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평화와 희망을 위한 3000배

2003.09.08 | 미분류

경부고속철도 천성산․금정산 구간 대안노선 및 기존노선재검토위원회의 검토보고서가 제출되었지만, 아직 정확한 대안노선이 제시되지 못했고, 이번 사안은 총리실 산하로 이전되었다. 특히 건교부는 3대 국책사업(경인운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사패산 구간, 경부고속철도 금정산․천성산 구간) 진행 여부에 대해 이달 말까지 결단을 내리겠다는 자세다. 지난 2월 38일간의 단식으로 고속철 문제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운 내원사 ‘산감’ 지율스님께서 이번에는 하루 3000천배를 시작했고, 이 역시 이번 주말이면 한달이다. 다음은 지율스님 3000배의 기록이다.



   ▲ 사진제공 : 현대불교신문 천미희 기자

내원사 지율스님께서 하루 3000배를 시작한지 20여일을 훌쩍 넘었습니다. 그 동안 스님의 무릎은 패이고 붓고 물이 찼습니다. 무릎이 아파 밤에는 깊은 잠을 주무시지 못해 힘들어하지요.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채 아침 9시부터 저녁9시까지 절을 합니다. 스님 당신도, 가까이서 지켜봐야 하는 저도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간들입니다. 솔직히 아무리 잘 회복했다 하더라도 올 2월부터 38일간의 단식이 끝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절하느라 밥보다는 죽 같은 가벼운 음식으로 버티는 스님이 너무 걱정스럽습니다.

   ▼ 사진제공 : 현대불교신문 천미희 기자


지율스님의 소식을 들으면 사람들은 바로 천성산이 아니라, 스님의 다음 행보를 궁금해하는 것 같습니다. 청와대도 극단의 사태를 걱정하더군요. 청와대를 고민스럽게 하는 것은 경부고속철도가 관통하는 천성산이라는 절대가치가 주는 진실일까요, 아니면 스님의 행위인가요? 지금 보기에는 모두의 관심은 후자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스님은 본의든 타의든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스님이 극단적인 고행을 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천성산을 뚫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인가요? 그렇죠. 그러나 그것만은 아닙니다. 조계종 총무원장이 누군지도 모르던 선방의 수도승은 천성산 관통 고속철도를 통해 사회의 부조리와 병폐를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더 이상 천성산 고속철도는 환경문제가 아닌 것이지요. 스님은 당신의 행동을 통해 병들고 곪을 대로 곪은 우리 사회가 변화하기를 바랍니다. 사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솔직히 부산바닥을 보면서 가능한지 의아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만들어가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3000배의 이유를 천성산이나 고속철도가 아닌 ‘모든 생명평화와 희망을 위한 3000배’로 한 것입니다.

오늘도 스님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무릎을 주무르십니다. 스님은 삼보일배 때 20분 행보 후 많은 사람들에게 안마를 받는 것이 눈에 거슬렸다고 합니다. 그 고집 한번 대단해 저는 그 옆에서 마냥 보고만 있습니다. 그저 마지막 시간 대에 스님 뒤에서 2-300배의 마무리 절을 함께 따라하며 ‘모든 생명에게 평화를’을 되뇌입니다. 그리고 부끄러운 우리의 현실 속에서 스님의 간절한 의지가 조금이라도 더 퍼져나가기를 기원합니다.



   ▲ 사진제공 : 현대불교신문 천미희 기자

글 : 부산녹색연합 김은정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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