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은 정말 우리의 친구일까?

2003.02.05 | 미분류

봄볕을 시샘하는지 입춘에 차고 씁쓸한 바람이 붑니다. 지난 2월 4일 오후 정부종합청사에서 핵 폐기장 후보지 선정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날 오전 정부청사 뒤 세종문화회관 분수대 부근에서 핵 반대 집회가 있었습니다.



녹색연합과 환경운동연합, 녹색청년환경센터의 환경단체와 원불교천지보은회와 영광 주민분들이 모여, 원불교 교무님과 환경운동연합 김혜정 활동처장의 선발 구호로 핵 폐기장 추진 반대를 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환경․시민․종교 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하나가 되어 구호를 외치며 의사를 전달하고 핵 추진 반대를 촉구하는 자리였지만, ‘이 목소리 들으라’ 향하는 정부청사는 귀 없는 건물로만 우뚝 서 있을 뿐이었습니다. 사전에 집회신청을 하고 모인 합법 집회였지만, 전투경찰을 내세운 정부의 해산 압력도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을까요.

우리의 주장은 단순히 핵 폐기장 선정 반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핵 사업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러한 핵 관련 시위들에 대해 ‘지역 이기주의’로만 생각하기 쉬운 것이고, 저만해도 그러한 생각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현대사회는 에너지로 돌아가고 있고, 지금 우리 사회는 에너지가 부족한 실정이며, 이러한 현실에서 핵은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신에너지이다.” 이것이 이제까지 너무도 보편적이어서 다시 생각할 필요도 없는 핵에 대한 제 머릿속 상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상식은 완전히 잘못된 정보였습니다. 이날 집회를 계기로 가려져 있던 현실을 조금이나마 보게 되었고 다시 수정된 핵에 대한 생각은 “에너지는 결코 부족한 실정이 아니며, 오히려 과잉생산하고 과잉소비하며 돌아가고 있는 너무도 자본적인 산업이며, 결코 경제적이지도 더 이상 안전하지도 않은 사향산업이다.”라는 것입니다.



그동안 평범한 무관시민 입장에서 보는 어떤 집회란, 구호로 된 주장만 있을 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이유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분명한 이유는, 사회 전체를 조망하는 능력이 없더라도 너무도 당연한 주장을 하게 합니다. 나 한사람의 수준에서 선택하는 문제에 대해선 결정할 수 있지만, 그럴 수 없는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고작 주장을 할 수 있을 뿐이지요. 고작이라지만, 그러나 그러한 개인의 올바른 인식이 중요하다는 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집회 참여가 제겐 중요한 경험이었구요.

이제 겨우 몇 번 자원활동을 하고 있을 뿐 집회는 처음이었고 핵에 대한 지식도 전무한 저로서는 이날 집회의 목소리가 되기보단 작은 귀였습니다. 지금 이 자리는 어떤 자리인가, 왜 핵을 반대하는가, 핵은 무엇이고, 에너지와 사회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 그동안 일부만 가리고 보여주는, 그래서 왜곡하기도 하는 언론을 통해서만 보아왔고 내 문제로 생각해 본 적도 호기심 수준의 작은 관심도 없었지만, 이 집회는 잠자던 내 주변의 환경 그 수면 위로 꼬리에 꼬리를 문 질문들을 낚기 시작했습니다.

봄을 막아선 소식 하나. 그러나 언젠가 봄은 오겠지요. 와야겠지요, 당연히!

글 / 녹색연합 자원활동가 윤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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