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반대를 넘어 생명.평화 운동으로.

2004.02.18 | 미분류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평가받는 ‘부안 방폐장 유치 찬.반 주민투표’가 2월 14일에 치뤄졌다. 행정기관의 비협조를 넘어선 방해행위 속에서도, 공정하게 진행된 주민투표 현장을 다녀왔다.

‘핵’반대를 넘어 생명·평화운동으로
1월 25일부터 2월 14일까지 진행된 주민투표 현장을 함께 하며,,,  



   “자나깨나, ‘핵’만 생각하며 살고 있소.

서울 갈 때도, 전주 갈 때도, 주례 설 때도, 요놈 핵모자를 쓰고 댕기요. 사람들이 ‘할아버지, 고생 많으십니다.’ 허면, 내가 뭐라 답하것소.

‘알면서 뭘 물어.’ 그리 답하제.

그러면 사람들은 ‘언제쯤 그 모자 벗으시려구요?’ 라고 물어보오. 궁금한 것도 많제.

‘핵폐기장 백지화되면 다른 놈 써야제.’

‘다른 모자요?’

‘생명과 평화, 그놈 쓰고 다녀야제.”

부안군 보완면에 사는 이대근 할아버지의 말씀이다.

이제 부안 주민의 운동은 ‘핵폐기장 반대’를 뛰어넘은 민주주의와 주민자치를 위한 생명·평화운동으로 나아가고 있다.

8개월이 넘도록 많은 갈등을 야기 시키고, 부안 주민들을 아프게 한 핵폐기장 문제는 ‘부안 방폐장 유치 찬.반 주민투표’로 인해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군수의 갑작스런 유치신청으로 불거진 핵폐기장 반대운동은 그간 많은 결의대회와 촛불집회, 해상시위와 등교거부, 삼보일배까지, 부안 주민들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한 모든 방법으로 채워졌다. 그리고 주민들의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지 묻기 위한 주민투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정부가 먼저 제안했던 주민투표를 부안 주민들이 받아들이기까지도 쉽지 않았지만, 주민투표를 미루려고만 하는 정부에 대해 주민들 스스로 주민투표를 치러내기까지는 만만치 않았다.
찬.반 논의를 하기 위한 열린 장인 각 읍·면별 14회의 토론회를 했으며, 5만1천명에 달하는 투표인명부를 위해 각 가정을 모두 조사해야 했다. 또 투표인명부 확인과 공보발송 작업을 해야했고,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작업도 병행해야했다.

이 모든 작업이 전국에서 달려온 자원활동가들과 지역 주민들로 인해 이루어졌으며, 주민투표를 치르기 위한 경비 또한 시민들이 한 푼, 두 푼, 모아준 성금으로 꾸려졌다.
이렇게 준비된 주민투표는 투표율 72.04%에 반대 91.8%, 찬성 5.71%로 성황리에 이루어졌다.

그동안 정부는 ‘국책사업’이라는 미명 하에,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지도 않고 ‘돈’이라는 수단을 활용해서 지역공동체를 분열시키고 주민들을 매수해왔다. 전체적인 이익을 위해서 소수는 희생해야한다는 파시즘적인 사고방식이 이 같은 갈등고리를 야기시킨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도 그동안 주민들의 정치 참여, 행정참여가 쉽지 않았던 우리의 현실 속에서 부안에서 치러진 이번 주민투표는 큰 의미로 다가간다.
자발적이고 명백한 의사 표현을 통해, 스스로 지역공동체의 문제를 결정하고 합의를 찾아가는 민주주의적 절차를 부안 주민들은 밟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주민투표를 하겠다는 결정 이후, 부안 주민들은 웃음이 많아졌다. 주민투표로 인해 자치에 대한 의식도 높아지고 주민화합을 위한 장도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새롭고 놀라운 경험을 이제 부안 주민들은 전국으로 알려내야 할 것이며, 그네들은 활발한 자치운동과 생명·평화운동을 함께 이루어낼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를 한 단계 끌어올린 주민투표를 무사히 치러질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상생과 평화를 실현하는 부안이 될 것이며, 남이 해주는 밥보다 직접 해먹는 밥이 더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된 부안 주민들의 미소가 아름답게 느껴진다.

작성 및 문의 : 녹색연합 이버들 (02-747-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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