프마(45)는 “FWF 탄생엔 무엇보다 소비자 단체의 감시 여론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현재 네덜란드의 4대 의류업체가 국제노동기구(ILO) 근로기준에 따라 정기적인 모니터를 받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성실하게 기준을 지키는 기업엔 회원 자격을 주는데, 많은 기업이 그 자격을 건전한 노동 환경 조성에 힘쓴 ‘명예훈장’으로 생각하지요”라며 으쓱해 했다.

제품을 값과 품질보다 생산 공정상의 윤리로 판단하는 ‘윤리적 소비’행태는 분명 21세기 소비문화의 혁명을 예고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유럽의 소비자들은 그 윤리적 성찰을 타인, 즉 그 제품을 만드는 제3세계 근로자들에게까지 넓혀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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