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바다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2005.06.15 | 미분류

나눔녹색강좌 – 고래의 바다를 찾아서 – 후기

지난 6월 9일 저녁. 녹색연합 사무실에는 고래와 사람이 함께 뛰어노는 바다를 꿈꾸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 바다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글 : 조상우

그 바다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해안선을 따라 푸른 물방울을 튀기며 미역을 뜯어먹던 고래가 있던 바다,
어부들을 놀리다가 귀신처럼 도망가 버리던 고래가 있던 바다,
그 바다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채식주의자인 나로서는 동물,
특히 개 종류의 고등 동물인 고래를 잡아먹는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싫은 일이다.
그것도 먹을 게 없어서 굶어죽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 마리에 수천만원씩 하는 돈을 벌기 위해 몰래 고래를 잡는다는 것은
생명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려는 자본주의 논리가 적용되는 것 같아 더욱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하긴 돈 때문에 사람의 생명도 우습게 보는 지금의 세상에서 고래의 생명쯤이야…
그러지 않아도 더 이상 자본주의와 국가라는 시스템을 신뢰할 수 없게 된 나로서는
정일근 시인님의 강의로 알게 된 새로운 사실에 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 제국주의 시절 36년간 이루어진 우리의 정신 문화의 파괴는 물론
땅과 산에서의 자원 수탈과 야생동물 살육 등 자연파괴,
바다에서는 3,000여 마리의 귀신고래를 싹쓸이 도살한 엄청난 횡포와 함께 물려준 포경산업.
그러지 않아도 미운 일본이 더 미워지지만 한편으로
일본, 미국, 중국, 북한, 남한
이런 나라들이 도대체 무슨 이유로 개개인들에게 필요한 것일까?
그냥 다 지구에 사는 사람이면 되는 것 아닐까?
바다에 사는 고래들처럼 여긴 누구의 바다,
여기부터는 누구의 바다라고 나누지 않고 함께 공유해 가며 살아가듯이.
숨은그림찾기가 아니라 숨은소리찾기처럼 다양한 소리를 내는 고래,
개 소리 같은, 닭 소리 같은, 새 소리 같은 그리고 소 소리 같기도 하는 등
정말 다양한 소리를 가진 고래.
그러나 그중 내 마음 속을 울리는 단 한 소리,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는 추억처럼 아련하게 사라져 가는 소리,
그 소리 때문에 고래 소리 CD 복사를 부탁해 가져갔다.
다시는 낭만적인 바다를 기대하지 말라는 고래로부터의 마지막 메시지 같은
그 소리를 마음에 새기기 위해서…
가장 회의를 많이 한다는 고래,
수명이 70년으로 인간과 수명과 가장 비슷하다는 고래,
사람에 필적할 만큼 많은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고래,
사람과 가장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동물인 고래,
그 고래를, 아니 고래뿐만 아니라 다른 야생 동물들을,
적어도 죽음의 순간 눈가에 눈물을 머금고 사람을 바라보는 동물들을,
우리는 돈을 위해 죽일 수 있고,
식욕을 즐기기 위해 죽일 수 있는 가장 악한 동물인 것이다.
어쩌면 지금의 우리는 지구의 모든 생명들을 위해
지구상에서 멸종되어야 할 유일한 생명이 아닐까?
지금 이 순간에도 고래고래 개 같은 소리를 지르는 것은 고래가 아니라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바다의 로또가 된 고래를 잡자는 인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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