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민, 성난 얼굴로 돌아보다!

2003.07.21 | 미분류

핵폐기장 유치반대를 외치던 부안군수가 하룻밤 사이에 돌변해버렸다. 군산의 신시도가 핵폐기장 부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타나자, 강현욱 전북도지사는 다급한 마음에 부안군수의 바지자락을 붙잡았다. 7시간의 면담 끝에 내린 결론은 5가지 요구조건.



 <옆의 사진은 핵폐기장 유치 반대 의지로 등교거부를 하고 있는 부안중학교의 담장 모습입니다. 사진제공 : 반핵국민행동>

부안군수는 11일 핵폐기장 유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지역지원금 3천억원에서 6천억원으로 상승하고 변산반도의 국립공원 구역조성, 새만금에 친환경산업단지 조성, 바다목장 사업 지원,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이하 한수원) 본사 이전을 2006년까지 완료하라는 5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평소 강현욱 도지사가 핵폐기장 전북도 유치 전제로 산업자원부(이하 산자부)에 제기하던 것이어서, 핵 관련 산업을 유치하고자 하는 산자부와 다음 선거를 염두해 업적을 쌓기 위한 강 도지사의 뒷거래를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시키고 있다.

부안 군의회는 군의원의 반대로 핵폐기장 유치 청원을 부결시킨 바 있고 군민들이 거센 반대 여론을 나타냈음에도 불구하고, 부안군수는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해 버렸다. 또한 독단적으로 유치 신청한 것도 모자라, 마을주민의 도장을 무단으로 사용, 핵폐기장 유치신청서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삭발까지 감행한 부안농민회 사무국장의 눈물. 사진: 반핵국민행동>

핵폐기장 유치신청마감 하루 전인 13일 저녁, 부안 주산면 신곡리 마을 이장이 자신의 집에서 이장업무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마을 주민들의 도장을 핵폐기장 주민유치신청서에 무단으로 사용하고, 현재 거주자가 아닌 사람들의 명의를 도용해 유치 신청서에 도장을 사용한 현장이 ‘핵폐기장반대전북대책위’에 발각되었다.
이 자리에는 한수원의 원전시설물 건설 하청업체인 현대건설 직원이 이를 유도하고 있었으며, 현재 이 직원은 부안경찰서에 사문서위조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부안군수에 의해 기습적으로/왜곡된 군민여론을 갖고, 단행된 핵폐기장 단독 유치신청으로 부안의 핵폐기장 유치가 확정됨에 따라 부안 군민들의 분노는 극으로 치닫고 있다.
  
반대여론이 극심한 부안에는 지속적인 규탄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부안군민 2000여명이 모여, 여론을 무시한 군수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있었고, 19일에는 한의사, 의사, 약사 등 의료인이 단합된 힘을 나타내었다. 특히 이들은 방사능에 따른 인체의 위험성을 잘 아는 사람이여서 그들의 목소리에는 많은 우려가 담겨져 있다.
격포와 곰소 등지의 초등학교, 중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학생들을 등교거부시키는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15일부터 벌어진 등교거부는 곰소 초등학교의 경우, 16일 현재 전체 학생 2백여명 중 150명이 등교를 하지 않고 학부모들과 ‘핵폐기장 유치 반대’ 마을 선전전을 하고 있으며, 변산중학교 학생 20여명의 등교거부, 변산면 격포초등학교의 학생들이 전원 조퇴하는 등 날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교육청은 부안군의 각 학교의 등교거부와 학생들의 조직적 투쟁를 막기 위해 조기방학을 선포하는가 하면, 각 학교의 교사들에게는 중립을 지킬 것을 지시하여, 교사는 자신의 의견조차 나타낼 수 없게 막고 있다.

현재 10여 개 면지역의 대책위 주체로 면사무소앞 천막농성이 계속 진행중이며 면사무소앞 농기계(트랙터) 적재가 계속되고 있다.



 <분신자살을 시도한 송씨의 유서. 죽음까지 선택한 그의 마음에 애처로움이 커진다. 사진 : 반핵국민행동> 

또 15일 밤에는 읍 서외리 5구 이장 송사섭(56살)씨가 ‘부안군민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부안 핵폐기장 유치 무효화’를 주장하며 분신 자살을 시도했다.
송씨가 신나를 몸에 뿌리고 라이터를 키려는 순간 주변에서 저지하여 불상사는 막았으나, 신나의 독성으로 눈이 다치고 배 부분 살갗이 벗겨져 현재 성모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

한편 군의회는 핵폐기장 유치에 대한 부안군의회의 부결처리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유치신청을 했던 김형인 부안군의회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도 제출됐다. 박병진, 최훈열, 장석종, 김종성 의원 4인의 부안군 의원들은 “군수와 더불어 군의회의장이 일방적인 유치신청을 해 군민들로 하여금 마치 의회가 유치 찬성을 한 것처럼 오인하도록 함으로써, 의장의 자격을 스스로 포기했다”며 불신임안을 15일 발의했다.
불신임안은 “지방의회의 의장 또는 부의장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정당한 이유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지방의회는 불신임을 의결할 수 있다”는 지방자치법 제49조에 의거한 것이다.

현재 핵추방 범부안대책위는 매일 오전 부안군청 앞에서 김 군수의 출근저지투쟁을 벌이고 있으며 오는 22일과 25일, 김종규 부안군수 퇴진과 핵폐기장 유치 철회를 요구하는 대규모 규탄대회를 열 예정이다.

핵폐기장을 짓는데 있어, 주민들의 여론을 가장 중요시여긴다고 말하는 정부가 원하는 현상이 바로 이런 것이란 말인가. 이 세상 무엇보다 중요한 목숨까지 내던져야 하고, 미래세대의 교육권조차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정부의 기본 역할일 것이다.

문의 : 대안사회국 이버들 withy@greenkorea.org / 자료 : 반핵국민행동

※ 첨부 : 양성자가속기 및 핵폐기장 유치위원회 탈퇴 소견서

양성자 가속기 및 핵폐기장 유치에 관하여 본래의 유치 목적은 고창과 군산 신도시에 유치되면 부안군에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그럴바엔 부안군에 유치하여 부안군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하려고 하였으나, 고창과 군산 신도시가 부적합 판정되므로 이제는 우리 부안에도 핵 폐기장을 반대하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양성자 가속기 및 원전 수거물 관리시설 유치위원회에서 탈회함을 부안군민에게 알려드립니다.

2003. 7. 19

                                             백산면 팔남마을  유치위원회 고문 강종만
                                             부안읍 서외리4구 유치위원회 고문 한  식
                                             부안읍 동중리                            유희철
                                             부안읍 봉덕리                            문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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