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주인 없는 거대한 쓰레기통인가?

2004.06.01 | 미분류

소금 절은 햇볕을 아시나요. 바다의 햇볕은 해양의 염분과 어울려 무엇보다 강렬합니다. 한 시간만 노출되어도 염장한 ‘조기에 관한 명상’이 절로 타 오르지요. 초여름의 문턱은 맨살의 고운 피부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젓갈과 꽃게로 유명한 인천 유일의 자연포구. 5월 31일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에서 녹색연합, 인천녹색연합, 태평양 리리코스, 소래포구 어촌계 등 약 60여명이 해양폐기물 정화활동을 벌였습니다.



고무, 금속, 나무, 유리, 스티로폼, 종이, 플라스틱, 의류 및 천 등 수거한 해양폐기물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심지어 갈매기, 거북이 등의 해양생물 사체와 소파, 냉장고 등 대형폐기물도 갯벌에 박혀 있습니다. 소래포구 인천시 문화재자료로 등록된 장도포대지 일대에서 2시간 남짓 수거한 폐기물이 100ℓ 자루, 100개. 수거된 폐기물을 성상별로 분류한 결과, 폐어망, 어로용 부표, 스티로폼 고기상자가 대부분이었고, 연안방문객이 먹다 버린 빈병, 비닐 등도 상당했습니다. 바다의 쓰레기는 바로 인간의 쓰레기이고, 연안․해양은 쓰레기의 사각지대입니다.

해양폐기물이란?
평야처럼 펼쳐진 갯벌을 보면서, 하늘과 마주하고 있는 바다의 수평선을 보면서, 입안에 느껴지는 횟감의 알싸함을 맞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탁 트이는 듯한 느낌, 시원함, 해방감, 짜릿함 등등. 뭔가 즐거움을 느끼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혹시 그 속에 살고 있는 여러 생명들의 아우성이 들리지는 않나요. 생명의 모태인 바다의 무한한 자정능력을 기대하면서 온갖 궂은 물건들을 모두 맡겨온 결과 모든 이의 어머니인 바다와 그 속에 살고 있는 여러 생명들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면서 우리 곁을 빠르게 떠나가고 있습니다. 여타 생명이 없이 인간만이 서있는 바다를 상상해 보셨나요.

보통 해양오염의 원인을 구분할 때는 세 가지 정도로 나눕니다. 육상에서 발생해서 강이나 하천을 통해 바다로 유입되는 폐기물이나 해변에서 사람들이 직접 바다에다 던져서 버리는 쓰레기 등을 육상기인이라고 합니다. 낚시나 어업에 관련되어 발생하는 폐기물과 일반선박, 탐사선, 군함 등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해상기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육상기인과 해상기인의 구분이 힘든 것들은 공통기인이라고 합니다.




육상기인의 대표 격인 부유쓰레기에 대해 잠깐 살펴볼까요. 해양오염물의 대부분이 인간의 육상 활동에 의해서 만들어 집니다. 물 위에 떠다니는 쓰레기를 부유쓰레기라고 하는데 육상기인 폐기물의 많은 수가 이 부유쓰레기라고 합니다. 이런 부유쓰레기는 바다를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줄뿐만 아니라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들의 안전성을 떨어트리고 해양생물들의 생명을 위협합니다. 이 부유쓰레기는 해안으로 다시 밀려오거나 비중이 커져서 바다 밑바닥으로 가라앉게 되는데 인천지역에서 50년간 쌓인 각종 어업폐기물과 최근 유입된 부유쓰레기의 무게비율이 97:3, 부피비율이 90;10 이라고 하니 얼마나 많은 부유쓰레기가 유입되고 있는지 짐작하기도 힘들 정도 입니다. 그리고 부유쓰레기는 해양생물들이 먹이로 착각해서 섭취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특히 플라스틱의 경우는 체내에서 소화가 되지 않기 때문에 포만감을 주어 영양실조를 유발하고 부력장애나 잠수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으며 체내 주요기관을 상하게 해서 죽음에까지 이르게 합니다. 비단 수중 물고기뿐만 아니라 바닷새들과 거북이들도 먹이로 착각해서 섭취한 후에 희생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저 침전물화 되면 해양생태계를 교란시켜 해양생물의 종 다양성을 파괴하게 됩니다.

해상기인은 어업기인과 선박기인으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어업기인 폐기물하면 폐어구가 떠오릅니다. 귀찮아서, 무심코 바다에 던져버린 폐어구에 걸려서 비참하게 죽어가는 수많은  생명들을 생각해보셨나요. 매년 4만 마리 이상의 물개가 버려진 그물에 걸려 목이 졸리거나 몸이 묶여 죽고, 100만 마리 이상의 새들이 낚싯줄이나 플라스틱에 의해 희생당한다고 합니다.  

선박기인 요소 중에 가장 심각한 해양유류오염사고에 대해 알아볼까요. 해양수산부자료에 따르면 1993년부터 2002년 간 4007건의 오염사고가 발생해서 39,951kl의 기름이 유출되었고 6,544억원의 어업피해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30여건에 불과한 100톤 이상의 대형유출사고가 전체 유출량의 90%이지만 소규모 사고는 운항횟수가 많은 영세어선에서 발생한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해양유류오염사고의 50%는 관련자들의 부주의에 의해 발생했다고 합니다. 방심은 순간이지만 피해의 복원에 필요한 기간은 상상을 초월한다니 많은 사람들의 주의와 관심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해저에서 종이류가 분해 되는데는 1개월, 밧줄은 14개월, 대나무는 3년, 페인트칠이 된 나무는 13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깡통은 100년, 그물과 플라스틱 제품은 500년이 걸립니다. 이제 사람들의 귀찮음과 무관심, 이기심의 대가를 수십 년, 수백 년간 치러야하는 바다와 그 속의 생명들을 생각해주세요.

녹색연합 자원활동가 육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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