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이 순환하는 유기농 농장 쉽드로브”

2004.01.06 | 미분류

런던에서 기차로 2시간 떨어진 브리스톨에는 영국의 대표적인 유기농 농장 쉽드로브(Sheepdrove)가 있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자리잡은 2,250에이커(약 5백6십만평)의 땅에 소, 돼지, 양을 키우는 목장과 유기농 채소밭, 방문 센터, 정육점이 자리 잡았다. 드넓게 펼쳐진 초지는 어미를 종종거리며 따라다니는 새끼 돼지와 송아지, 병아리들로 부산스럽다. 한눈에도 생명이 순환하는 곳이라는 느낌을 준다. 30년 전 화학농사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유기농농장은 이제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영국 유기농을 배우기 위해 방문하는 대표적인 농장이 되었다. 



쉽드로브 농장의 소는 성장촉진제나 호르몬 투입 없이  봄, 여름, 가을 신선한 풀을 뜯어 먹다가 겨울에는 축사에서 목초나 건초를 먹는다.  추운 겨울을 제외하고 모든 동물을 방목 하는 이유는 동물다운 생존을 위해서는 자연 속에서 자라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야 전염병을 이겨낼 면역력을 키우고 결국 항생제 사용을 억제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방목장에는 10가지 종류의 풀을 자라게 해 나름대로 식단도 갖췄다. 3년 동안 방목장으로 사용한 땅은 연이어  소맥, 라이밀, 콩을 3년 단위로 윤작한다. 방목장에는 흰색과 붉은 클로버 그리고 허브를 심는데 클로버를 선호하는 이유는 공기 중의 니트로겐을 토양에 흡착시키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토양을 비옥하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화학비료를 사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소가 복제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더니 농장 책임자 폴 레드모어씨는 “그런 소가 대량으로 복제되어 상품화 된다 해도 영국인들 중에는 그런 소를 먹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광우병이 육식사료에 대한 즉 인위적인 것에 대한 역효과로 인식되고 있는데 그보다 더 인위적인 조작을 가해서 문제를 풀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라고 전한다. 또 기본적으로 유럽에서는 유전자조작 식품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고 덧붙인다.

돼지를 위한 사육장은 가족 단위로 기거하게 한다. 그래야 스트레스도 줄이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믿는다. 새끼가 어느 정도 커야 다른 목장으로 옮긴다. 이곳이 바로 말로만 듣던 병아리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농장이었다. 병아리들이 자라는 방문을 열 때는 놀라지 않도록 노크를 하고 문을 열 정도이다. 영국의 축산 유기농은 동물복지에 상당한 신경을 쓴다.  토양협회에서 인증하는 유기농 축산제품은 가축이  360도 자유롭게 회전할 수 없거나, 어둡고 축축한 장소에서 기르는 방식도 금지하고 있다.  조류독감으로 전국에서 수천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 규정조차 없이 생매장 당하는 현실과는 비교가 된다. 동물이 건강하지 않은데 어떻게 인간이 건강할 수 있을까.




축산업에서 가장 문제되는 축산폐수도 5단계의 갈대밭과 연못을 통과하면서 전혀 전기를 쓰지 않고 자연정화한다. 마지막 최종 물이 정화된 연못에는 200마리의 송어가 살고 있다. 농장에는 작은 새와 야생초, 작은 포유 동물, 도마뱀, 벌레가 살아있다. 다양성이 유지되는 것이다. 농장의 골칫거리는  바로 여우와 맹금류가 가끔 닭을 물어가는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생산된 제품은 농장 안에 있는 정육점에서 가공한 후 지역 마켓과 인터넷을 통해 영국 전역으로 판매된다.  농장의 규모와 시설을 둘러보니 영세한 한국의 축산농가에는 그림의 떡으로 보일 수 있다 싶었다. 초기 자본이 많이 들었냐는 라는 질문에 농장 관리인은 몇몇 농가가 힘을 합쳤다고 전한다. 이 농장에는 모두 40여명의 농부가 일을 하고 있는데 영국  축산 농가를 비롯해서 소농이 몰락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운이 좋았다고 표현한다.  4명의 직원이 인터넷과 전화를 통해 마케팅을 하고 유기농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해마다 땅을 조금씩 더 사들이고 있다. 호텔이나 레스토랑과 직영을 맺기도 한다. 영국은 농업 보조금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농업이 쇠락하고 있다. 보조금이  고스란히 농기계 인상, 비료값 인상, 기름값 인상으로 다른 산업에 흘러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농업의 체질은 바꾸지 않은 채 향후 10년간 119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공언하는 정부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쉽드로브 목장은 그린센터를 짓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층의 환경친화적으로 지어진 목조 건물에 회의장소와 식당을 갖추고 유기농식품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 시민들과 유기농전환을 시도하는 농부들이 방문해서 회의하고 교육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유기농에 대한 믿음이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쉽드로브농장의 꿈’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다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나타났다. 한국은 지금 조류독감 비상이다. 조류독감에 대해 신속하고 체계적인 예방정책과 방역체계를 갖추는 것도 시급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생산방식에 대해 되짚어 봐야 한다. 인류는 안타깝게도  앞으로도 끊임없이 먹을거리에 대한 비상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이제 유기농이나 자연의 순환을 강조하는 흐름은  몇몇  생태주의자들의 외침이나 꿈이 아닌 건강한 먹을거리를 찾는 인류의 대안으로 떠오른 시점에 와 있는 것이 아닐까?

글 : 정책실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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