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공사중 – 바다모래 채취허가 전면 중단하라!

2004.03.10 | 미분류

최근 인천 앞바다가 국민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바다모래 때문이다. 이번 바다모래를 둘러싸고 벌인 정부부처의 행태를 지켜보면 ‘무소신’과 ‘무책임’, 그리고 ‘사후약방문식’ 정책들을 집대성하기에 충분했다. 환경행정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백화점이라고 할까?

지난 20여년 동안 인천 앞바다에서는 2억㎥가 넘는 모래가 채취됐다. 특히 옹진군의 경우는 해마다 그 양이 급증했다. 20여년 동안의 채취로 해양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돼 꽃게와 새우, 넙치 등 어획량이 37~85%까지 감소했고, 모래 유실 등으로 인천 앞바다 대부분의 해수욕장이 황폐화했다.

환경부와 건설교통부, 해양수산부, 옹진군은 인천 앞바다의 해사채취 결과 나타난 해양생태계 파괴와 어족자원 고갈, 자연경관의 훼손 등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의 요구에 대해 ‘꿀먹은 벙어리’처럼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모래파동’이라는 말로 호떡집에 불난 듯 호들갑을 떨었다.

-무분별한 바다모래 채취-
심지어는 환경부가 다른 개발부처로부터 밀려오는 개발사업의 환경영향을 판단하는 가치관과 기능이 상당히 무디어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이번 바다모래 문제를 둘러싼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한마디로 안정적인 수급에만 정책의 목적을 두고 자연생태계 문제는 나 몰라라하는 꼴이 되었다. 이로써 환경부 스스로 환경영향평가제도를 완전히 ‘물’로 만들어버렸다.

해사채취업체들의 편법도 동원되었다. 현행 환경영향평가법은 채취면적이 25만㎡ 이상이거나 채취량이 50만㎥ 이상인 경우에만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돼 있어 관련업자들은 소규모로 자주 허가를 받으면서 법망을 피해왔다. 98년부터 2003년까지 누적량이 무려 6백61만㎥로 환경영향평가 대상규모의 최고 13배를 초과하는 엄청난 양을 동일광구에서 집중적으로 바다모래가 퍼 올려지고 있는데도 지금까지 환경영향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해사채취지역은 빼놓고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한 해양수산부는 어떠한가?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청회 당시까지만 해도 옹진군 주변 해안 74.6㎢ 정도를 생태계보전지역 지정계획으로 포함시켰으나 2003년 12월31일 지정, 고시된 생태계보전지역 안은 해사채취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을 뺀 55.7㎢로 축소 발표하였다. 해양생태계, 자연경관 그 어느 것도 보전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이미 지난 1990년대 말부터 여러 차례 ‘모래파동’이 예견됐지만 건설교통부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외면해 왔다. 2000년초부터 재생골재의 사용과 대체 광구의 확보, 그리고 중국과 북한으로부터의 모래수입 등 모래공급의 다양한 방안을 구체화시키라는 전문가들과 환경단체의 요구에 대해 건설교통부는 흉내만 낼 뿐 대책 다운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옹진군이 모래채취량을 줄이고,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에 대해 건설교통부는 해당지역의 모래채취 수준을 줄이거나 금지하면 “수도권에 대규모 ‘모래파동’이 일어난다”면서 ‘협박’하기 바빴다.

-해양생태계 보전 뒷전-
우리는 이맘때쯤이면 매년 ‘모래파동’이란 말을 듣게 될 것이다. 해사채취를 허가할 것이냐, 한다면 얼마나 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후약방문식으로 일관하여 대책 다운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말이다. 또한 개발 전성기 때처럼 경제특구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공단을 짓고, 댐을 건설하며, 도로를 놓을 것이고, 수도권 팽창을 부채질하는 대형 신도시를 마구 짓겠다는 거대한 토건국가의 계획을 포기하지 않는 한 말이다. ‘성장의 엔진’으로 생각하고 있는 대규모 토목사업과 건축이 계속되는 한 건설교통부와 환경부, 해양수산부 관련부처 관계자들은 국내 바닷속을 다 헤집어도 시간만 지나면 채워지는 ‘모래’로만 보일 뿐이다. 그들에겐 주민들의 생존권이나 환경파괴에 대한 최소한의 고려는 없다. 대한민국은 지금도 ‘공사중’이기 때문에 더욱 더 그러하다.

글 : 김타균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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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결의문> 옹진군은 바다모래 채취허가 전면 중단하라!

우리는 벼랑 끝에 서 있다!
지난 20년간 무자비한 골재업자에 의해 퍼 올려진 엄청난 바다모래로 인해 인천앞바다는 죽음의 바다로 변하고 있다. 조상 대대로 살아왔던 황금어장이 물고기가 씨가 말라 더 이상 어업을 계속할 수 없어 포기하는 주민이 늘어나고 있다.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 죽어가는 바다를 눈물로 등지며 그나마 아직은 아름다운 섬이 있어 그 명성을 듣고 찾는 관광객에 의존해 살아보려 많은 주민들이 빚을 내어 민박집을 지었다. 그리고 희망을 가져보기도 했다. 그러나, 아름답던 해수욕장이 흉물스런 돌밭․바위밭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며 생존의 벼랑 끝에 선 우리들은 더 이상은 물러설 곳이 없다!
섬에 희망의 별빛이 사라지고 있다.  벌안초등학교 폐교, 대이작도 초등학교의 폐교위기, 그리고 승봉도 초등학교가 폐교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제 조상대대로 살아왔던 섬은 지역공동체 붕괴의 위기에 있다.

개발독재시대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바다가 황폐화되고 아름다운 국토가 무너지는 참담한 현실을 외면한 3․2 긴급관계기관회의는 오직 ‘안정정적인 골재수급’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불법적인 결정도 서슴치 않았다. 더욱이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지방자치시대 풀뿌리민주주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며 “허가권의 중앙정부로의 회수”운운 망발을 일삼고 있다. 이는 건교부가 환경파괴와 주민생존권 위협의 문제해결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골재공급에만 정책의 목표를 두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고통받고 있는 지역주민의 가슴에 못을 박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옹진군은 더 이상 주민을 배신하는 행위를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
주민의 삶터를 지키고 보호해야할 옹진군은 그 동안 불법적인 골재채취허가로 환경파괴와 주민생존권 파괴를 오히려 부채질 해 왔다. 또다시 옹진군이 지역주민의 염원을 외면한 중앙부처의 불법적인 결정을 빌미로 지역주민 그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는 해사채취허가를 지속해서는 안된다.

건교부가 골재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골재채취법』에도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자연환경훼손/수질오염 기타의 재해로 인하여 공중에게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거나, 골재채취를 계속하는 경우 현저히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 골재채취구역의 변경 또는 채취의 중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제 ‘국책사업’ ‘골재파동’ 운운하며 지역주민을 희생양으로 삼는 바다모래 채취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그리고, 골재채취로 인한 환경피해와 주민의 경제적 피해실태를 명확히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조사결과에 근거해 환경피해를 복구하고 주민피해를 보상하라!
그리고 국익과 환경보전을 위해 건교부는 더 이상 모래채취를 강요하지 말고 [재생골재의 사용확대]  [모래수입의 전향적 검토] 등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지속가능한 골재수급정책을 수립하라!

만약, 옹진군이 주민의 바람을 져버리고 또다시 해사채취를 재개한다면 옹진군수의 퇴진을 비롯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래채취가 중단되는 날까지 주민들은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을 천명한다.  

2004. 3. 9
바다모래채취 반대와 인천섬 살리기 주민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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