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땅은 발로 밟아본 만큼 알 수 있다.

2005.03.21 | 미분류

4차탐사 다섯째 날

2005년 3월 8일 화요일, 오늘은 차량으로 그동안 미흡했던 부분을 추가조사하기로 한 날이다. 참여인원은 애기똥풀(정은실), 애물단지(김선희), 애터져(김준), 애벌레(하정옥), 달바람(한진수), 가난한시인(홍석준) 그리고 나 시냇물(정혜경), 이렇게 7명이다.
6일부터 참여한 나는 낯설고 힘든 2일간의 산행 뒤인지라 차를 타고 다닌다니 무지 반가웠다. 그러나 막상 구불구불한 길을 가노라니 차멀미가 나서 또 다른 피곤함을 견뎌야했다.

아침에 싱어송라이터이신 한보리님이 캠코더를 빌려주기 위해 광주에서부터 직접 찾아오셨다. 애물단지 얘길 들어보니 마이크까지 되는 쨩~ 좋은 캠코더인데 오늘 있을 인터뷰를 위해 하루 빌린 거란다.

맨 처음 찾아간 곳은 망대봉.

5일(토요일) 갑작스런 눈으로 인해 촬영을 제대로 하지 못한 곳이다. 거기엔 SK텔레콤 망대봉 DP기지국이면서 군부대시설이 있다. 부대시설 약간 아래에서 형광등이 아무렇게나 버려져있는걸 찾아볼 수 있어서 또 다른 오염물질은 없는지 좀 우려되었다.

부전지를 지나 칠보면 시산리에서 점심을 먹었다. 모처럼 자장면을 먹자고 시산각이라는 중화요리집에 들어가 쟁반짜장 2인분을 시켰는데 웬만한 대야만한 접시에 10그릇은 족히 돼 보이는 양의 자장면이 담겨있어 놀라움에 사진을 먼저 찍고 먹었다.

다들 다음에 꼭 다시 한번 와보잔다. 남은 국물은 저녁에 밥에 비벼먹자고 싸달라고 해서 ‘빈그릇운동’ 성공! 사실 다 먹을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는데 전직이 군인이었던 애터져가 군인정신으로 싹싹 비웠다. 본인은 그냥 무덤덤히 먹는데 보고 있는 내가 자꾸 입이 벌어졌다. 그저 놀라울 뿐이다!
시산리, 참 예쁜 이름이다.

그리고 찾아간 곳은 바로 그 시산리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주) 섬진강수력발전소.

애기똥풀이 혼자 두꺼운 철재대문을 통과해 사무실에 다녀왔다. 많은 얘기는 듣기 힘들었다며 간단한 팜플렛을 한 장 가지고 왔다. 읽어보자.

한국수력원자력(주)섬진강수력원자력발전소는 전력생산, 농업용수공급 및 홍수조절을 위하여 섬진강 상류로부터 84.2km 지점인 전북 임실군 강진면 옥정리에 중력식 콘크리트댐을 축조하여 전북 정읍시 칠보면에 위치한 발전소로 터널(6.2km)을 뚫어 발전한 후 동진강에 방류하므로서 약 4만 정보의 농토에 농업용수 공급 및 정읍권 광역상수도수원을 공급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유역변경식 발전소다.

그래서 옥정리는 이제 옥정호라는 인공호수로 불린다. 옥정호를 쭈욱 따라가면서 촬영하고 발전소 취수구를 발견하고 촬영하면서 애기똥풀로부터 좀더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장림터널을 통과하여 섬진강댐에 도착해 둘러보다가 지방도로확장공사를 위해 발파작업하는 현장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자세한 상황을 알기위해 27번국도 건설현장사무소를 찾았다.  다녀온 애기똥풀이 지도를 펼치고 설명해주는데 기존의 국도와 비슷한 구간에 쬐끔 더 차량이 속력을 낼 수 있도록 길을 내고 있는 거였다. 2010년이 완공예정으로 속력이 폭력을 낳고 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마암초등학교에 들려 운동장에서 ‘돈까스’놀이를 했다. 나만 빼고. 20대 2명 30대 4명이서 하는걸 보고 있자니 아직도 저런 놀이가 즐거울 수 있다니 하는 생각에 내가 늙은이가 된 듯하다. 다들 문화생활 했다며 충만 된 얼굴로 차에 오른다.

거기서 ‘포세식화장실’을 경험했다. 물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냄새나지 않게 발효시키는 친환경적인 화장실을 작은 시골학교에서 만난 것이다. 기분 좋은 만남이었다.



나는 2박3일 예정으로 왔던 터라 오늘까지 참여하고 다시 광주로 돌아왔다. 대체로 회의까지 마치고 얘기하다보면 12시를 훌쩍 넘겨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도 6시 30분이면 깨우는데 어떻게 그 힘든 일정들을 견뎌가고 있는지, 체력인지 정신력인지…
특히 애물단지 선희씨는 어제 3시간 자고도 제일먼저 일어나 정리하고 종일 캠코더를 들고 쏘머즈처럼 시종 멋진 폼으로 날라 다닌다.

평소 체력관리를 전혀 안하고 살아온 탓에 힘들다고 제일 툴툴거렸지만 실은 많은 사람들의 배려로 예정대로 별 탈 없이 함께 참여할 수 있어 좋았다. 함께 나눈 즐거운 대화 속에 배운 것도 많고. 모두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난생처음으로 등산화를 신고 등산을 했다. 그저 일반신발 신고 하는 입산수준이 아닌. 그러다보니 종아리와 물집 잡힌 발가락들이 자신들의 존재감을 통증으로 알려준다. 그리고 비로소 느끼는 것은 땅은 발로 밟아본 만큼 알 수 있다는 것!

글 : 정혜경 (광주전남녹색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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