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부도덕함의 끝은 어디인가?

2003.04.14 | 미분류

원자력 발전소는 40년의 수명을 갖고 있으며, 수명이 다한 원전은 폐지하게 된다. 이러한 원전의 폐지와 철거 시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미리 적립하는데, 이러한 비용을 ‘원전 사후 처리 충당금’(이하 사후충당금)이라 한다. 이러한 사후충당금은 전기세에 포함되어 국민들이 부담하는 것으로 ‘준조세’의 성격이 강하며, 전기사업법에는 법률에 정해진 바에 따라 원전 사업자가 소요 비용을 매년 분할 적립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한수원, 부도덕함의 끝은 어디인가?

[한수원의 원전사후처리 충당금 전용 고발 및 감사청구와 기자회견]



그 동안 발전소 철거비용은 원자로 1기 당 처분 비용(2001년 기준 2,136억원)에 물가 상승률을 적용해 25년 간 매년 균등 분할하여 적립해왔다고 한국수력원자력(주)은 밝혀왔다. 더불어 방사성폐기물 처분비용은 발생량, 처분단가 및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여 매년 충당하는데, 2001년의 경우 사용후 연료는 1kg당 약 72만원, 중저준위 폐기물은 드럼 당 약 86만원을 기준으로 적립됐어야했다. 따라서 2001년도에 적립해야할 총 금액은 4,225억 원에 달했는데, 이는 2001년도 원자력 총 발전량 1,066억kWh를 기준으로 할 때 1kW당 3.96원이 적립됐다는 의미며, 총 25년 간 적립된 금액을 합산하면 4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한수원(주)은 원전의 폐로(閉爐)와 핵폐기물의 처분을 위해 적립해온 4조원대의 사후충당금 전액을 원전건설 등에 불법 전용해왔다. 이에 녹색연합을 포함한 주민․시민단체의 연대기구인 ‘반핵국민행동’은 전기사업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하고, 4월 14일에 기자회견을 열어 반핵국민행동의 의사를 표명했다.

최승국 집행위원(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는 최병모 공동대표(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김영락 공동대표(기독교환경연대 대표), 김대선 집행위원장(원불교 서울교구), 서주원 집행위원장(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박태현 변호사(공익환경법률센터)가 참여해 이 사안의 심각성을 더욱 강조했다. 특히 단식 18일째를 맞고 있는 김성근 교무(한국반핵운동연대 대표)가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공식적으로 사후충당금은 한전에 의해 지난 1983년부터 지금까지 총 4조6천7백42억 원이 적립되었다. 이중 1천7백93억 원이 지난 1990년대 핵폐기장 부지선정작업에 사용되었고, 770억 원은 현재 핵폐기장 처리사업을 하고 있는 원자력환경기술원에 지불되어 현재 공식적인 사후충당금 잔액은 4조4천1백79억 원이다.

그러나 한전은 지난 1990년대 내내 원전 등 무리한 발전소건설 강행으로 인해 매년 2조원이상의 부채를 갖고있는데, 이 같은 부채의 상환압박을 받던 한전이 사후충당금을 편법 전용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전은 지난 2000년에 이르러서 누적된 부채가 25조원에 달했고 연간 원리상환금으로 8조원을 지출해야 한다.

따라서 고리1호기, 월성1호기 등 초창기 원전들이 수명이 다 되어감에 따라 이들의 안전한 폐로 작업 준비를 위해 곧 필요하게 될 사후충당금이 이렇게 편법으로 전용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고리1호기의 경우 2008년, 월성1호기의 경우 2013년경에 수명이 종료될 예정이므로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또한, 한수원(주)이 상정하고 있는 사후처리충당금 규모가 비현실적이라는 점에 큰 문제가 있다. 현재 한수원(주)은 발전소 1기당 폐로 비용으로 평균 1천6백억 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상정하고 충당금을 적립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999년 한전이 OECD 산하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보고한 고리1호기(600MK) 폐로 예상비용은 6억 달러(7천5백억 원)에 달해 국내 원전 전체 폐로 적립 비용의 50%에 육박한다. 미국 PG&E사의 경우, 자사가 운영하고 있는 디아블로 캐년(Diablo Canyon) 1,2호기(총 2,200MW)의 폐로 비용을 12억 달러(1조5천억 원)로 산정하고 있다. 그리고 영국의 경우, 최근 통상산업성(DTI)의 발표에서 통해 영국내상업용 핵발전소 사후처리충당금으로 총 760억 달러(95조원 상당)가 투여될 것으로 밝혔다. 이는 사후충당금이 현재의 정부 예상치보다 훨씬 더 많은 재원이 투여되어도 모자랄 판에 이 예산을 편법 전용한 것은 공기업인 한수원의 도덕적 해이현상이 만연해 있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이에 이 같은 편법전용은 원전의 자본비용을 실제보다 저렴한 것처럼 축소시키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전력산업계에서 다른 발전소들과의 공정한 경쟁을 왜곡시키는 역할을 해왔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이러한 편법전용을 전제로 원전의 발전단가가 가장 저렴하다는 식의 주장과 무리한 원전추가 건설정책은 중단되어야 한다.

[표 1] 국내 <원전사후처리충당금> 충당누계 및 사용실적(단위: 억 원)































구분


충당누계액


* 공식 사용액


잔액


원전철거비(폐로)


15,522


0


15,522


방사성폐기물처분비


  425


2,563


28,657


사용후연료 처분비


30,795



46,742


2,563


44,179

* 사용내역 : 1. 방사성 폐기물관리기금 부담금으로 정부에 납부(1,793억원)

                  2. 원자력환경기술원 예산으로 사용(770억원)

[표 2] 주요국 원전사후처리충당금 비교























 


처리대상 폐기물 유형


전체처분비용


독일


원자로, 사용후연료


44조원(현재 적립금)


영국


원자로, 사용후연료, 재처리시설


95조원(최종예상비용)


한국


원자로, 사용후연료


4조1천억원(공식적립금)

자료 : International Energy Agency, ‘Nuclear Power in the OECD’, 2001

         UK Department of Trade and Industry, ‘Managing the Nuclear Legacy’, 2002

문의 : 대안사회국 이버들(747-8500, qjemfl@greenkorea.org) / 자료제공 : 반핵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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