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 여의도에! 핵폐기장 청와대에!

2003.03.24 | 미분류

“얘들아, 뭐하니?”
무언가 구경거리가 생겼나보다.
코 찔찔이 꼬마부터 하교 후 떡볶기 사먹느라 정신 없는 초등학생들, 중절모를 멋지게 걸친 양복쟁이 아저씨, 줄무늬 몸빼 바지에 커다랗고 검붉은 다라 하나씩 옆구리에 끼고 이야기 꽃 피우느라 바쁜 아주머니들까지. 심지어 순찰 돌던 경찰아저씨도 높디높은 군청 담벼락에 달라붙어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다.

[핵폐기장 백지화 핵발전 추방 국민대회]를 준비하며.
핵발전소 여의도에! 핵폐기장 청와대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핵폐기장 건설 후보지로 발표한 지역 주민들은 이렇듯 ‘핵’이라는 말에 온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얘들아, 너희들 핵이 뭔지 알아”
“나쁜 거요”
“왜 나쁜데?”
“…………………”

자신을 초등학교 4학년이라고 밝힌 이 동네 아이들은 나의 질문에 퍽 당황했나보다. 하도 뛰어 놀아 새하얗던 운동화에 먼지가 수북이 쌓일 정도의 이 장난꾸러기 아이들은 어느새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렸다. 그 모습이 너무나 순진해 보여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핵이라는 말은 어디서 들었어?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알려줬니?”
“길 지나다니면 많이 쓰여 있어요, 그래서 어른들에게 물어봤는데, 안 알려줬어요”
새삼스럽게 충격이 밀려왔다.



오슬로 대학의 한국학 교수인 박노자氏는 노르웨이에선 꼬마 아이들도 반전 가요를 동요처럼 즐겨 부른다고 곧잘 말한다. 집회나 시위 등 정부에 반하는 행동이면 무조건 나쁜 것 인양 가르치는 우리는 아직까지도 갈 길이 멀구나 싶다.
핵폐기장의 건설 반대를 목소리 높여 외치는 이유는 ‘미래 세대’를 위함이다. 새만금이 그렇고, 북한산이 그렇고, 반전(反戰)이 그렇다. 우리가 우리만 잘 먹고 잘 살자고 이렇듯 공 들여 투쟁하겠는가.
단지 어리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침묵할 핑계를 제공하는 것 같아, 나 또한 반성의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3월 13일과 19일에 고창과 울진에서 열린 ‘핵폐기장 반대 군민 집회’에서 더욱 더 아이들의 외침에 눈길이 갔다.



핵폐기장 후보지로 발표된 4개 지역(고창, 울진, 영광, 영덕)은 19일의 울진 집회를 마지막으로 릴레이로 열리던 지역 집회를 마무리했다. ‘산업자원부의 2월 4일 발표’를 기점으로 반핵국민행동이 출범하면서 두 달여간 힘들여 싸웠던 지역 주민들은 ‘서로 힘을 합쳐 싸우자’는 연대감을 바탕으로 3월 27일,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 그들의 한 목소리를 표출한다.
힘든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도 후세를 위해 끝까지 ‘핵’을 반대하는 이들에게 박수와 용기를 함께 보낸다.

자연이 주는 그대로를 사용해서 그대로 돌려주는 에너지들로 우리의 일상이 이루어질 때까지, 녹색 에너지들로 우리 삶이 채워질 때까지, 그들은 언제나 같은 목소리를 낼 것이다.
‘핵은 절대 안 된다고.’

이버들 대안사회국 qjemfl@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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