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래야 보고 싶다! 고래를 기다리며 』

2005.04.29 | 미분류

‘귀신고래의 바다를 찾아서’ 초청 강연회와 토론회를 다녀와서

                                                                                                         글/ 성은혜(자원활동가)

복지관에서 인턴쉽 프로그램을 마치자마자 명동의 유네스코 회관으로 향했다. 많은 사람들이 붐비던 명동 골목을 지나 조금 느지막하게 도착한 그곳에서는 벌써 울산 MBC 이영훈 PD의 강의가 시작되고 있었다.




회의실 앞쪽의 하얀 칠판에는 지도가 그려져 있었는데 중앙에는 태평양과 그 양옆으로 캘리포니아 반도와 한반도가 그려져 있었다. 귀신고래의 회유경로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 중이었다.

귀신고래는 현재 두 계통의 귀신고래가 있는데 캘리포니아 반도의 라군(석호)에서 새끼를 낳고 3월 쯤 북쪽으로 올라갔다 9월 말쯤 다시 남하하는 캘리포니아 귀신고래(Californian Gray Whale), 다른 하나는 한반도 주변에서 번식을 하는 놈으로 4~5월쯤엔 북쪽 오호츠크 바다에서 여름을 지내다 추워지면 남쪽으로 내려와 울산 앞바다를 지나는 한국계 귀신고래(Korean Gray Whale)가 있다고 한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한반도를 지나는 귀신고래의 명칭이 ‘Korean Gray Whale’이라는 것. 어느 동물의 명칭에도 국가명 특히 한국이란 이름이 들어가는 것은 보기 힘든 일이라며 최초의 귀신고래에 대한 논문과 수많은 자료에서 한국계 귀신고래의 존재를 증명하는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점점 울산 앞바다를 회유하는 귀신고래가 보이지 않고 일본의 서쪽해안과 동쪽해안에서 귀신고래가 보인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동해바다가 귀신고래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으로서 점점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는 말일 것이다.

(어업방식과 해양환경에 대해 대한민국과 일본을 비교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귀신고래에 관한 다큐맨터리를 찍기 위해 여행하며 겪은 고래 이야기는 이영훈 PD의 감칠맛 나는 부산 사투리와 어우러져 약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되었다. 이후 녹색연합에서 귀신고래를 보호하기 위한 활동에 대한 발표와 회원들 간의 질의응답이 이루어졌고 두 시간여 만에 풀어내기는 너무나 짧았던지 고래 이야기는 뒷풀이로까지 계속 되었다.

고래포경을 찬성하는 어민들과의 타협방식과 과정, 한국계 귀신고래 보호를 위한 다른 나라들의 노력, 우리나라 어업방식과 해양 정책에 대한 문제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귀신고래를 보호하는 것이 단순히 고래 하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고래가 살 수 있는 서식지를 확보하고 보호하는 활동을 통해 파괴되고 있는 해양환경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에 맞물린 어민들의 생활고도 함께 느끼고 풀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와 다른 하나는 연결되어 있고 세상의 모든 것은 모두 하나로 이어져 있다고 했던가.
고래, 고래와 다른 바다생물, 이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는 바다, 바다를 통해 삶을 이어나가는 사람들, 바다와 연결된 국가들 간의 관계 등등이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다.  집으로 돌아와 고래를 기다리는 한 시인의 노래를 들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길이라는 아주 쉽고도 어려운 진리를 다시금 내 마음속에 새겨보았다.



고래를 기다리며
나 장생포 바다에 있었지요

누군가
고래는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했지요

설혹 돌아온다고 해도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고요,

나는 서러워져서 방파제 끝에 앉아
바다만 바라보았지요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치는 게 삶이라고
알면서도 기다렸지요

고래를 기다리는 동안
해변의 젖꼭지를 빠는 파도를 보았지요

숨을 한 번 내쉴 때마다
어깨를 들썩이는 그 바다가 바로
한 마리 고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요

(안도현 시 – 고래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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