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물의날’과 새만금 간척사업

2005.03.22 | 미분류

오늘(3월 22일)은 유엔이 정한 13번째 세계 ‘물의 날’이다.
지구상의 물은 97.5%가 염수이고 담수는 2.5%에 불과하다. 그나마 담수 중에서도 대부분이 눈과 얼음 지하수로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담수호의 물이나 하천수 등은 총 담수량의 0.26%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급격한 인구증가와 산업화 가속 등으로 물 수요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UN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는 현재 지구촌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5억5000만명이 물부족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오는 2025년께는 절반가량인 24억∼34억명이 물부족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물에 관련한 지구촌 재앙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홍수, 가뭄, 폭염, 태풍 등 기상재해로 발생한 피해액은 세계적으로 959억달러(약 100조원)에 이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지난 10년동안 홍수와 지진, 화산폭발 등 자연재해에 따른 사망자중 90%이상이 가뭄, 폭풍, 홍수 등 물과 관련된 사고 피해자다.

우리나라는 UN PAI의 분류에 따라 물부족국가에 포함돼 있다. 인구 1인당 연간 물 사용가능량이 1000t 미만이면 물 기근 국가, 1700t미만은 물부족국가, 그 이상이면 물 풍요국가로 분류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인구 1인당 연간 재생가능한 물의 양이 1491t으로 세계 146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연간 강수량은 평균 1283㎜로 세계평균 973㎜보다 1.3배 많은 편이지만 국민 1명당 연간 강수량은 2705t으로 세계평균 2만2096t의 10분의 1정도에 불과하다. 전국토의 65%가 산악지형이고 하천경사가 급한 데 지역별, 계절별 강수량 편차가 심해 대부분이 이용되지 못하고 하천을 통해 유출되기 때문이다. 수자원 총량 가운데 실제 이용하는 양은 26%인 331억t에 불과하다.

올해 물의날 주제는 ‘생명을 위한 물(Water for life)’이다.
그런 가운데 “새만금 개발이 당초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시화호보다 심각한 수질오염이 예상된다”는 정부용역 조사보고서(서울신문 3월21일자 1면·26면 참고)가 현재 항소심 계류 중인 새만금 사업취소 소송에 증거자료로 제출되고, 아울러 국책연구기관의 공식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새만금 개발의 타당성을 둘러싼 논쟁이 정부 안팎에서 다시 격화될 조짐이다.
괴연 우리나라의 새만금사업이 ‘생명을 위한 물’을 보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만금 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새만금사업은 단군이래 최대의 역사라고 할 만큼 엄청난 규모의 사업이다. 사업의 규모만큼이나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막대하다. 그러한 사업이라면 좀더 신중하게 좀더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하고, 사업으로 인하여 가장 직접적인 혜택을 볼 전라북도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그러한 국가적인 사업을 조급히 서두르다가 시화호, 화옹호의 전례와 같이 사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는 비극이 발생할 경우 크나큰 국가적인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새만금은 제2의 시화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새만금을 제2의 시화호로 만드는 것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우리의 후손에게 저지른 가장 큰 죄악이 될 것이다.”

위 글은 어느 환경운동가의 강연이나 환경단체의 성명서가 아니다. 지난 1월17일 서울행정법원이 발표한 “간척지의 용도와 개발범위를 결정하고, 환경평가를 거친 뒤 국민적 합의를 얻어 사업을 실시하라”는 새만금간척사업 소송에 대한 조정권고안의 내용이다. 방대한 양의 법원의 조정권고안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생명과 환경에 대한 인식이 참 많이도 변했구나 하는 감동을 감출 수가 없었다. 물론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음으로 해서 앞으로 갈 길도 역시 험난하겠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다시 한번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그나마 다행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한 제기는 처음 1970년대 초에 시작되었고, 목적은 쌀부족 해결을 위한 농지 조성이었다. 하지만 새만금 간척 사업이 실제로 실시된 배경은 다르다. 1987년 노태우 대통령 후보가 새만금 간척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였을 때는 이미 쌀은 100% 자급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많은 예산을 들여 바다를 메꿀 이유는 없었다. 한마디로 호남 지역의 표를 얻으려는 정치논리였다. 그 정치적 공약이 우리나라 최대 갯벌 파괴와 지역 갈등을 양산하는 정책으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전북의 간척사업 추진세력은 기업도시론, 물류기지론 등을 내세우며 애초의 취지와는 거리가 먼 ‘복합산업단지’를 주장하고 있다.

새만금 사업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미 수 조원의 정부 예산이 들어갔고, 2.7km 구간의 방조제공사만 남겨둔 상황에서 이를 중단한다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이사하야만 간척사업도 95% 이상의 공정에서 법원의 판결에 의해 중단되는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대규모 간척사업은 우리의 환경과 지역주민들의 삶에 너무도 큰 영향을 미친다.

새만금간척사업을 환경단체들이 반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갯벌이 주는 생태적 중요성 때문이다.
새만금 갯벌은 한반도 전체 갯벌의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갯벌에는 플랑크톤에서부터 각종 조개류, 게, 등 371종의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다. 또한 인근 연안 어류들의 산란장이기도 하다.
특히 새만금갯벌은 하구갯벌이 건강하게 발달되어 있어 우리나라 최대의 철새도래지이며, 도요새의 경우 새만금 갯벌이 사라지면 멸종될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 연안습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갯벌은 육지와 해양이라는 거대한 두 개의 생태계가 접하는 곳으로 두 생태계의 완충작용 뿐만 아니라 연안생태계의 모태 역할을 맡고 있다. 즉  갯벌 상부에 발달하는 염습지는 육지로부터 영양염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생산력이 매우 높아 수많은 종류의 해양 생물들의 산란 및 성장 장소를 제공해주고 있으며 어패류의 서식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갯벌 흙 속에는 1cc당 보통 수백만에서 수천만 개체의 미생물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육지나 바다로부터 흘러온 유기물을 무기물로 분해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따라서 갯벌 미생물은 해양오염의 원인이 되는 유기물을 제거하여 건강한 해양생태계를 유지시키는 ‘콩팥’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이홍동 박사는 “새만금 지역 갯벌 6천만평은 하루 10만톤 처리 규모의 전주하수종말처리장 40개와 맞먹는 정화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갯벌은 홍수 및 태풍의 피해를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갯벌은 그 지역의 수계의 흐름에 영향을 주어 홍수에 따른 급속한 물의 흐름을 완화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하여 물의 흐름을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흘려보낸다. 따라서 단기간의 홍수량을 조절하여 이에 따른 인명 및 재산피해를 감소시킬 뿐 아니라 육지로 상륙하는 태풍의 완충지대 역할을 함으로써 그 피해를 감소시키는 기능도 하고 있다

이렇게 주요한 생물들의 서식처이며 철새들의 보금자리, 자연정화의 역할을 하고 있는 갯벌의 가치가 그 어떤 첨단산업기지와 맞바꿀 수 있는 것인지 회의하지 않을 수 없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또한 오랜 세월 그 터에서 살아왔던 지역 어민들의 삶을 통째로 빼앗는 사업이다. 방조제가 뻗어나가는 속도에 따라 활발했던 전북의 해안 마을들은 아울러 죽어갔다. 전북의 수산물 생산량도 94년 12만톤에서 매년 줄어들어 6만 7천톤으로 급감했고, 바다 물길이 막히면서 갯벌은 썩기 시작했다. 고기가 잡히지 않으니 어민들의 생존은 물론 지역경제까지 바닥에 다다랐고, 어업권을 포기하는 대가로 받은 보상금은 도시에서 월세방도 얻기 힘든 금액이었다. 논과 밭이 농민한테 목숨이라면 바다와 갯벌은 어민들의 목숨이다. 처음에는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눈부신 발전을 이룰 수 있을거라 기대하고 새만금 간척사업에 찬성하던 지역 주민들도 그 기대가 잘못된 환상이었다는 것을 아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다행스럽게도 새만금 갯벌은 살아있다. 남아있는 구간 2.7km로 해수가 드나들며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2.7km 구간만으로는 새만금 갯벌이 본래의 기능을 다할 수 없다. 어류의 산란장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래가 섞인 모래펄 갯벌이어야 산란을 할 수 있는데 진뻘이 점점 차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어민들은 방조제 중간 중간을 더 터주길 원한다. 그리하여 조류가 급하게 드나들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터진 구간은 교량으로 연결하면 방조제도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만약에 누군가가 우리 가족이 오랫동안 단란하게 살아온 보금자리를 강제로 빼앗으려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아니다, 새만금 갯벌을 메꾸는 것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이니 결국 생태계의 사슬안에 들어있는 인간의 보금자리를 파괴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남의 보금자리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보금자리를 없애려 수조원의 국가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지난 수년 동안 이 문제에 대해 정부와 대립하고, 오해하는 지역주민들과 갈등하면서 싸워왔다. 종교인들과 환경인사들은 추운 날 궂은 날 가리지 않고 새만금 지키기 삼보일배를 해왔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우리의 국토와 미래세대들의 권리에 관한 아주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 다시 한번만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각해보자. 지금 우리의 선택이 우리 미래세대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혹시 사라져간 갯벌을 다시 만들기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과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날이 오지 않을지 아직도 늦지 않은 이 시점에서 충분히 고민해보자.

※ 참고 : ‘부안새만금생명평화모임’ 홈페이지 게시글

글 : 김혜애 (녹색연합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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