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장 후보부지 용역최종보고서>는 폐기되어야 한다.

2003.04.16 | 미분류

핵폐기장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대 국회 요청을 위해 우리는 한나라당 당사를 찾아갔다. 4월 16일 10시 30분,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권한대행과 이상배 정책위의장, 신현태 국회의원(국회 산자위 간사), 김광운 국회의원(지역구: 경북 울진), 김찬우 국회의원(지역구: 경북 영덕)이 배석한 가운데, 이선종 반핵국민행동 공동대표(원불교 천지보은회)와 최열 공동대표(환경운동연합), 최승국 집행위원(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 황성섭 공동대표(울진반투위, 울진군의원), 김용국 정책실장(영광비대위), 주중호 대외협력위원장(영덕반투위), 양대웅 차장(범고창군민대책위)이 참여하여 열띤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최승국 집행위원의 사회로 이선종 교무가 인사말을 통해 첫 포문을 열었으며, 참석자들은 한수원이 4개 지역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국민을 설득시킬 수 있는 어떤 객관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고, 유치위원회 자금 지원 등 부도덕하고 음모적인 활동을 통해 핵폐기장 후보지를 선정하였다고 입을 모았다. 따라서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국회의 제1당인 한나라당 대표와의 면담을 통해 이러한 입장을 전달하였으며, 국회 산자위 주관으로 ‘공청회’를 개최하고 유치위원회 활동에 대한 감시활동을 국회가 주도적으로 활동할 것을 약속 받았다.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 후보부지도출 및 지역협력방안수립 용역최종보고서; 한수원 발간>의 주요 문제점 검토

1. 16년 간의 핵폐기장 추진정책 실패와 반복되는 파행

한국정부는 이미 지난 1988년도 울진·영덕·영일, 1990년 안면도, 1991년 태안·장흥·영일·울진·고성·양양, 1992년 청하·울진·장안, 1994년 굴업도 등을 일방적인 후보부지 용역조사결과를 바탕으로 5차례나 핵폐기장 부지선정을 강행하다가 실패해온 바 있다. 이러한 핵폐기장 부지선정 실패의 주요한 원인으로는 참여와 민주주의가 결여된 정부의 의사결정과정, 핵폐기장 부지선정주체의 부지 안전성 무시로 요약될 수 있다.

특히 활성단층대인 경기도 옹진군 굴업도를 지질안전성 조사도 없이 원자력위원회(제236차, 1994.12.22)가 ‘방사성폐기물관리시설 지구개발계획’ 대상으로 의결하고 이어서 진행된 정부가 방사성폐기물관리시설지구 지정·고시(1995.2.27)했던 사건은 핵폐기물 정책에 있어서 정부의 과학적 타당성 검토능력과 의사결정구조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증명해준 사례였다. 이는 정부가 부지안전성 검토는 물론 민주주의적 의사결정과정 모두를 배제한 채 지역 행정기관의 행정동원정도, 인구 과소로 인한 주민보상의 편의성 등을 기준으로 사업을 강행한 결과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무총리 소속 하에 부총리가 위원장인 원자력위원회의 의결, 정부의 지정고시와 같은 최고위급 수준의 국가 의사결정이 안전문제에 대한 과학적 타당성 검토도 없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위험한 전례를 남겼다. 그리고 이 같은 의사결정을 한 이후 사업의 집행과정으로서 <굴업도와 인근도서 및 해역에 대한 부지특성조사>를 시행하는 단계에 와서야 해당 부지가 활성단층대라는 사실이 우연히 발견된 것이다. 이 굴업도 사건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민주주의적 의사결정은 단순히 정치적인 합리화를 위한 요식 행위가 아니며, 이를 배제했을 경우 구체적으로 안전성 같은 중요한 문제들이 사업의 강행과정에서 실제로 무시된다는 것이다.



2. 원칙도 전문성도 없는 짜집기식 보고서

보고서는 부지선정개요에서 후보부지선정을 위해 전국 47개 시군과 483개 읍면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5단계의 압축과정으로 이번 4개 후보부지를 선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들 지역에 대해 실제로 조사된 내용은 없고 대부분 기존 문헌들의 짜집기로 대체되었으며, 충분한 조사역량이 없는 용역업체는 결국 기존 핵발전소 부지와 그 인근지역을 편의주의적로 선정하여 발표한 것이다.

1) 역대정부들의 약속 무시: 경북 울진
경북 울진은 이미 다수의 핵발전소 건설과 핵폐기장 갈등을 겪은 이후 역대정권으로부터 여러 차례 핵폐기장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은 지역이다. 지난 1994년 6월 당시 김영삼 정부는 과학기술부 장관 명의의 공문을 통해 울진에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을 건설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한바 있다. 또한 지난 1999년 김대중정부는 4월과 6월 두 차례나 산업자원부 장관 명의의 공문을 통해 “울진에는 더 이상의 핵관련 시설을 짓지 않겠다”, “핵폐기장 유치공모시 울진을 제외했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후보부지 도출보고서>에 또다시 경북 울진을 후보부지로 거명한 것은 여야를 떠나서 국가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반사회적 행위이다.

2) 항만·운송조건 고려 없는 부지선정: 전남영광·전북고창
제 221차 원자력위원회(1988.12.29)는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는 중·저준위 폐기물 영구처분시설,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및 관련 부속시설로서 그 위치를 사용후핵연료의 수송을 고려하여 임해부지로 한다”라고 정하였다. 여기서 임해부지란 단순히 바다를 접하고 있는 부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접지역에 항만이 위치하고, 또한 항만으로부터 부지까지의 접근이 용이해야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사용후핵연료를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수송하기 위한 특수선박으로 2,000~3,000톤급이 필요하며, 선박의 구조설비 요건으로 이중선체, 방사선차폐구조 …. 등을 갖추어야 한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처럼 임해부지의 항만시설에 2,000~3,000톤급 선박의 접안이 가능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볼 때, 영광·고창 해역은 전혀 적합한 부지가 아니다. 이들은 해안으로부터 10km 외해의 평균수심이 8m, 14km 외해의 수심도 불과 10m에 불과한 전형적인 저수심 해역이다. 따라서 전남 영광과 전북고창의 핵폐기장 부지선정은 용역업체인 동명기술공단 스스로의 부지선정기준과 원자력위원회의 원칙 모두를 위반하는 자가당착적 행위이다.
한수원(주)은 이 같이 운송조건 면에서 명백히 조건에 맞지 않는 지역에 대해 지난 3년여 동안 홍보비 명분의 매수작업을 통한 지역여론 조작행위를 해오다가 “대리서명”과 같은 부조리가 발각되어 지역사회에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수용성에 대한 주민의식조사결과 다른 지역에 비해 영광과 고창의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수용성이 가장 높다”라고 홍보하고 있다.

3) ‘굴업도 악몽’ 재연하는 편법 지질안전성 검토: 경북 영덕
동명기술공단이 선정한 4개후보부지중 영덕군 남정면 우곡리의 경우 지난 1999년 <한국자원연구소>가 부지의 남쪽 10~12km에서 지점에서 유계단층 노두(노두(露頭): 광맥, 암석, 지층, 석탄층 따위가 지표면에 드러난 부분)를 발견한 곳이다.<조등룡 외(1999), [원격탐사기법을 이용한 양산단층대 북부 청하지역의 제4기단층 연구], 한국자원연구소> 자원연구소 조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 단층은 지난 2천년전에도 활동이 있었던 활성단층이며, 지표면으로 노출된 연장은 200m이고, 단층면의 방향성은 남-북 주향”으로서 후보부지로 선정되어 있는 경북 영덕군 남정면 우곡리 방향이다. 자원연구소 조사팀은 이 단층의 남북 방향으로의 연장에 대한 추가 조사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해왔다.



그러나 동명기술공단의 <후보부지 도출보고서>는 이 같은 앞뒤 맥락은 생략한 채,
“양산단층내의 가천단층, 유계단층 (중략) 등 말방단층 인접구간의 제4기 단층들을 기준으로 반경 8km 이내의 지역을 활성단층분포 가능지역으로 설정하여 이 구역을 제외구역으로 적용하였다.”(후보부지 도출보고서 VI. 부지선정 개요, 158쪽)
라고 기술함으로써 마치 영덕군 남정면 우곡리 일대의 활성단층 여부가 미리 조사되었고 조사결과 안전한 것처럼 교묘하게 조작하고 있다. 지질학계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단층의 연장은 추가조사만 안 되었을 뿐 충분히 영덕군 남정면에 도달할 정도의 긴 단층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995년 과학기술부가 경기도 옹진군 덕적면 굴업도를 최종후보부지로 선정하고 지정고시한 이후에야 해당부지가 활성단층대임이 드러났던 것처럼, 국내 활성단층대에 대한 국가차원의 연구조사수준도 아직 미흡한 수준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성이 부족한 특정업체가 자체적으로는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은 채, 다른 전문기관의 조사결과마저 편의주의적으로 짜집기하여 핵폐기장 후보부지로 선정하겠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산업자원부와 한수원(주)이 지난 1995년 ‘굴업도의 악몽’을 재연하고 이제 겨우 출범한 노무현정부의 신뢰도에 막대한 타격을 주지 않으려면 이와 같은 날림 후보지선정은 즉각 백지화되어야 한다.

3. 보고서 검토내용의 요약과 결론

이처럼 이번 <후보부지 도출보고서>의 핵폐기장 후보부지 선정은 서해안지역에서는 항만운송 시설여건과 같은 기본적인 지리여건을 무시한 채, 출처가 불분명한 지역여론조사를 기준으로 전남 영광과 전북 고창을 선정하였다. 그러나 이에 반해 동해안지역에서는 역대 정부들의 약속마저도 무시할 정도로 지역여론을 배제한 채, 항만시설과 인근 핵발전소와의 인접성 등을 기준으로 경북 울진과 영덕을 선정하였다. 이중에서도 특히 경북 영덕의 경우 유계단층 등 전문연구기관이 기존에 수행한 지질조사 결과들마저 왜곡하여 안전한 부지인 것처럼 조작하였다. 따라서 <후보부지 도출보고서>는 폐기되어야 한다.

문의 : 대안사회국 이버들 withy@greenkorea.org
자료제공 : 녹색사회연구소 석광훈 nonuke@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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