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년 이어온 주민들의 소중한 삶터인 해남 땅 3200만평을 골프장과 위락시설로 만들겠다니

2005.01.12 | 미분류

[1월 11일]
– 땅끝마을 해남, 전라남도 영광

초록행동단의 하루
초록행동단이 서울을 떠난지 9일 째 되는 날이다. 오늘은 기업도시법에 의해 대규모 골프장 개발이 예상되는 해남군 산이면, 굴비가 유명한 전라남도 영광 핵발전소를 방문한다. 무등산을 등지고 내려오는 주차장까지 꼬불꼬불 길을 따라 내려오는 10분 동안 조용하고 고요한 무등산을 온몸을 통해 느껴본다. 멀리 나뭇가지에 앉아 짹짹거리는 새소리, 입안으로 가득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 발에 뽀드득뽀드득 소리 내어 밟히는 눈 소리, 이모든 것들이 모여 무등산을 만드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따라 버스 기사 아저씨의 운전대가 가벼워보인다. 그 이유는 바로, 아저씨의 고향이 바로 해남이기 때문이다. 해남에 도착하여 행사장소로 이동하면서 기이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끝없이 펼쳐진 한겨울의 배추밭이다. ‘한겨울에 배추밭이라니…’의문과 동시에 버스 기사 아저씨의 유창한 지역 소개가 이어진다. “해남에는 겨울배추가 유명해요. 10월에 파종해서 겨울을 넘기고 이듬해 3월쯤 수확하는 겨울배추는 지역에서 많은 수입을 가져다줍니다.”



오늘 방문하는 해남군 산이면은 지난 12월 국회에서 통과된 기업도시 특별법이 적용되는 시범지구로 지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강제수용에 의한 주민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 산이면 지역이 가까워오자, J프로젝트 전문 부동산을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었다. 지역 주민들은 J프로젝트를 지랄프로젝트라고 불렀다. 지역주민들을 기업도시라는 이름으로 강제토지수용을 하여 몰아내고, 그 곳에 18홀짜리 골프장 30개를 만들고 초호화 호텔을 세워 2014년까지 50만명이 거주하는 도시를 만드는 모든 권한을 기업에 준다고 하니 지역주민들이 이렇게 부르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는 산이면 서교 초등학교에는 이미 많은 지역분들이 나와 있었으며 특히, 환경비상시국회의 참가단체인 환경정의에서 거의 모든 활동가가 해남에 내려와 행사준비를 하고 있었다. 초록행동단은 이들과 함께 행사를 진행하며, 일부 골프치는 사람들을 위해 지역주민들의 토지를 강제로 빼앗고 생존권을 위협하는 해남 J프로젝트는 폐기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후에 초록행동단은 영광핵발전소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계시는 김성근 교무님을 만나 뵙기 위해 영광으로 향했다. 영광핵발전소 앞에는 김성근 교무님 외에 지역주민들도 열폐수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라는 농성을 하고 있었다. 현재 영광에는 총 6기의 원자로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열폐수 피해가 남북에 걸쳐 30km가 넘는 지역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한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하기 위해서 초록행동단은 지역주민들과 함께 발전본부장 면담을 신청한 상태였다.

하지만 발전본부장 면담을 하기 전에 서울에서 급한 연락을 받았다. 신고리 핵발전소 1,2호기의 실시승인을 산업자원부 장관이 내렸다는 것이었다. 핵발전소를 건설하기 전, 주민들의 의견수렴도 안한 채 결정한 이번 신규 핵발전소 건설에 대해서 초록행동단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초록행동단내에서 긴급회의가 소집되었다. 이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에서 초록행동단은 영광핵발전소 소장과의 면담을 취소하고 영광발전소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긴급하게 결정된 기자회견에서 초록행동단은 지역주민, 지역단체들을 무시한 채 진행되는 신고리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였다. 이 자리에는 핵발전소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영광핵발전소 지역주민들이 함께하여, 사회적 합의 없는 원자력 발전소 정책에 대해 규탄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후 초록행동단은 숙소로 이동하여 이후 일정을 논의하고 오늘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홍필수(초록행동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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