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구소, 80년대 비밀리 열화우라늄탄용 금속우라늄 수백Kg 생산

2004.10.23 | 미분류

녹색연합과 민주노동당 조승수의원은 10월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원자력연구소가 지난 1980년대 중반 방사선 차폐제용으로 수입한 열화우라늄을 IAEA에 신고하지 않은 채 열화우라늄탄용 금속우라늄으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을 지난 12~15일 중국 난징에서 중국 ‘과학과 국가안보연구소(PSNSS)’주최로 열린 비공개 국제안보회의에서 발표된 자료를 입수하여 확인하였으며, 이를 지금까지 국민과 국제사회에 은폐한 정부의 책임자 처벌과 정부의 핵통제체제 변화를 촉구한다.

원자력연구소 산업용 열화우라늄으로 열화우라늄탄용 금속우라늄 제조



지난 1982년 국방과학연구소의 용역을 받는 원자력연구소는 1983~87년까지 비밀리에 매년 수백Kg의 열화우라늄탄 탄두용 금속우라늄을 개발하였다. 당시 원자력연구소는 미국에서 방사선 차폐제 용도로 수입하던 열화우라늄(육불화우라늄, UF6)을 수출국인 미국은 물론 IAEA에 신고하지 않은 채 열화우라늄탄의 탄두에 쓰이는 금속우라늄(U Metal)으로 전환하였다.
그러나 원자력연구소의 열화우라늄탄용 탄두 개발사업은 지난 1987년 미국의 정보기관에게 발각된 이후 중단되었다. 이 때 미국측에 발각된 열화우라늄탄용 금속우라늄은 모두 파기되었으며 대부분은 대전 원자력연구소 저장소에 저장되었다.

원전의 방사선 차폐제 목적으로 수입하는 열화우라늄을 신고없이 대전차포용으로 전환한 것은 미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핵물질의 변경에 대한 신고를 규정하고 있는 한미원자력협정 위반에 해당한다. 더욱이 우라늄 수입시 우라늄의 양, 조성, 용도 변화에 대해 신고하게 되어있는 IAEA의 안전지침(Safe Guards)을 위반했다는 측면에서 원자력연구소의 열화우라늄탄 개발사업은 명백한 국제협약 위반에 해당된다.

지금 은폐한다면 장차 외교적으로 정략적 이용될 것

녹색연합은 이 같은 폭로가 국제사회에 불러올 파장과 국익에 미칠 영향으로 인해 사실의 공개를 앞두고, 여러 차례 논의를 거친 바 있고 많은 고민을 거듭하였다.
그러나 만약 열화우라늄탄 개발사실을 현재 덮어두고 넘어가면 당장은 문제될 것이 없으나 지난달 미국고위관리에 의한 원자력연구소 플루토늄실험 폭로사례처럼, 미국의 사정에 따라 정략적인 카드로 활용되어 외교안보정책상 대미종속이 심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또 이 같은 일들이 비록 20년 전에 일어났고 열화우라늄탄 자체는 핵확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지만, 지난 9월 플루토늄 실험 폭로과정처럼 명분 없는 비밀주의를 지속하는 것은 한국의 국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그간의 사태(우라늄-플루토늄 분리)의 원인을 ‘몇몇 과학자의 순수한 학문적 활동’으로 돌리는데 반해, 국제사회는 그 과학자들이 정부운영 연구소(원자력연구소)의 공식 신분인 점을 바탕으로 한국정부의 핵통제의지 자체를 의심하고 있다.
특히 최근 두 차례나 이 사실을 공개할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은폐한 책임자들은 지난 2000년 우라늄농축을 묵인한 장본인인 만큼 직위 해제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의 핵통제시스템 대폭 수정되어야

현재 원자력관련 규제는 과학기술부 소관이며, 또한 과학기술부는 원자력 진흥을 위한 연구개발(R&D)도 담당하고 있다. 다시 말해, 과학기술부는 원자력 확대정책과 규제정책을 함께 하고 있어, 이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양상’인 것이다.
정부는 지난 우라늄-플루토늄 분리사실 폭로를 계기로 원자력연구소 산하에 있던 원자력통제센터를 과학기술부 산하로 격상시킨다는 개선안을 내놓은 바 있으나, 이 같은 조치로 땅에 떨어진 한국의 신뢰도를 개선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원자력연구소도 과학기술부 산하 출연기관이므로, 핵통제센터를 원자력연구소에서 과학기술부로 옮긴다는 것은 ‘밑에 있는 벽돌을 빼서 위로 올려놓는’ 식의 눈속임에 불구하기 때문이다.

녹색연합은 대안으로 핵통제센터를 원자력 R&D 주무부처인 과학기술부로부터 분리하여 청와대 직속기구로 편제시키는 안을 제안한다. 미국의 경우에도 핵통제기능은 원자력 R&D를 주관하고 있는 에너지성(DOE)에서 분리하여 국무성(DOS)에 주어져 있으며, 실무적인 기능은 대통령 직속기구인 핵규제위원회(NRC)가 담당하고 있다. 우리도 핵 규제와 R&D는 분리되어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문의 : 녹색연합 석광훈 정책위원, 이버들 간사 (02-747-8500)

  ▼ 열화우라늄(ⓒ중앙일보 2003/03/28 그래픽뉴스)



*열화우라늄탄이란?

열화우라늄탄은 99.7%가 우라늄-238, 나머지 0.3%가 우라늄-235로 구성되어 있으며, 천연우라늄을 농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방사성폐기물이다.
비중이 높아 대전차포용으로 사용되는 열화우라늄탄은 고농축우라늄이나 플루토늄과 같이 핵분열연쇄반응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핵무기용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이 지난 1991년 이라크전과 보스니아 내전 등에서 대량으로 사용한 뒤 주변지역의 우라늄238 오염과 기형아 출산율 급증 등 국제사회에서 비인도적인 무기로 비난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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