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案문명⑫-2] 전문가 좌담회(끝) : 국내 대안문명 현황과 과제

2003.07.30 | 미분류

시민들 무관심 가장 큰 문제
몸으로 느끼는 대안교육 필요

-우리나라에서 대안문명 실험은 어느 정도까지 진행되고 있나.

▶김제남=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로 물질 중심의 문명에 젖어 환경파괴.생명경시 등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자연.이웃과 더불어 살자는 목소리가 늦게 나왔다. 최근에야 시민사회가 활성화해 대안 모색이 시작됐다. 그간 우리는 빠른 산업화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거의 갖지 못했다. 서양은 산업화 기간이 길어 그에 대한 비판.성찰의 시간도 길었고 철학적 사상으로 발전돼 생태운동을 뒷받침했다.

▶이필렬=한국에서는 유기농이나 생태 공동체 정도가 언론이나 시민의 관심을 끌 뿐이다. 우리 생활의 밑바탕을 이루는 에너지.산업 등 하드웨어 부문의 대안 문명화에는 관심이 없다. 유럽에서는 이런 하드웨어적인 변화와 실천이 문화.소비.공동체 등의 운동과 함께 가고 있다.

▶이귀호=기업들도 아직 생태산업 단지에 대한 개념이 없다. 당장의 제품생산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생태산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최근 수출품의 환경규제가 심해지자 조금씩 관심을 갖는 정도다.

-대안문명 실험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이필렬=우선 시민들이 무관심하다. 태양열.태양광 등 대안 에너지를 어려운 것으로 생각한다. 관심이 있더라도 설치비용 문제에 맞닥뜨리면 한발 물러난다. 사실 설치비용은 장기적으로는 충분히 뽑을 수 있는데도 그렇다.

▶김제남=대안교육도 현실적으로 대중화가 쉽지 않다. 어떤 부모가 대안학교에 자식을 집어넣으려고 해도 학교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졸업 후에도 대학 등 정규코스를 밟아야 하는 등 문제가 많다. 제도권 교육이 일정 부분 대안교육 역할을 해줘야 한다.

▶이귀호=생태산업은 각 기업들의 부산물들을 먹이사슬 구조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기업들을 찾아 연결하기가 어렵다. 기업의 의식도 문제다. 오염물질 처리만 생각하고 오염물질이 나오지 않게끔 하는 데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

▶김제남=제도적인 걸림돌도 많다. 유기농을 위해서는 환경농업육성법이 있지만 농민 입장에서 장점이나 이익이 많지 않다. 구색 맞추기식 제도들을 바꾸고 농업 유통구조도 바꿔 현재의 지역단위에서 공동체 경작이나 도농 직거래 활성화 쪽으로 가야 한다.

▶이필렬=우리도 지난해 9월 대체에너지 촉진법이 발효돼 개인이 생산한 에너지를 한국전력에 팔 수 있게 됐지만 발전사업자 허가 등의 조건이 개인이 하기에는 불가능하다. 법 외의 장벽이 너무 많은 것이다. 독일 등 유럽은 제도가 잘 돼 있고 가정에서 태양에너지 생산 설치비용을 장기 무이자 융자로 지원해 준다.

-대안문명을 정착시키려면 정부의 지원도 필요할 텐데.

▶이귀호=생태산업 단지를 활성화하려면 단지 내의 기업뿐 아니라 외부기업과 연결해도 폐기물 운반 등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고 산업단지 내에서 먹이사슬을 형성할 수 있는 기업들을 육성하는 지원법이 있어야 한다.

▶이필렬=교육이 중요하다. 교과 과정에 대안교육이 반영돼 있지만 몸에 배는 교육이 되지 못한다. 대안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지도자로 나서 대안문명을 이끌어야 한다. 교육이 성공하면 다른 것들은 쉽게 따라간다.

▶김제남=대안문명의 카테고리를 활동 영역으로 하는 풀뿌리 시민단체가 많이 생겨야 한다. 이들 비정부기구(NGO)들이 연계.교류해 새로운 삶의 모델들을 시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 참석자

김제남(녹색연합 사무처장), 이필렬(에너지대안센터 대표), 이귀호(한국생산기술연구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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