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기상이변’ 태풍 속으로

2003.09.15 | 미분류

녹색연합은 태풍 ‘매미’로 인해 귀한 목숨을 잃은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조의와 위로의 뜻을 표합니다. 정부는 빠른 복구와 함께 이번 재앙으로 인한 ‘인재(人災)’요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규명해야 하며, 재해대응 시스템에 대한 총점검을 실시해야 합니다. 나아가 기후변화와 이상기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중장기 대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지구온난화방지를 위한 ‘기후변화협약’에 이행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한반도 ‘기상이변’ 태풍 속으로
기상이변은 대량학살 무기보다 무서운 재앙



녹색연합은 지난해 태풍 ‘루사’ 수해피해지역 조사 보고서를 통해 천재(天災) 뒤에 숨겨진 4대 인재(人災)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녹색연합이 꼽은 대표적 인재 요소는 절개지로 인해  사면 붕괴를 가져온 도로관리, 하천변 도로 유실-교량 파괴-하천범람을 가져온 하천관리, 산사태와 계곡 파괴를 일으킨 송전탑부지, 폐광 등 네 가지 요소다. 이들 요소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간섭이 태풍이 동반한 호우와 결합해 되돌릴 수 없는 엄청난 재해를 가지고 온 것이었다. 이번 태풍 ‘매미’의 피해도 해안매립과 제방공사가 오히려 자연의 흐름을 막고 완충지대를 제거해 해일에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낙동강을 제방 안에 가두고 습지를 메우면서 오히려 피해가 커진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인재(人災)가 천재(天災)를 키웠다.

태풍이 100% ‘천재(天災)’인가
그러나 매년 ‘근대 관측이래 최고 강수량’, ‘최악의 태풍피해‘, ’사상 최고 풍속‘과 같이 신기록을 갱신하는 태풍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새로운 의문을 던지고 있다. 정말 태풍이 100% ‘천재(天災)’인가 하는 점이다. 또한 사상 최고풍속의 태풍 ‘매미’를 떠나서라도 올해 내내 지긋지긋하게 내린 ‘이상한 비’의 원인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동안 한반도에서는 평년치에 비해 500-560mm의 비가 더 많이 내렸고, 서울에서는 평년강수량보다 62%나 더 많이 내렸다. 6월에서 8월까지 총 92일 중 대전에서는 56일, 서울은 52일, 부산은 46일이나 비가 내렸다. 최근의 강수량 증가와 집중호우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기상이변’의 징후임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태풍마저도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간의 활동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구가 더워지고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 대기 중으로 더 많은 열을 내놓아 강한 태풍이 발생한다. 미국 해양대기국(NOAA)에서도 1980년 이후 북서 태평양에서 태풍의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태풍피해에 대해서도 ‘국민성금’으로 ‘특별재해지역 선포’로 끝날 일이 아니다. 한반도는 이미 기상이변의 ‘태풍’ 속으로 들어와 있다.

      ▼ 폭우속을 걸어가고 있는 시민   ⓒ 연합뉴스


이러한 기상이변은 한국에서만 감지되는 일이 아니다. 지난 10년 간 세계는 끊임없이 기상이변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유럽은 매년 폭설이나 혹서, 홍수가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올 여름 유럽은 기상관측이래 최악의 폭염으로 프랑스에서 2만 명이 사망했다. 지난 7월, 250년 만에 최고 기온을 기록한 스위스는 만년설이 녹고 눈사태가 이어져 알프스 등산로를 통제했다. 기상학자들은 이 같은 이상기후의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를 꼽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회의(IPCC)의 1995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에는 지구의 온도가 현재보다 0.5도, 2100년에는 약 2.5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재앙을 막기 위해 기후변화협약이 논의되고 있지만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5%를 차지하는 미국이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면서 지지부진한 상태에 있다.

기상이변에 대한 정부 대책은 어디에?
‘결실의 계절’이라는 ‘가을’에 그것도 ‘추석’에 우리는 멕시코 칸쿤에서 날아온 비보를 접했다. 한 농민의 죽음. WTO 농산물 개방협상은 우리 농촌을 폐허로 만들 것이다. 그런데 농촌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은 WTO 만이 아니다. 또 하나 ‘하늘이 점지해 준다는 한 해 농사’가 올해는 기상이변으로 망쳤다. 이틀에 한 번 꼴로 쏟아 붓는 장대비와 저온현상으로 올해 쌀농사는 1995년 이후 최악의 흉작이라고 한다. 자연에 모든 것을 맡기는 농사.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것도 농민들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추석이 끝난 직후 전국 시․군 농민대회를 갖고 ꡐ기상이변ꡑ의 심각성을 알리고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지금 우리 농민들은 두 가지 거대한 힘에 맞서 싸우고 있다. 바로 ‘WTO’와 ‘기상이변’이다.

                                                                   ▼ 2002년 미국 폭설후


이미 학자들은 “기상이변이 대량학살 무기보다 무서운 재앙”이라고 표현하고 있고 이는 이미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은 기상이변과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안으로 지난해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세계정상회담’에서 2010년까지 전 세계 1차 에너지의 15퍼센트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하자는 제안을 했다. 우리 정부는 아직도 수해 대책과 복구 자체에 급급한 상황이며, 그마저도 매년 똑같은 실수를 거듭 반복하고 있다. 한국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9위이다.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를 불러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상위에 속하는 한국이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우리는 물론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기상재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는 ‘기상이변’과 ‘지구온난화’의 영향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가차원의 대응전략과 대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경고> 한반도의 온난화 현상
– 지난 1백년간 전국 주요도시의 연평균 기온은 섭씨 1.5도 상승했다.
– 남쪽의 난대지방에서 자라는 식물이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온대지방에서 자라는 식물이 함께 북상한다. 동백나무의 서식 범위가 넓어진다.
– “경북 영덕 해상공원에 심은 제주도 야자수가 한겨울에도 조금만 보온해주면 죽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로 변한다는 증거” – 한국지하수자원보전협의회 안기희 박사
– 해수 온도의 상승으로 명태-대구 등 한류성 어종의 어획량은 급감하는 대신 고등어, 멸치, 오징어 등 난류성 어종으로 바뀌고 있다.  
– 열대어인 엔젤피쉬가 우리나라 동해안에 출현하고 있다. 2001년 10월부터 울릉도 부근 해안에는 남해나 제주해역에 사는 독가시치, 엔젤피쉬 등 아열대 어종이 잇따라 주민들 그물망에 올라오고 낚시로도 잡히고 있다. 울릉수산관리소의 울릉도와 독도 연안의 연안어장 해수온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0년 가을에 15도~16도이던 것이 2001년 가을에는 2도 정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사계절이 뚜렷했던 우리나라가 가을에 개나리가 피고 봄이 오기 전에 동면하고 있어야
할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난다. 봄과 가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 세계 곳곳에서 콜레라, 말라리아, 뇌염 등 전염병이 다시 번지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겨울에 이질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글 : 이유진(녹색연합 국제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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