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새가 살지못하는 곳은 사람도 잘살수 없다.

2003.07.25 | 미분류

김포대교에서부터 한강 하류는 조석 간만의 차이에 의해 갯벌이 들어났다 잠겼다하는 전형적인 하구 지역이다. 금강하구, 낙동강하구, 영산강하구 등의 주요 하천들이 하구둑 건설로 모두 하구 생태계가 크게 훼손된 현재, 한강하구는 접경지역에 위치한 관계로 국내 거의 유일하게 하구 생태계가 잘 보존된 곳이다. 특히 일산대교가 착공될 지역은 한강 하구에서도 가장 많은 철새가 집중, 도래하는 곳으로 일산대교가 건설될 경우, 주변 김포시와 고양시의 개발을 가속시켜 철새의 도래가 크게 격감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철원평야를 포함하여 국내 단 2곳뿐인 재두루미 월동지가 상실될 가능성이 크게 우려된다.

[전문가칼럼] 새가 살지못하는 곳은 사람도 잘살수 없다.
– 철새도래지를 파괴하는 일산대교건설은 중단되어야 한다.
이기섭/녹색연합 연안보전위원회 위원, 에코텍환경생태연구소 박사



지난 2002년 한 해 동안, 김포대교에서 일산대교 예정지까지의 한강하구에는 64종 67,000마리 이상의 조류가 도래하였으며, 재두루미 105마리, 큰기러기는 17,000, 청둥오리 14,000, 흰죽지 9,000, 갈매기류 6,000, 쇠기러기 2,000, 떼까마귀 6,600, 저어새 3마리 등이 관찰되었다. 큰기러기, 흰죽지, 재갈매기의 국내 최대 도래지였으며, 한강 하구 내 재두루미가 월동하는 유일한 장소였다. 더불어 고라니, 삵, 너구리, 족제비 등 많은 수의 포유류가 서식하였으며, 고라니의 서식밀도는 국내 최대라고 할 수 있었다. 또한 말똥게의 국내 최대 서식지였다.  

그러나 이곳은 수역을 제외한 주변 농경지와 인근 유역의 급격한 상실과 더불어 도시확장, 양쪽 강변도로 건설 등의 개발로 인해 하구 생태계의 기능을 크게 잃어가고 있다. 그 예로 1990년대까지만 해도 장항벌을 이용하던 재두루미들이 일산시 확장으로 더 이상 이곳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었으며, 김포시의 홍도벌도 인적이 적은 아침에만 잠시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더불어 오리류의 수는 크게 감소하는 추세에 있으며, 다른 도래지들과 달리 기러기들이 주간에는 농경지에 가지 못하고 야간에만 인근 농경지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더하여 김포시 북부지역, 고양시와 파주시의 개발효과, 교통량 증가를 목적으로 하는 일산대교의 건설은 이곳 철새들의 숨통을 조이고 하구 기능을 상실시키는 심각한 생태계 파괴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일산대교는 철새 밀집 도래지역을 관통함으로 한강하구 중 가장 중요하고 보존가치가 큰 핵심지역에 대한 훼손을 불가피하게 하며, 대교 건설 이후에 주변 농경지와 유역에 대한 택지와 도로 개발이 가속화됨으로 인해 겨울철새의 도래수가 격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산대교 건설과정에서 생기는 토사와 시멘트의 유출은 주변 갯벌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일산대교는 주변의 철새 휴식처나 먹이터를 없애고, 저어새, 큰기러기 등의 조류 이동을 방해하며 소음, 불빛 방해 등으로 인해 해오라기 번식지, 재두루미와 큰기러기 월동지 등을 상실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김포대교가 건설된 이후에 하구 생태계가 행주대교에서 김포대교 아래로 이동, 축소된 것처럼, 또 다시 실질적인 하구는 일산대교 아래로 크게 축소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일산대교 아래 하류 지역은 결빙으로 인해 겨울철새들이 거의 월동하지 못하는 곳이기 때문에 일산대교 건설은 실질적으로 철새들의 월동지를 사라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일산대교 건설은 철회되어야 하며, 하구 생태계 보존차원에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바이다.

개발에 따른 경제적 이익만 따지지 말고 자연파괴에 따른 손실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새들이 살지 못하는 곳에서는 사람도 잘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문의 : 김타균 정책실장 02-747-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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