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을 걸으며 생각한것은…

2004.01.16 | 미분류

작년 2003년을 마감하던 즈음, 각종 언론은 결론을 내지 못한 사회적 갈등 중 하나로 새만금 간척사업을 꼽았다. 세계 3대 습지로 알려진 새만금을 매립하는 공사를 반대하는 주장을 하면 사람들은 대안을 묻곤 한다. 방조제 총 공사 구간 33Km의 82% 정도가 이루어진 지금은 공사를 중단하기에 너무 늦어버린 것이 아니냐는 생각에서 비롯된 질문일터이다. 아직 이구동성으로 외칠 수 있는 대안은 없어보인다.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은 직접 눈으로 보고 조사하고 몸으로 체험하면서 새만금을 기록해 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물막이 공사가 이루어지는 것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바다를 생활터전으로 하던 사람들의 생활방식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노력들이 1년이 넘고 10년이 된다면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얘기할 수 있을 것! 이라는 희망에서 비롯된 몸짓이다.



1월 10일 만경강 하구에 위치한 군산시 옥구읍 어은리 옥구염전을 찾았다. 작년 10월까지 ‘오는 소금’을 받던 염부들은 보이지 않았고, 쌀쌀한 날씨 탓에 버려진 염전은 더욱 스산해 보였다.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4공구 물막이 공사가 끝나면서 염전으로 오는 바닷물이 막혀버린 탓이다.

11일, 각지에서 모인 40여명의 시민생태조사단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어부였다가 새만금간척사업을 계기로 환경운동을 시작한 사람, 문화 인류학을 공부하는 학생, 물새를 따라다니는 사람들. 습지를 얼마나 알고, 물새의 이름을 얼마만큼 외우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새만금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발견하고 보존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면 되는 것이다. 물새팀, 저서생물팀과 문화팀 중에서 갯지렁이, 게, 조개류 등 갯벌에 사는 생물에 대한 조사를 하는 저서생물팀에 합류하였다. 갯벌에 실제로 접근해 본 적이 없어, 생물에 대한 호기심보다 갯벌 자체에 대한 흥미가 더 컸는지도 모른다.

 이번 달의 조사에서는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인해서 해안경관이 얼마나 변하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피고자 했다. 여의도의 140배에 달하는 면적을 매립한다는데 그 크기는 이미 상상을 초월한 것이어서 전체적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자세한 생태계와 사람들의 변화양상은 이후 조사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전북 부안과 고창 사이에 위치한 곰소만에서 출발하여, 궁항, 격포항을 거쳐서 제 1방조제가 건설된 현장에 도착했다. 방조제가 건설되지 않았다면 바다 한 가운데였을 곳에서 눈으로 확인한 신시도, 야미, 비응도까지의 매립규모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공사에 사용되는 바위와 흙들이 해창산 등 인근의 산을 깎고 난 결과라는 것을 안다면, 인간의 개발의지가 대단해 보이는게 아니라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마지막으로 둘러본 계화도 장금마을 살금갯벌에서 처음 밟아본 갯벌은 쫀득쫀득하면서도 약간 질퍽했다. 본래 건강한 갯벌은 해마다 1cm정도가 쌓이지만, 현재 새만금 지역 곳곳에서는 물막이공사로 인해서 해수유통이 되지 않아서 점차 퇴적이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새만금이 지역이 실제로 매립된다면 실뱀장어, 숭어 등 회유성 어류의 이동경로를 차단하며,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지를 없애고 생물종 다양성을 해치는 일이며, 자연에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방식까지 변화시킨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연 해안선은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잘 살아보자는 구호 아래 이루어지는 대규모 간척사업을 진행시키는데, 과연 잘 산다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 안에서 고통받는 사람들과 생물들에 대한 배려는 어느 정도인가.

글 : 신입활동가 고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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