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끝없는 푸르름을 배우자!

2003.08.18 | 미분류

지난 8월 7일부터 10일까지 남해갯벌생태학교에서 해양생태계 지도자 양성과정이 있었습니다. 6시간 만에 도착한 남해학교의 모습은 참 예쁘고, 편안해 보였습니다. 이층으로 지어진 작은 건물에, 잔디밭으로 가꾸어진 비교적 넓은 운동장과 그 운동장을 지키고 있는 오래된 벚나무는 말없이 학교의 역사를 알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바다, 끝없는 푸르름을 배우자!
2003해양생태계교육자양성과정 참가기

방으로 꾸며진 교실에 짐을 내리고, 마을을 둘러보았습니다. 짙은 녹색의 나무들로 덮인 산들과 그 안에 펼쳐진 논과 밭이 온통 녹색의 세상이었고, 그 주위를 옅은 하늘색의 남해가 둘러싸고 있는 참 아름다운 동네였습니다.  

드디어 교육 첫날이 밝았고, 오후가 되면서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수선거리며 어느새 비어있던 방들도 사람들과 짐들로 채워지면서 곧바로 일정이 소개되고 모둠별 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어서, 해양생물과 갯벌에 대한 첫 강의가 시작되었고, 사람들은 바로 시작된 일정에도 불구하고 피곤한 모습 없이 첫 강의를 들었습니다.

저녁식사 후엔 갯벌로 나가 강의에 이은 현장학습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을을 지나 바다로 가는 길, 도둑게가 먼저 나와 우리를 맞았는데, 녀석은 돌 틈과 수로에서 마을로 향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 마실을 가는 중이었던 것 같습니다. 크기는 어른의 손등 반만 하고, 특히나 아주 새빨간 집게발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육지에 적응을 아주 잘해서, 인가 근처까지 마실을 와서는 음식도 슬쩍 찾아먹는다고 해서 도둑게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환경이 많이 파괴되어 지금은 보기 쉽지 않지요.



  ▲ 참가자들이 직접 조사하고 그린 진목리 갯벌 생태지도

갯벌에 도착해 보니 아직 물이 채 빠지지 않았는데 이미 엄청난 갯벌 식구들이 몰려나와 제각기 볼일을 보느라 분주한 모습들이었습니다. 저희도 거기 끼어 하나라도 더 알고 가려고, 어둔 갯벌에 손전등을 여기저기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아마도 이런 우리들로 인해 졸지에 희생된 생명도 적지 않을 듯 했습니다.

둘째날 요가로 전날의 누적된 피로를 풀고, 식물 강의를 듣고 난 후 역시 바닷가로 가서 현장학습을 하였습니다. 이번엔 어제 못 본 모래갯벌로 이동을 해서 게들의 활동을 관찰했습니다. 모래갯벌에 돋보기를 꽂고 꼼짝도 하지 않고 있으면 여기저기 크고 작은 구멍에서 염낭게라는 친구가 나와 열심히 모래 굴리기를 합니다. 이 염낭게는 모래알에 붙어있는 작은 유기물을 먹고 모래 굴리는 행동을 합니다. 우리가 모래해안에서 만나는 무수히 많은 작은 모래덩어리들이 바로 이 친구가 먹이 활동을 하고 난 흔적이지요.

그 다음에 한 스노클링은 더위에  지친 우리를 물로 부르는 너무 즐거운 순서였습니다. 커다란 물안경을 쓰고, 오리발 신고, 입으로 호흡하며 바닥을 보는 건데 코로 숨쉬는 습관으로 몇몇 사람은 물을 먹는 일이 있었지만,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단 파도 때문에 물이 흐려 아무것도 보지 못 한 것은 아쉬웠지만………



  ▲ 사촌해안에서 바위해안 관찰과 스노클링을 끝낸후..

셋째날은 새를 관찰하느라 새벽부터 일찍 서둘렀습니다. 새들에게 들킬라, 조심조심 다가가 망원경으로 살펴보는데 눈이라도 서로 대충 맞으면 정말이지 금방 도망가 버릴까봐 조바심을 내며 보았는데도, 도요새는 그것도 맘에 안 들었는지 금방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래도 중대백로와 황로는 아주 오래도록 볼 수 있었고, 서울에서는 이제 거의 사라져 버린 제비가 어릴 적 모습처럼 떼로 날아와 전깃줄에 나란히 앉아있었습니다. 오랜 만에 보는 그 모습이 얼마나 고맙고 감동스러운지 말로 표현이 안 되었습니다.



  ▲ 이른아침 필드스코우프로 조류 관찰중인 참가자들

이제 우리의 일정이 거의 끝나가고 있습니다. 야생에서의 시간이 너무도 짧아, 그 생명들을 가슴으로 깊이 느끼기엔 빠듯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갯벌에 있던 수많은 생명들과 새들, 식물들과의 만남은 나에게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갖게 하였습니다. 그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무차별하게 삶의 터전을 뺏고, 생명을 앗아가고 있는 현실이 너무도 부당하게 느껴집니다. 이 공부를 하면서, 난 우리가 모든 생명들 앞에 더 겸손해지고, 더 작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는 모두 왔던 곳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우리는 앞으로도 더 많이 야생의 동식물을 만나고, 바다를 만나며 느끼고 공유하는 삶을 지향하고, 또한 우리가 느낀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느끼게 하는 안내자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이번에 체험하고 만난 생명들에게 보답하는 일입니다.

글 : 참가자 장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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