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생명평화 탁발순례 현장를 다녀 와서

2004.04.14 | 미분류

생명이라 하면 우리는 자칫 인간 또는 우리가 자주 보는 동물이나 곤충이라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생명은 우리 주위에 모든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나는 녹색연합에 문을 두드렸고 4월 9일 ‘생명평화탁발순례’의 지지방문을 가게 됐다. 생명과 평화는 나에게 개인적인 숙제이자 거창하긴 하지만 삶의 목표이기도 했다. 날은 너무 눈부셔서 나의 모든것이 세상에 드러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말수가 줄고 행동이 조심스러웠다.



아침 뉴스에 이라크군이 일본인 기자들을 인질로 잡고 자위대철수를 요구하며 위협하는 장면을 봤다. 그 화면에 숨이 멎고 눈이 커졌다. 그리고 4월9일 수요일 아침 누군가가 내게 숙제를 던졌다. ‘눈부신 날씨, 아침뉴스, 생명평화탁발순례는 오늘 너에게 무엇인가’

오후 함양에 도착해서 점심 공양을 시작으로 순례일정에 참여했다. 수경스님은 삼보일배의 여독이 풀리지 않아 입안이 헐어 죽만 드셨다. 순례팀 중 많은 분들도 몸이 좋아보이지 않았다. 나도 아침에 얻은 숙제로 오는 내내 머리가 멍했고 모든 소리가 머릿속에서 왕왕 울렸다.
공양 후 논을 낀 강둑을 걷는데 바람이 불었다. 시원했다. 그 바람에 마음에 짐을 던져보았지만 바람은 그냥 내 가슴에 두고 갔다.



순례팀은 강둑에서 길을 잠시 멈추고 강둑회의를 열었다. 회의의 시작에서 생명평화순례단은 순례의 목적을 재확인하며 지칠 수 있는 자신들의 마음을 추스렸다. 겸손한 순례단의 모습은 잠시 지지 방문을 하러 온 나를 부끄럽게 했다. 순례단은 지리산 지역 순례를 마치고 4월 22일쯤을 전후하여 제주도 순례에 나선다.

생명평화순례의 성격은 적극적이며 실질적이다. 그러나 공격적이지 않고 친절했다. 순례의 성격은 남원시 아영 면사무소를 들러 순례단과 면장님과의 대화에서 느낄 수 있었다. 도법스님은 면장님과 대화에서 “갈등 구조와 대립에서 벗어나 정부의 신뢰와 협조가 이뤄진다면 더 많은 농촌 주민들의 삶과 지역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더 나아가 궁극적 목적인 사랑의 실천도 이러한 발걸음에서 시작된다. 만남과 대화로써 갈등을 풀때이다.”라는 뜻을 면장님께 전하셨다. 순례단은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해결을 위해 이러한 만남은 계속 유지할 계획이었다.

생명과 평화에 대한 노력은 일부의 것이 아니다. 삶을 사는 모든 사람들의 책임이다. 하루 일정의 마무리를 하며 순례단이 숙소에 짐을 풀고 한자리에 모여 명상을 하고 도법스님의 다르마의 가르침들었다. 다르마란 현재의 실상이라고 한다. 다르마는 우리에게 무엇도 강요하지 않는다. 이것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들었을때 우린 많은 잘못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우리가 만든 결과에 책임을 질 때이다.



지리산에서 돌아올때까지도 숙제를 풀지 못했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단순히 시간이 흘려서였을까……
오늘하루가 준 의미는 무엇일까……

마음이 가벼워진 이유는 현실을 봤기 때문인 것 같다. 현실속에는 슬픔도 있지만 슬픔을 나누고 치유하고자 실천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쁨도 있고 아름다운 것들도 많다. 아픔이 있다고 해서 눈을 감고 슬퍼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나에게 하나뿐인 ‘너’이다. 너가 있기에 내가 있고 내가 있기에 너가 있는 것 같다. 너는 나이고 나는 너이기에 너를 보고 오늘도 나는 살아 있음을 느낀다. 나는 삶의 거창한 목표를 버리고 ‘너’를 보며 느끼며 삶고 싶다.

글 : 자연생태국 송주현 02-747-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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