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톤의 흙탕물을 이고 사는 사람들 ” – 안동시 임하댐 이야기

2005.01.06 | 미분류

2005년 1월 5일 (초록행동 3일째)

7시. 숙소를 나서는 초록행동단에 전해진 오늘의 안동 날씨는 올 겨울 들어 가장 춥단다. 하지만 초록행동단의 걱정은 낮아진 온도가 아니라, 호수가 얼어 배가 뜨지 못하는 상황이다. 어제 저녁에 들었던 임하호의 흙탕물 문제를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절대로 호수가 얼어붙는 불상사는 있어서 안 되기 때문이다.

4시간 삼척에서 안동까지 버스를 달려 우리는 임하호를 멀리 바라보게 됐다. 다행이었다. 날씨는 살을 에는 듯 했지만 호수는 얼지 않았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우리는 저수량 5억 9천 5백만톤으로 국내 8번째인 초대형 임하호의 중턱인 임동면 중평리로 향했다.

행동단이 중평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150여명의 지역주민들과 초록행동단의 선발대가 먼저 집회를 시작하고 있었다. 우리가 약속 시간보다 20분 늦은 탓이다. 주민들의 구호는 ‘임하호 탁수문제 해결하라.’ ‘무용지물 임하댐을 폐쇄하라.’, ‘성덕댐 건설 중단하라’였다.

안동시 주민들은 상류의 흙탕물을 가둬 1년 내내 탁수를 쏟아 내는 임하댐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다. 그 흙탕물을 수돗물로 이용하느라 막대한 정수비용을 들이고, 또한 응집제 사용으로 중금속인 알루미늄이 기준 이상 수돗물에서 검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흙탕물은 멀리 구미까지 하천 바닥을 뒤덮어 하천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다.

우리는 집회 후에 지역주민들과 10여척의 배에 나눠 타고 선상 시위를 진행했다. 우선 중평리 앞을 한바퀴 돌고. 약 5km 떨어진 임하댐으로 향했다. 우리가 배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이미 100여명의 주민들은 댐에 도착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마치 오랜 친구들이 다시 만난 것처럼 댐 마루를 내려오고 또 배에서 올라 함께 구호를 외쳤다. 20여분에 걸친 행복한 임하댐 점거를 마치고, 우리는 다시 배를 나눠 타고 중평리로 돌아왔다. 오후에는 안동 시내에서 성명서를 발표하며 안동시민들과 만났다.

행사에서 안동시민과 함께 ‘임하댐의 근본적인 용도 변경이나 폐쇄’, ‘임하댐의 전철을 밝고 있는 청송 성덕댐의 건설 중단’ 등의 내용을 기본으로 한 성명서를 채택했다.

이후 우리는 중평리에서 선뜻 내어준 마을회관으로 들어와 짐을 풀고, 저녁에는 지역주민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윤병규 안동시의원은 “댐 안에는 안동의 전통, 문화, 조상들의 삶의 터전이 수몰되어 있고, 안동댐의 고인 물은 주민들의 눈물이다.”라고 말해, 댐건설로 인한 생태계 파괴뿐만 아니라 지역의 문화 및 공동체 파괴현상도 심각하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이 자리에서 지역주민들과 우리는 향후 임하댐 문제를 넘어선 댐 위주 물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를 함께 해 나가기로 다짐했다.

이렇게 초록행동단의 안동 임하댐 ‘초록희망 씨앗 심기’는 저녁이 되어서야 마무리되었으며, 초록행동단의 초록순례는 1월 23일까지 전국 방방 곳곳에서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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