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차 CITES 당사국 총회-야생의 운명을 결정짓다

2004.10.05 | 미분류

야생동물은 마약, 무기와 더불어 3대 밀수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호피, 상아, 천산갑, 웅담, 사향 등 약재, 가죽, 장신구로 쓰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밀무역이 이뤄지고 야생동물들은 그야말로 야생에서 씨가 마르고 있다. 국제사회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들이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것을 규제하고 관리하기 위해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간 거래에 관한 협약)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13차 CITES 당사국 회의가 10월 2일 태국 방콕에서 개막됐다. 회원국 166개국 정부대표, 과학당국, UNEP(유엔환경계획), 야생동물보호단체, 포경찬성 단체, 수렵단체 등 야생동물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야생동물의 운명을 결정짓고 있다. 멸종위기종 동식물의 거래를 규제하는 부속서 1에 속하면 긴급한 멸종위기에 처했다고 판단하고 무역이 일절 금지되며, 부속서 2는 엄격한 통제하에 거래를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약 30여 종이 논의 대상에 올라와 있으면 어떤 동물은 부속서 1에서 2로 어떤 동물은 2에서 1로 변하게 된다.

이번 회의에서는 아시아 코끼리와 밍크고래가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아시아 코끼리는 3만5천-4만5천 마리가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그 중에 태국에서 1980년부터 2002년까지 CITES조약의 헛점을 이용해 174마리의 코끼리가 수출되었다. 태국에는 약 1,500마리에서 2천마리의 아시아 코끼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일본은 밍크고래는 숫자가 늘어났기 때문에 부속서 2에서 1로 한단계 낮출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일본 대표는 166개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벌이고 있다. 일본이 갖고 있는 경제력과 동남아시아와 아프리가 국가들에 대해 미치는 정치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엄청난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회원국의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통과되는 이번 결정에 한국정부는 어떤 표를 던질 것인가가 상당히 주목을 받고 있다. 왜냐하면 내년 5월 울산에서 IWC(국제포경회의)가 열리는데 고래포경허용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내년 한국의 입장이 어디에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는 IWC 회의에서 포경허용 반대의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정부대표에 문의를 한 결과 일본에 반대하는 표를 던질 것이다라는 확답을 들을 수 있었다.



개막식 연설에서 태국의 탁신 치나왓 총리는 동남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회의에 대해 의미를 두면서 아시아에서 야생동식물 밀무역을 감시하고 근절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며 태국이 앞장설 것을 약속했다. 태국의 소중한 야생동물들이 주변국으로 밀수출 되는 것에 대해 정부차원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CITES는 각국 정부가 모여서 정하는 국가간의 약속이지만 각국 NGO들의 활동 또한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NGO들은 자신의 의견들을 정부측에 전달하기 위해 회의기간 중 퍼포먼스를 하거나 회의장 안에 부스를 설치하거나 정부측 인사들을 만나서 로비를 한다. 녹색연합이 중점을 두고 로비를 하고 있는 웅담에 대해서는 실제 CITES 공식회의에서는 웅담거래 방지를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했다고 결론짓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한국, 중국, 일본, 대만 NGO를 중심으로 실제 조사결과 웅담거래가 이전과 비교해서 결코 줄어들고 있지 않다는 의견을 전달하고 발표하고 있다.

WWF(세계야생동물기금) 태국 지부가 운영하는 전시장에서 한국어로 된 안내책자를 배부하고 있다. ‘야생동식물이 자연에 살도록 도와주십시오’라고 적힌 책자에는 야생동식물로 만든 제품을 사지 말 것을 호소하고 있었다. 이 단체는 한국인들이 태국의 주요 관광객이면서 또 야생동식물의 주요 구매자이기 때문에 캠페인 차원에서 배포하고 있다고 전한다. 다시한번 우리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이번 회의에서 각국 정부 대표들은 야생동물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얼마나 잡아야 할지 수출을 할지 말아야 할지. 야생동식물들은 자신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회의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이 회의에 참석하지는 못한다. 이 회의에서 이루어지는 약속들이 결국은 인간들이 자신들의 편리에 따라 정해놓은 규칙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회의는 전 세계 정부들로부터 야생동식물들을 지키기 위한 전지구적 노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자리이기도 하다. 다만 현재 회의 방향이 규제를 풀고 수출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안타깝다.

Vote for me!(나를 위해 투표해주세요) : “야생동물의 경제적 이익, 수출입으로 얻는 효용성 그런 것 말고 야생에서 살아야 하는 우리를 위해 투표해주세요.” 지난 4일, CITES 총회의에서 나미비아는 아프리카 코뿔소에 대해 전체 숫자의 5% 비율의 사냥을 허용할 것을 안건으로 올렸다. 1천 300마리가 남은 아프리카 코뿔소의 사냥을 반대한 나라는 전체 166개국 중에 케냐, 인도, 파키스탄 세나라 뿐이었다.
풀어주세요! 개최국인 태국 어린이들이 밀수입되어 감금된 오랑우탄에 대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Q&A

1. 이 약속(협약)은 언제 만들어졌죠? 몇 개 나라가 가입되어있나요?
1975년 7월 1일부터 이행되기 시작했고 2004년 현재 166개 국가가 이 협약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2년 혹은 3년마다 회의를 열어 각국 정부가 만나 의논을 하고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해 합의를 합니다. 지난 회의까지 72개의 결의안과 155개의 결정이 이루어졌습니다.

2. 회의에서 논의되는 주요한 내용들은 무엇이죠
-야생동식물을 3개의 부속서로 나누는데 전체 부속서에는 5000종의 동물과 2만8천종의 식물이 포함되어 총 3만 3400여개의 종이 속해있습니다. 물론 전 지구에 사는 모든 야생동식물들이 올라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부속서1에는 멸종위기종으로 국제간거래가 엄격히 금지되는 종들이 포함됩니다. 부속서2에는 수출입증명서 등의 문서를 갖추어야 수출입이 가능한 종들이 포함됩니다. 이번 13번째 회의에는 50개의 의제가 제안되었습니다. 부속서1과 2에서 새로운 종을 올리거나 혹은 조정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국은 제안서와 함께 조정하고자 하는 종의 개체수와 무역의 형태에 관한 과학적이고 생물학적인 데이터를 함께 제출해야 합니다. 전체 가입국의 3분의 2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조정이 가능합니다.

글 : 태국 방콕에서 이유진, 함은혜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