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물포럼에서 만난 ‘블루 골드(Blue Gold)’의 저자들

2003.08.19 | 미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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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물포럼에서 만난 ‘블루 골드(Blue Gold)’의 저자
‘모드 발로'(Maude Barlo)와  ‘토니 클라크'(Tony Clarke)

‘블루 골드(Blue Gold)’는 플라스틱 통에 담긴 물, 즉 값을 매겨 사고 팔 수 있는 상품인 ‘물’을 상징한다. 이 책은 20세기 ‘석유’에 이어 21세기 ‘물’이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실제 그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인류에게 어떤 비참한 결과가 생길지를 경고하고 있다. 다국적 물 기업들은 물 민영화와 상품화만이 물 부족시대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금 그런 기업을 믿고 ‘물’에 대한 권리를 팔아버린 나라의 시민들은 ‘물’을 다시 되찾기 위해 처절하게 싸우고 있다. 이 책의 공동저자 모드 발로는 ‘캐나다회의’의 의장이자 물을 보호하기 위한 세계 시민운동 ‘푸른지구운동’의 창시자다. 토니 클라크는 캐나다 ‘폴라리스 연구소’의 사무국장이면서 ‘세계화국제포럼’에서 기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제3회 세계물포럼’ 현장에서 세계 각국에서 모인 운동가들을 이끌며,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물 다국적 기업들과 세계물위원회를 대상으로 설전을 벌였다.  

– 이번 세계물포럼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모드 발로: 회의기간 내내 세계물위원회와 다국적 물 기업 대표를 만나 토론을 했지만 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만 확인했습니다. 우리는 물 민영화에 대해 세계물위원회와 어떤 합의도 이루지 못해 결국 각자 선언문을 작성해서 세계물포럼 사무국에 제출할 수밖에 없었어요. 다만 이번 회의를 통해 그들에게 물 상품화에 반대하는 세계시민의 저항이 얼마나 거센지를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결국 캐나다가 4회 세계물포럼 개최를 반려한 것도 이런 저항의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캐나다에서 이곳 일본까지 날아온 보람이 있었어요.  

– 회의 내내 ‘세계물위원회(World Water Council)’와 대립한 까닭은
모드 발로: 우리는 1995년 구성된 세계물위원회가 지구 물 정책을 만들어내는 독립적인 싱크탱크 역할을 하길 바랬습니다. 그러나 세계은행 대표, 기업 총수 그리고 정부 관료로 구성된 세계물위원회는 가난한 사람들이 물로 인해 겪는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 문제 해결을 위한 재정확보 방안으로 이들이 제시한 캠데서스 보고서를 통해 우리는 세계물위원회가 완전히 댐건설과 민영화, 그리고 물가격화 정책 노선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세계물위원회는 물 기업들만을 위한 ‘청사진’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댐과 같은 대규모 물 기간산업 프로젝트가 실제로 물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의 목마름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 많은 나라에서 외국기업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고, 공기업의 재정난과 비효율성을 사기업의 기술력과 자본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토니 클라크: 저는 다국적 물 기업이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증거를 10가지 이상 제시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모든 사람들에게 물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소유주와 주주들에게 이익과 배당금을 얼마나 더 남길 수 있는지에 있지요. 이윤은 결코 사람들과 더 나은 상수도 설비시설을 위해 다시 투자되지 않습니다. 기업이 이윤을 남기려다 보니 물 서비스 가격은 자연히 높아집니다. 자본 투자에 대한 기대도 사실은 기업과 연결된 세계은행, 개발은행 또는 IMF가 차관을 대는 형식입니다. 대신 정부나 공공기관은 투자유치에 대해 기업에게 각종 혜택, 예를 들면 세금면제, 보조금 지급, 규제완화를 해줘야 합니다. 심지어 기업이 정부와 계약을 맺으면서 계약기간동안 이윤을 내도록 정부가 보증해야 한다는 ‘이윤보증’ 조건을 달기도 합니다.  

– ‘기업’과 ‘시장’이 대안이 아니라면 누가 어떻게 물을 공급할 것인가에 대해 반박할 대안이 있습니까
토니 클라크: 19일, 오후 오사카에서 ‘푸른지구운동’은 민영화에 대한 대안모델을 논의하는 회의를 열었습니다. 브라질의 포르투 알레그레가 단연 돋보이는 사례였어요. 시의 기구로 ‘DMAE(수도위생하수국)’를 설립했지만 운영과 재정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입니다. 재정은 140만 시민이 내는 요금으로 100% 충당되는 이 비영리회사는 수익금 전액을 물 공급시설 개선에 쓰고 있지요. 공기업에서 문제가 되는 비효율성은 사업 계획부터 결정까지 시민들이 참여하는 ‘참여예산제’를 통해 투명하게 운영하면서 시민들의 ‘신뢰’와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습니다. 결국 포르투 알레그레에서는 가격 상승 없이도 시민의 99.5%가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DMAE는 물 소비를 줄이기 위한 캠페인도 벌이고 있는데, 이게 보통 사기업이라면 가능했을까요? 포르투 알레그레 시민들처럼 우리 스스로 물을 어떻게 사용하고 또 지킬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 한국에서 출판된 ‘블루 골드’나 반다나 시바의 ‘물전쟁’이 민영화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수자원공사와 같은 공사가 대규모 댐건설을 통해 물을 공급하는 체계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모드 발로:  ‘블루 골드’가 한국에서도 출판 되었다니 너무나 기쁩니다. 한국에서도 민영화 논의가 시작될 것입니다.  물에서 사적 이익을  취할 것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을 중심으로 한 대안모델을  나라마다 현실에 맞게 만들어야 합니다. 민영화는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볼리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필리핀, 인도네시아와 같은 가난한 나라에서만 물 민영화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한국은 미국의 사례가 도움이 될 겁니다. 네슬레는 미국 위스콘신주의 천연자원 관리 당국의 허가로, 이 지역 지하수를 주요 수원으로 삼아 ‘아이스마운틴’이라는 생수를 시판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뉴포트를 걱정하는 시민의 모임’을 결성하고 “생태계에서 샘물을 퍼가는 행위는 사람에게서 피를 빼내는 행위와 마찬가지다”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네슬레는 2002년 5월부터 미시간 스탠우드에서도 생수사업을 시작했는데, 시민들은 네슬레가 수변 생태계를 완전히 망치고 있다며 강력히 저항하고 있습니다. 물민영화의 방법은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  한국에서는 2000년 3월  비벤디워터 코리아가 설립되어 서울, 대산, 여천, 가남, 청주, 구미 등 6곳에 사업장을 두고 있습니다. 수에즈와 한화건설은 양주군에 하수종말처리장 3곳을 건설하고 20년간 운영권을 갖기로 했습니다
모드 발로: 다국적 물 기업들이 민영화 사업권을 획득하는 데는 몇 가지 방법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 사례들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번 세계물포럼이 열리는 동안 이탈리아의 플로렌스, 브라질의 상 파울로 그리고 뉴욕과 뉴델리에서 시민들이 모여 물포럼을 열었습니다. ‘생명의 물’을 지키기 위해 서로 정보와 경험을 나누고 대안을 찾는 세계시민들의 연대체가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푸른지구운동’은 지구 공동재산인 물을 공유하고 보호하기 위한 선언문을 채택하고, 그 내용을 실현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물 민영화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면 어느 곳이든 달려가겠습니다.

이유진(녹색연합 국제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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