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맵 대장정> 죽어가는 바다! 신음하는 바다!

2005.08.01 | 미분류

– 인간이 만든 산더미 같은 해양폐기물 앞에 할 말 잃어…

본격적으로 Green Map대장정의 막을 올리게 된 이틀째 날, 우리의 바다를 지키기 위한 Green map대장정에 참가하는 60명의 대원들은 아침 일찍 울진을 떠나 영덕과 포항을 거쳐 울산 그리고 부산으로 향하였다. 힘든 일정에도 불구하고 대원들은 영덕과 포항에서 바다 사랑 실천의 첫걸음인 정화활동을 위해 그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바다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가슴 아픈 만남, 해양폐기물로 멍들어 있는 바다



대원들이 해양폐기물 정화를 위해 아침 일찍 나선 곳은 경북 영덕군 병곡면 백석리의 작은 해안가 마을이다. 6개의 모둠으로 나눠진 대원들은 수거조, 분리조 그리고 측정조로 나뉘어 해양폐기물 정화활동을 시작하였다. 이 작은 마을에도 해양 폐기물은 예외가 아니었다.

해양폐기물은 바다에 유입되는 모든 쓰레기를 뜻한다. 대부분의 해양폐기물들은 떠다니면서 이동하기도 하고, 분해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 지속적으로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양폐기물은 크게 육상기인 발생원과 해상기인 발생원으로 나눌 수 있다. 그 중 육상기인 해양폐기물이 전체 해양폐기물의 약 7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인간으로부터 발생한 오염물질들이 바다로 흘러들어가 해양생태계의 파괴 및 인류건강까지 위협하게 되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피해를 주는 원인과 그 결과가 차이가 난다는 점에 서 바다의 주오염원인 인간은 반성해야 한다. ‘바다와 육지가 분리되어 있다’라고 생각하는 인간의 이분법적 의식이 결국 해양을 병들게 하고 있다.

군용폐기물 몸살
-국방부가 환경의 사각지대임을 그대로 말해줘

수거조에 의해 모아진 쓰레기들은 대원들에 의해서 분류가 되었다. 그 종류는 플라스틱, 비닐, 금속, 나무, 고무, 종이 등 매우 다양하다. 우리는 그 중에서도 어렵지 않게 군용양말, 군용식품 등 군용폐기물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하는 것은 해야 하는 것은 군부대 쓰레기 방치로 인한 군용폐기물에 의한 해양오염이다. 군부대는 국가의 여러 산하기관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이며 어느 기관보다도 모범적 이여야 하는 특수기관이다. 그러나 은폐와 묵인 속에 군부대에서 발생하는 각종 쓰레기가 불법적으로 처리되고 있다. 해양과 산림의 군부대 쓰레기 방치는 이미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사례1) 서해에서는 매해 12번 정도 군인들이 포발사 훈련을 한다. 한 번에 약 50발정도 발사된 포들은 그대로 바다에 들어가 해양폐기물로 서해바다 밑바닥에 쌓여가고 있다. 바다 속에 침적된 수중침적물은 수거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더욱더 많은 피해를 야기 시킨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사례2) 2000년 6월 인천의 육군번개부대 훈련장의 불법적인 무단매립으로 시민들의 쉼터로 애용되는 훈련장 주변 숲은 쓰레기로 뒤덮여 있어 모기가 극성을 부린다.

(사례3) 2001년 4월 강원도 태백시 함백산 정상 1000여 평의 옛 군 주둔지엔 버려진 막사 4개동과 각종 군용폐기물이 흉물스럽게 남아 있다.

폐기물관리법 제7조의 폐기물 투기금지에 관한 조항을 보면 “정당한 사유 없이 문화유적지(….)하천, 산림 기타 대통령이 정하는 지역 또는 시설에 폐기물을 버려서는 안 된다”라고 되어있다. 이 기준이나 방법에 군부대도 예외가 아니다.

어촌에는 행정력이 닿지 않아 분리수거조차 되지 않아,
– 마구 태우고, 묻고 해양 쓰레기 몸살 그러나 정부 노력이 거의 보이지 않아

오후에 다시 시작될 정화작업은 경북 포항 동해면 임곡리의 항구를 끼고 있는 작은 어촌 마을이었다. 뜨거운 태양아래 체력은 많이 소모되었지만 대원들은 정화 활동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너무 심각하게 해양폐기물로 훼손되어 있는 마을을 보고 있는 대원들의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 작은 손길 하나하나가 모여 결국 커다란 일을 해내리라는 처음의 다짐을 상기하며 잠깐의 휴식 후 다시 정화 활동이 시작되었다.



동해면 임곡리는 배가 드나들 수 있는 작은 항구와 민박집을 하는 몇몇 가구가 있는 마을이다. 마을과 해변가를 구분하는 작은 둑 사이로 아주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사람이 다니는 마을의 길은 깨끗이 정리가 되어져 있는 반면에 새들이 다니는 길과 해안가 주변은 주워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해양폐기물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임곡리는 워낙 작은 자치구이다 보니 행정력이 닿지 않아 해양 쓰레기를 제때 수거해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군민들이 해양폐기물을 분리하고 치우기에는 노동력이 턱없이 부족하며, 해양폐기물이 바다에 어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도 잘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그냥 한곳에 모아두었다가 태워버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우선 환경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환경예산 비중을 대전5.5%, 서울 1%, 광주 4.15% 등 전체적으로 극히 낮은 비중을 보이고 있어 우선 환경예산의 증액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금의 지자체는 정책제안능력이 현저하게 부족하고 전문성 또한 낮다. 종합적으로 의회의 행정부 견제기능이 부족하고 의원들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해양폐기물 정화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60명 대원 모두 바다의 아픔 앞에 숙연해 졌다. 해양폐기물 사이에 처참하게 죽어있는 갈매기의 모습에 회색바다를 만든 자신을 반성해본다. 그러나 시작했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 초록색의 마음을 가지고 자연 앞에 겸허한 자세로 동해에서 서해까지 완성될 그린맵이 해양생태계에 겨자씨 한 알만한 희망이라도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내일을 향한 지치지 않는 힘찬 발걸음을 옮겨본다.

환경이슈

영일만이 위험하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경신호 사건

포항 앞 바다에 유조선 경신호( 2273톤 급)가 침몰 된 지 17년이 지났다.(세월이 흐른 만큼 사람들은 경신호 사건을 잊어버렸다.)그러나 푸른 영일만 바다 속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숨어있다. 경신호의 내부에 남아있는 수백 톤의 잔존유가 바로 그것이다. 경신호의 위협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1988년 2월 24일 오전 7시 경, 쌍용 정유에서 벙커 C유 2560톤을 싣고 목호항으로 항해 중이던 경신호가 영일만 해상에서 악천후로 인해 침몰, 수심 98km 바다 밑에 가라앉았다. 조사 결과 경신호는 적재정량보다 약 287톤이 많은 2560톤을 싣고 있었으며, 높은 파도에 휩쓸려 부력을 잃고 침몰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신호에서 유출된 기름은 포항시를 비롯하여 4개 군의 58개 어촌을 포함하는 42km의 해안선을 오염시켰다.  

그러나 당시 사건에 대한 정부 측의 대응은 미흡했다.(경신호 침몰이 있은 바로 다음 날이 노태우 전 대통령이 취임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신호 사건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파악과 대응에 나서기 보다는 사건 은폐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또한 기술과 전문 인력 부족으로 인해 광범위하게 확산된 유출유가 동해안의 주요 어장과 양식장에 많은 피해를 주었다.

침묵하는 경신호, 그러나…

바다 밑에 가라앉은 경신호에는 아직 750여톤의 기름이 남아있다. 방제작업을 통해서 나무 쐐기, 찰흙 시멘트 등으로 충돌 당시 생겼던 기름 탱크의 유출구들을 메웠지만, 기름 유출을 지연시켰을 뿐 유출 가능성은 그대로 남아있다. 경신호 사건이 있은 지 1년 만에 다시 경신호 잔존유에 대한 기름 유출이 발견됐으며 지금까지도 소량의 기름이 새고 있다.

경신호 침몰 당시, 인양 하는 대신에 경신호의 유출구를 막았던 이유는 경신호가 바다 바닥에 있는 뻘에 묻혀있어 인양이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7년이 지난 지금 예상과 다르게 경신호는 뻘에 묻히지 않은 채로 여전히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다. 2001년 해양연구소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증가되는 부식량이나 추가 손상, 손상부위의 확대에 의해 기름의 유출량이 증가 할 수 있다고 한다. 비스듬히 해저 뻘에 박혀 있는 경신호는 선체가 그 주변의 빠른 조류에 의해 급속도로 부식이 진행 중이다.

만약 침몰된 경신호의 남은 기름이 바다에 한꺼번에 유출될 경우 경주-포항-영덕 등 동해안 청정 해역의 오염은 물론 동해안 58개 어촌의 2000헥타르의( 어장피해와 더불어 인근어민들의 생존권까지 위협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을 대비한 정부의 대응책은 어떠한가. 경신호 사건 이후 오랫동안 기름 유출 가능성을 쉬쉬했던 정부는 시민단체와 어민들의 대책마련 목소리가 커지자 뒤 늦게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무인회수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이 무인 잠수정은 2006년에 실용화 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것이 기름 수거에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보여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새로운 실험적 접근인 만큼 실패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섣부른 접근보다는 프랑스, 일본 등 선진 해양기술을 보유한 국가에 대한 자문과 전문적인 컨설팅을 통한 강도 높은 정책이 필요하다. 그 동안 정부는 경신호 사건에 대해 매주 정기적으로 헬기를 이용해 경신호가 침몰한 영일만 일대를 모니터링 하는 등 충분히 사태의 위험성을 지각하고 있었지만, 적극적인 사건 해결의 움직임은 보여주지 않았다. 기름 유출의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경신호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이 지금 필요하다.

인터뷰

그린맵 이틀째 날, 포항 임곡리 앞바다에서 정화활동을 펼치는 60명의 대원들 중 뙤약볕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밝은 표정으로 대원들을 이끄는 정유진씨(28)를 만날 수 있었다. 대장정 둘째 날을 맞아 4시간에 걸쳐 진행된 바다 정화 활동을 마치고, 대원들과 다음 프로그램 장소로 향하는 그녀를 만나 보았다.

정유진씨는 현재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특수교육 교사로 일하고 있다. 방학을 맞아 우리 나라 삼면의 바다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데 매력을 느껴 이번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어 환경단체 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라는 그녀는 자신감 있고 건강한 모습이 푸른 자연을 닮아 있었다.
피곤한 일정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 그녀는 사회에 보람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환경 정화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장애인과 자연이 처한 입장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특수 교사로 일하다 보면, 예전에 비해 장애인에 대한 복지가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거든요. 특히, 사람들의 의식에서 장애인은 항상 도와주어야 할 대상입니다. 그런데 자연도 마찬가지 인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은 인간이 보호하고 보전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인간과 자연은 교감을 통해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유진씨는 장애인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을 이해할 수 있듯, 환경도 직접 체험함으로써 진정으로 교감할 수 있다며 그런 면에서 이번 대장정에 적극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는 만남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환경을 체험하는 일도 인간과 자연이 만나는 만남의 한 종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바다의 생태와 환경을 직접 체험하는 이번 대장정은 의미 있는 행사 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런 프로그램이 많아졌음 좋겠어요. 자연에게 주는 행위 없이 수확에만 중점을 둔 환경 체험 교육보다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교육이 늘어났으면 합니다.
그것이 미래 후손을 위한 현재 우리의 의무가 아닐까요?”

자연을 인간의 소유물로 보지 않고 ‘마음의 평온에서 오는 행복’을 위해 환경활동에 참여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공존의 주체로써 자연을 인정하는 그녀의 신념을 엿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대장정이 끝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환경에관심을 갖고 직접 느껴 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글 : 그린맵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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