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아침’의 ‘아주 특별한 왜곡보도’ 그 이후

2002.07.05 | 미분류

지난 6월 17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회원들의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MBC 아침 프로그램 ‘아주 특별한 아침’에 아주 이상한 보도가 나갔다는 것이다. 방송을 보고 화가 난 회원들은 방속국에 항의전화를 하고 다시 녹색연합에 전화를 걸어와 사건의 진상을 밝혀달라고 하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온나라가 월드컵 열기로 뜨거울 때, 사이버 녹색연합과 환경단체들의 홈페이지엔 저멀리 부안의 해창석산에 매달려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한 활동가의 긴급하고 처절한 시위가 계속 알려지고 있었다. 월드컵 기간에 일부러 맞추기라도 한 거처럼 해창산 석산 굴채공사를 서두르고 있는 새만금간척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농업기반공사와 건설업자들을 막기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었다.

이미 30여 일동안 석산 위에서 농성을 벌이다 100여 명의 인부들에게 팔다리를 결박당한 채 끌려내려오기도 하였던 조태경씨와 새만금간척사업반대를 위한 부안사람들 등 농성자들은 어떻게든 석산 파괴를 막기 위해 결국 절벽에 매달린 고공시위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밧줄과 널빤지에 매달려 보기에도 아찔한 상황에 공사측은 조태경씨의 머리 위에서 계속 굴착기를 동원한 공사를 계속하였다. 돌이라도 구르는 날에는 조태경씨의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 매일 벌어지던 나날이었다. 녹색연합과 환경단체의 회원들, 그리고 부안의 주민들이 그를 지지하기 위해 계속 현장으로 가고 있었고 관련 사이트에선 농업기반공사를 규탄하는 글들이 끊이지 않고 있던 때다. 그리고 MBC 라디오의 손석희 아나운서는 조태경 씨와 전화인터뷰를 하며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기 까지 하였다.

그런데 바로 그 모습을 ‘아주 특별한 아침’에선 ‘절벽생활을 즐기는 기인’으로 묘사한 것이다. 위험한 생활을 즐기고 있는 남자를 만나러 가자는 첫멘트에다 현장에는 오지도 않았던 리포터는 그를 만나는 일이 무척이나 위험스러웠다는 말을 하며 현장에 있었다는 듯이 말하였고 자연이 좋아서 절벽에 매달려 공부하고 운동하고 명상하는 기인으로 그를 그렸다. 월드컵 경기를 못 봐서 안타깝다는 마무리 멘트까지. 왜 절벽시위를 하는지는 한마디 말 없이 계속 편안해 보인다, 특이한 사람이다, 등등의 사회자들의 말은 정말 보는 이들로 하여금 웬 기인? 정도의 반응을 보이기기엔 충분하였다.

이 보도를 본 이미 절벽시위에 대해 알고 있었던 녹색연합의 회원들, 부안사람들, 그리고 많은 네티즌들은 분노하기 시작하였다. 바로 MBC 게시판엔 항의글들이 쏟아지기 시작하였고 녹색연합의 회원들은 녹색연합으로 분통을 터뜨리면 전화를 하였다. 얼마 뒤 오마이 뉴스와 한겨레 신문에도 방송사의 보도태도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환경운동가의 처절한 투쟁을 한낱 특이하고 신기한 모습으로 다루어 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린 방송사에 대한 시민들의 항의는 사그라 들지 않았고 정정보도를 계속 요구하였다. 방송사 게시판에 제작진들의 사과글이 몇차례 올라왔지만 우리의 요구는 제대로 방송에서 사과하고 정정보도를 내보내는 것이었다.

결국 지난 6월 28일 ‘아주 특별한 아침’에선 사과와 함께 정정방송을 내 보내기에 이르렀다. 당시 보도에 대한 사과와 함께 왜 시위를 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덧붙여 졌다. 충분한 내용을 담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라 충분히 만족스러운 보도는 아니었지만. 정정보도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네티즌들의 항의와 요구가 있었기는 가능했다. 누구라 할 것없이 새만금간척사업의 반생명성을 알리고자 노력하고 한 환경운동가에 대한 모독에 분노한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은 이 일을 제대로 밝혀내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이러한 힘들이 모아져 사회의 모순들이 밝혀지고 있음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암벽시위를 벌인 조태경 씨는 6월 20일 일주일간의 농성을 마치고 암벽에서 내려왔다. 그러나 새만금간척사업반대와 해창석산을 지키기 위한 농성은 장소를 옮긴 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글 / 정명희 녹색연합 시민참여국)

암벽시위 현장 상황 http://www.nongbalge.or.kr/tkcho/tkcho.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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