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가 만난 제주의 빛과 그림자

2003.08.11 | 미분류

중학교에 들어서 저는 사소한 일을 가지고 얼마동안 고민하면서 사춘기를 겪게 되었죠. 항상 마음이 지쳐 있었고, 평소에 생각하던 환경보호의 꿈도 서서히 기억 속에 희미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때 우연히 이 캠프 포스터를 보고서 그 희미해진 환경보호 직업의 꿈을 뚜렷이 하겠다는 마음으로 이 캠프에 신청하게 되었고 그 기회가 주어지게 된 건 저에게 있어 정말 크나큰 행운이었습니다.

미래세대가 만난 제주의 빛과 그림자
– HSBC 미래세대 섬 환경캠프 2003을 다녀 온 후



   ▲ 발대식을 마치고 참가자들의 녹색희망을 담은 한반도 깃발 앞에서..

첫째 날, 출발하기 전 녹색연합 대표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가서 인간이 저지른 잘못도 보라”고. 그 모습은 둘째 날 한라산을 오르면서 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서 두 발로 산이 보일 때까지 오르면서 느낀 한라산의 첫 인상은, 아스팔트까지 길로 시작되는 인간들의 발길이었습니다. 그리고 곳곳의 공사로 시끄러운 기계 소리로 신음하는 한라산 숲의 지친 모습이었습니다.
한라산을 오르면서 들려오는 숲의 소리는 TV에서나 듣던 소리라 정말 저를 즐겁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점점 올라가 한라산 들판 지역이 나오자 헬리콥터 소리가 귀를 사납게 만들었습니다. 그 헬리콥터는 지난해 태풍 루사로 무너진 곳을 토사로 매꾸는 작업이라고 들었습니다.
전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산에 올라가 야호를 외치지 말라”, “산에 사는 생명체들이 놀란다.”고…
그날은 더워서 노루가 잘 안나오는 날이라고 함에도 불구하고 그날 우연히 노루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노루를 보고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그 때 위로 헬리콥터가 날아들었습니다. 그러자 노루는 정신없이 어디론가 줄행랑을 치더군요. 많이 놀란 듯 보였습니다. 이렇게 놀라는 생명체는 노루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이 헬리콥터는 적어도 30분에 한번씩 한라산으로 날아다녔습니다. 그것도 하루가 아닙니다. 오랜 시간입니다. 이를 보던 한 선생님은, “한곳이 돌아오면 다른 한곳이 다시 파괴 된다”시면서 “저 흙은 이 지역이 아닌 다른 땅에 있던 흙인데 이곳에 옮긴다면 그 다른 땅에서 살던 생물들은 이곳에 터전을 잡는다.” 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한라산 목적지에서 우연히 인터뷰를 받게 되었습니다. 아나운서가 여러 가지 질문하더군요. 그 중 하나가 “환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 답은 “그냥”입니다. 제 답을 들은 한 친구가 제게 말했습니다. “이유가 없는 것이 좋은 거야, 이유가 있다면 그것이 싫증나면 나중에는 좋아하지 않잖아”라고. 사실 그렇습니다. 우리가 가족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에는 이유가 없습니다. 이유 없이 좋은 것이 정말 좋아하는 것입니다.



   ▲ 섬속의 섬. 우도의 해안을 따라 이동하고 있는 참가자들.

셋째 날, 우리는 오름에 올라갔습니다. 그 날 날씨는 너무 쨍쨍한 바람에 오름을 올라가는 우리는 정말 죽을 맛이었습니다. 올라갈 때 힘들어하는 우리를 보고 문용포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바람에 몸을 맡겨라”고… 남들도 그렇듯이 저도 오름에 올라갔을 때에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힘든 것에 지쳐서 오름 위에서의 자연의 미를 느끼지 못하였습니다. 그것이 저에게 정말 안타까움 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오름 위에서의 바람, 바람에 흔들리는 풀들, 빠져들 듯한 큰 분화구 등등을 내가 느끼고, 보지 못하였다면 나는 그 정상에서 일어서지도 못했을 거야. 오름을 올라갈 때 그 힘든 과정이 내가 살아가는 데에 많은 힘을 불어넣어 줄 거야’ 라고요. 이날 우리 모둠의 한 친구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산을 오를 때에 힘든 것은 산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이다.”

오름에서 내려온 후 우리는 비자림 숲을 갔습니다. 비자림 숲에 태양이 떴을때 한번 가보고 달이 떴을때 한번 가보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비자림 숲에 달이 떴을때 갔을때가 인상 깊었습니다. 전 그때 달빛이 밝은 줄은 처음 알았죠. 후레쉬를 켜지 않아도 우리는 달빛에 의해 서로가 보였습니다. 달빛은 인간들이 만들어낸 빛에 의해 저쪽 뒤편에 가려져있었습니다.



   ▲ 성산 수마포 진지동굴에서..

넷째 날, 우리는 비교적 전 날보다는 쉬운 코스였습니다. 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매일매일 힘들다가 이렇게 쉬워지니 뭔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넷째 날 일정은 <모둠끼리 가자!> 입니다. 우리 모둠의 코스는 수마포, 돈짓당, 하도철새도래지 입니다.
수마포에서 본 동굴은 일제 시대 당시 일본군이 주둔하며 성산 일출봉을 요새화하고 수마포 해안가에 24개의 인공 굴을 파게 했고, 이에 동원되어야 했던 수많은 제주민의 고통은 해방 후에도 이어지게 됩니다. 1948년 4.3 당시 이 동굴은 군경 합동 토벌대들에 의해 무고한 주민 100여 명이 마치 ‘멸치 널어지듯’ 학살되기도 한, 뼈아픈 역사를 가진 곳이었습니다. 여기서 슬픈 제주를 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돈짓당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에는 해수면에서 물이 올라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것을 우리는 용천수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것은 양식장에서 나온 양식장 찌꺼기 바닷물이었습니다. 그것은 환경오염을 시키는 원인중 하나라고 합니다. 그것을 그냥 보고만 있는 것이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돈짓당에 도착했을 때에는 나무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 나무에는 제주민들의 혼이 실려 있습니다. 제주민들은 그곳에 영혼이 실려 있다고 믿고 그곳에 마음을 털어놓으며 힘든 자신의 마음을 달랬나 봅니다. 그런데 이러한 당들이 제주도에는 많은데 그 당에 있는 나무에 십자가 모양으로 금을 긋거나 페인트로 칠한 사건이 많은 가 봅니다. 서로가 이해를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 생개납 돈짓당에서..

하도철새도래지에 도착했을 때에는 철새가 한 마리도 없었습니다. 나중에 백로 한 두마리 볼 수 있었죠. 하도철새도래지에 겨울에는 철새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하도철새도래지는 예전 같지 않다고 합니다. 둑 건설로 바닷물이 고이면서 오염이 되고 주위의 차 소리들 때문에 새들이 하도철새 도래지에서 생활하기가 힘이든가 봅니다.
하도철새도래지에서 나와 제주의 골목 ‘올레’를 지나면서 마을 어르신들도 만나고 이야기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후 돌아갈 때 갑자기 비가 왕창 내렸죠. 그날 대장 선생님이 비가 안온다고 했는데… 그래서 비를 맞아 온몸이 홀딱 젖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비를 마음 놓고 맞아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서울의 비는 산성비이기 때문에 마음 놓고 맞지도 못하죠. 제주도는 그나마 비가 깨끗하기에 비 맞는 마음이 편했습니다. 비속에서 한발 뛰기…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그리고 바닷가에서 조개목걸이를 만들지 못한 저에게 목걸이를 조개목걸이를 선물해주신 한 선생님… 그 분도 정말 잊지 못합니다. 조개목걸이를 보며 그 분을 떠올립니다.

다섯째 날, 우리는 우도를 갔습니다. 우도의 소머리에 위치하는 곳에서 보는 자연환경 모습은 보는 곳마다 모두 다릅니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다섯째 날 밤, 우리는 그동안의 캠프 생활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내일 헤어짐의 안타까움을 서로 위로했습니다.



   ▲ 한라산 윗세오름. 대피소에 올라 멀리 백록담을 뒤로 하고. 아자!

마지막 날, 우리는 김영갑 갤러리에 갔습니다. 우리가 5박 6일 동안 다 보지 못한 제주도의 빛과 그림자 그 남은 이야기를 20년 동안 담아내고 계신 사진이었습니다. 갤러리에 나와 서울행 비행기를 타야 했습니다. 김포공항에서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 따뜻한 포옹으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눈물의 이별을 해야 했습니다. 이 캠프의 소중한 인연과 경험은 제 인생에 그리고 이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선생님… 모두의 가슴에 가슴 벅차고 뜻깊은 무언가로 하나씩 심어졌습니다. 제주에서의 씨앗들이 우리들이 앞으로 살아갈 그곳에서 힘차게 싹틔울 것을 기약하며…

글 : 미래세대 섬환경캠프 참가자 이동재

<'에코문화재'.. 5박 6일의 마지막 밤에 쓴 글.>

                                                                                                                      유하나

제주에 왔습니다.
여기 환경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또다른 녹색을 찾기 위해 이 곳에 모였습니다.
처음에는 너무나 바쁘고 힘든 일정에
때로는 불평도 하고 투정도 부렸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습니다.
자연을 알기 위한, 배우기 위한. 과정의 일부분이라는 것을요.

아름다운 녹색의 한라산을 보며 새로운 자연을 느꼈습니다.
푸르른 바람의 다랑쉬 오름을 보며 시원한 녹색을 느꼈습니다.
인간에 의해 파괴되어가는, 하지만 아름다운 비자나무을 보며 나무의 고통을 함께 느꼈습니다.
해녀들의 한이 서린 해녀항쟁탑을 보며 바다의 그림자를 느꼈습니다.
시원하고 깨끗한 자연의 풍력발전단지를 보며 인간의 이기심을 느꼈습니다.
아늑하고 소박한 서문하르방당을 보며 제주의 순수한 문화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오늘. 섬 속의 섬 우도에서 자연과 친해지는 방법을 느꼈습니다.

우리가 5박 6일동안 생각하고 느낀 것은 모두 다르겠지만
단 한가지는 알고 있습니다.
인간의 허망한 욕심과 무책임한 행동이 자연을 이토록 파괴시켰고
또한 그것을 되돌릴 수 있는 존재도 인간이라는 것을요.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많은 걸 배웠습니다.
하지만 이제 헤어질 시간이 가까이 왔나 봅니다.

말썽도 실수도 많았던 우리를 언제나 따뜻하게 감싸주신
캠프 선생님들께 감사합니다.
자연을 알고, 배우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나 자신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느낌을 알게 해 준
캠프의 모든 친구들에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푸르른 당신의 눈물로서 당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해 준
제주의 자연에게 감사합니다.

이제 5박 6일의 일정이 끝나갑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녹색의 자연을 사랑할 것을 약속합니다.

마지막으로 만약 이 세상에 창조주가 있고 만물주가 있다면
그들이 우리에게 만들어 준 아름다운 녹색의 자연에 한없이 감사합니다.
다만, 자연이 인간이라는 이기적인 동물의 파괴에도
방어하지 못할 만큼 한없이 연약한 존재라는 것..
그들도, 우리도 되돌릴 수 없는 커다란 실수라 지칭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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