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案문명⑫-1] 전문가 좌담회(끝) : 세계적 현황과 전망

2003.07.24 | 미분류

지구촌에 대안문명의 바람이 일고 있다. 물질 중심의 가치관, 에너지 고갈, 공동체 파괴 등 기존 문명의 폐혜를 극복하자는 운동이다. 각 분야에서 새로운 생활방식과 제도를 만들려는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1월부터 연재해 온 ‘대안문명-지구촌 현장을 찾아서’의 결산을 위해 관계 전문가 좌담을 열고 향후 대안문명의 세계적 흐름과 국내 전망.과제 등을 점검했다.

진행.정리=중앙일보 홍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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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대안문명 운동이 일어난 배경은.

▶장회익=유럽에서는 1960년대에 환경 문제가 대두하면서 대안문명에 대한 실험이 시작됐다. 생태계라는 큰 틀에서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인식이 싹트면서 점차 문명.생활 운동으로 확대, 발전했다. 80년대 들어서면서 분야가 다양해졌다. 일본은 40~50년 전에 유전자를 이용한 농업을 시작했으나 건강.환경 문제 등의 폐해가 생기면서 유기농으로 돌아갔다.

▶유재현=대안문명 운동의 기본은 화석연료 위주의 20세기 패러다임에 대한 도전이다. 문명적.정신적 성찰을 강조하는 신(新)사회운동도 함께 일어났다. 기존 문명에 비판적인 지식인들이 출현해 대량 생산.소비의 산업구조와 삶의 문제를 함께 들여다본 것이다. 지구가 망하면 모두 함께 망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확산했다.

▶차명제=대안정치 실험은 독일에서 먼저 일어났다. 독일에서 사민당과 녹색당이 집권한 것은 환경.평화 문제 때문이다. 경제를 우려하는 반대세력도 있었지만 시민들이 환경 등 대안문명의 가치를 높이 산 것이다.

-현재 대안문명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인가.

▶유재현=환경론자를 중심으로 점차 넓게 확산하고 있다. 예를 들어 궤도형 버스순환 시스템 등 메트로 시스템을 갖춘 브라질 쿠리티바시는 가장 살기 좋은 대안 도시인데 세계의 여러 나라가 이를 모델로 새로운 대안문명 도시를 만들고 있다. 중국 광저우(廣州)에서는 태양과 물만으로 유기농업, 축산, 물고기 양식을 하고 있다. 밭의 풀을 가축의 먹이로 사용하고 가축의 분뇨는 삭혀서 물고기의 먹이로 사용한다. 인공비료나 재료를 투입하지 않는데도 기존 농가에 비해 네배 이상 소득을 올린다.

▶장회익=슈마허가 ‘작은 것이 이익이다’라는 저서에서 2백7가지의 문명 혁신 사례를 보여주면서 분산 에너지 정책이 새 문명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듯이 앞으로 물질소모를 최대한 줄이고 환경을 살리는 ‘자연 자본주의’라는 개념이 많이 거론될 것이다.

미국의 에머리 로빈슨이란 사람이 해발 2천m의 로키산맥에 세운 연구소는 자연의 위대한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곳에서는 에너지의 95% 이상을 태양을 이용해 조달하고 건물 안에서 바나나도 가꾼다.

▶유재현=사실 모든 산업의 비용은 대부분 에너지에 들어간다. 에너지는 문명의 기본이다. 태양 에너지만 이용해도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에너지의 1천배 이상을 충족할 수 있다. 개인이 에너지를 생산하게 되면 화석연료 사용 기업들의 독점을 깰 수 있다.

▶차명제=유럽.미국 등은 에너지.산업.교육.유기농.교통 등 각각의 대안문명 성공사례를 시스템적으로 연계하는 연구에 나서고 있다. 네덜란드.독일 등에선 정부가 대안에너지 목표를 정해 추진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풍력발전소 건설에 드는 철강이 조선분야에서 쓰는 것보다 많고, 대체에너지 개발에 참여하는 노동자 수가 군수산업 노동자보다 많다.

▶장회익=그렇지만 지난 20여년간 지구 온난화가 심화하는 등 대기의 질은 더 나빠지고 있다. 지구 차원에서 보면 ‘전투에선 이기지만 전쟁에서는 지는 형국’이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리라 보는가.

▶장회익=대안문명이 확산하려면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더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게 입증돼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런 증거가 없어 급속히 퍼지지 않고 있다. 대안문명의 실현에는 개인들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본래의 도시 생활 터전에서 고립돼야 하는 희생이 따른다. 대안문명은 생산공동체가 전제돼야지, 소비나 영성공동체로 나아가면 보편화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런 면에서 유기농.지역화폐.공동구매.공동생산.공동이윤 분배 등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는 스페인의 몬드라곤시가 모델이 될 수 있다.

▶차명제=메이저 석유회사 등도 구조적으로 대안에너지의 정착을 어렵게 한다. 이들이 직.간접으로 소규모 집단의 조직화를 방해하는 것이다. 대안문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해야 한다. 교육받은 이들이 주변을 설득해야 한다.

▶유재현=지금까지 개인들이 주류사회에서 빠져나와 소박하게 생태공동체 등을 이뤘다. 이제 이런 사람들이 서로 정보교환을 하고 새문명 운동체들이 연대해야 한다. 세계문명이 잘못되면 글로벌 재앙으로 함께 죽는다는 인식하에 세계적인 연대가 필요하다.

*** 참석자

장회익(녹색대학 총장), 유재현(녹색미래 대표), 차명재(성공회대학교 NGO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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