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봄날은 온다!

2005.03.21 | 미분류

4차탐사 여섯째 날, 강두마을에서 천치재까지  (15.9km)

환경탐사대원 : 서재철, 정은실, 하정옥, 김선희, 김준, 한진수, 홍석준, 박필순

송아지 해프닝(편집자註 : 산에 올라왔다가 죽은 송아지의 사체를 발견하고 어떤 야생동물일까 의견이 분분했었다는군요.)을 비롯한 황당무계 사건사고가 많았던 전북 순창군 복흥면 강두마을부터 전남 담양군 용면 천치재까지 걷는다. 10여분 차를 타고 강두마을에 도착하니 시끄러운 기계소음이 바로 곁에서 들린다. 눈을 돌리는 순간 ‘우지끈 풀썩’ 나무 한그루가 쓰러진다. 포크레인과 전기톱이 한조가 되어 작업하고 있는 벌목의 현장이다. 수직의 삶을 살았던 나무들이 수평으로 쓰러지는 순간마다 진한 소나무 향기가 기계음 속으로 퍼져나간다. 오륙십년을 살아온 붉은 소나무들의 억울한 울림일지도… 쌓여있는 나뭇더미에 아직 생기를 지닌 푸른 솔잎들, 뾰족한 잎 끝에 맺힌 이슬방울도 섧다.




작업 중인 인부들에게 물으니 개인소유의 토지에 업자들이 수종갱신 허가를 내고 벌목하는 중이라고 한다. 잘려진 나무는 주로 목재나 펄프로 이용되며 벌목 후에는 삼나무나 편백, 측백 등을 조림한단다. 몇십년 동안 그 자리에 서있던 소나무를 베어내고 새로운 수종을 조림하는 것은 숲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일 텐데, 그에 대한 허가의 절차가 너무 가벼운 듯 하다.

벌목지 앞의 345고압송전탑을 지나 항목탕재의 당산나무를 지난다. 큰 나무 앞에서면 언제나 기분이 환해진다. 머리를 하늘로 넓게 풀어놓은 모양이라니.




열두시쯤 520m의 생여봉에 도착했다. 아침뉴스에서 오전에는 안개가 많고 오후부터는 따뜻한 봄 날씨가 예상된다더니 역시 안개가 많아 생여봉에서 잘 보인다는 내장산이 보이지 않는다. 작은 물방울 들이 내장산을 흩트려 뿌연 하늘과의 경계를 지워놓았다. 바람이 불때마다 하얀 무리를 이루며 마른 낙엽이나 가지 끝에 달린 봄눈위로 살풋 내려앉기도 한다. 생여봉 위에서 땀을 식히며 점심을 먹는데 산 아래선 개구리 소리가 요란하다. 경칩이 지났다더니 개골골 개골골 소란이 언 땅이 풀렸음을 실감하게 한다. 눈 내리는 겨울부터 만났던 호남정맥에서 맞이한 봄, 이마에 맺히는 송글송글한 땀방울로부터 연두빛 새싹으로 덮일 산줄기를 상상하게 된다.




부드러운 내리막을 내려 밀재에 도착했다. 발목이 불편해 내내 힘들어하던 애벌레(하정옥)가 지원을 맡고, 아침 늦게 도착해 심심한 애터져(김준)와 함께 지원을 도왔던 박필순부장님이 추월산을 오르기로 했다. 보이지 않을 때까지 오랫동안 손을 흔들며 격려해주던 애벌레를 남기고 추월산을 향한다. 오르는 길에는 ‘바르게살기운동담양군협의회‘에서 달아놓은 철제표지기가 달려있다. ‘줍는 마음’, ‘자연사랑’, ‘자연은 공유’, ‘민족, 질서, 화합’, ‘풀, 나무 사랑’, ‘바르게살자’, ‘새, 어류보호’ 등의 문구가 적혀있는데, 함께 걷던 홍석준군이 “왜 여기서 어류를 보호해요? 여기, 산낙지가 사나요?” 라는 발언으로 대원들의 다리를 풀리게 만들었다.




마을들을 향해 아이처럼 활짝 웃는 듯한 추월바위를 지나 729m의 추월산 정상에 올랐다. 전북 산사랑회가 세운 스테인레스 표지판이 서있는 추월산은 담양 용면과 장성 복흥면을 경계 지으며 오른쪽으로 담양호의 둥그런 옆구리가 내려다보인다. 구간구간 바위들로 이루어진 마룻금은 시원스런 전망을 보여주기도 하고, 산허리를 굽이굽이 휘도는 여러 개의 임도를 드러내기도 한다.




날개짓에 푸른빛이 묻어나는 동고비와 턱밑까지 길게 넥타이를 맨 박새를 만나기도 했다. 봄이 되어 깨어나는 작은 곤충들과 애벌레는 그들에게 축복의 만찬일 것이다. 따뜻한 바람과 싱싱한 기분을 전해주는 봄은 누구에게나 축복일 터. 파릇한 기운이 올라오는 산 한편에는 대롱산 농장의 경고판이 붙어 있다. 산림청 자금으로 목장 및 특용작물 재배지이므로 출입을 삼가라는 말과 함께 마룻금을 따라 철제 울타리가 이어진다. 낡은 울타리가 수거되지 않은 채 주변의 나무들을 조이고 있어 안타깝다. 한참이나 울타리를 지나고 여러 개의 봉우리를 넘자 차 소리가 가깝게 들려온다. 고압송전탑을 지나 저녁 7시쯤 담양 용면과 순창 복흥의 사이의 천치재에 도착했다.




29번 국도변에 낯익은 자동차가 서있고 해가 저물어 어둑어둑해지는 마을위로는 포근한 주홍 가로등불이 별처럼 떠올랐다.

글 : 김선희(광주전남녹색연합 협력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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