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맵 대장정> 소중한 자연유산 -해안림

2005.08.03 | 미분류

그린맵 대장정 5일째, 어느덧 길고 긴 대장정의 반이 지났다. 거제도에서 출발, 삼천대교를 지나 남해안에 도착한 대원들은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굵은 빗줄기에도 불구하고 정화 작업을 위해 삼동면 상주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섬들의 나라 남해, 그 쪽빛 바다를 지키기 위해 대원들의 발걸음은 오늘도 바쁘다.

지친 영혼을 보듬어 주는 바다, 남해



70여개의 크고 작은 섬과 302km에 이르는 해안선이 절경을 이루는 곳, 경남 남해. 아침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그 속에서 펼쳐지는 끝없는 바다의 물결, 남해의 전경은 우리의 지친 영혼을 보듬어 주고, 복잡한 일상에서 한 발짝 물러나 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여유를 선사 한다. 인간이 버린 쓰레기로 인해 오염되었지만, 말없이 모든 것을 묵묵히 받아 주는 바다의 포용력은 끝이 없어 보인다.

육지가 발달해 감으로 인해 바다가 오염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바다는 스스로 오염을 만들지 않는다. 해양폐기물의 70%이상이 육지에서 기인한 것이다. 인간이 먹고 버린 쓰레기가 우리의 바다를 멍들게 한다.

도도히 흐르고, 무섭게 파도치는 바다 앞에서 우리는 겸손함을 배워야 한다.

남해를 지키는 수호신 물건방조어부림

경남 남해군에 위치한 미조리의 해안에는 세월을 알 수 없는 고목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미조마을이 생기기 시작하면서부터 존재 했다는 이 해안림은 그 면적은 넓지 않지만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나무들의 높이로 그 세월을 짐작할 수 있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에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미조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가다 보면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작은 물건마을을 만날 수 있다. 금향이라는 지명으로 불리었지만, 어느 한 선비가 마을의 형상이 한자의 수건 건(巾)자와 닮았다 하여 그 때부터 ‘물건’마을로 불리게 되었다.

둥근 만을 따라 형성되어 있는 이 마을에 들어서면 해안을 휘감고 있는 해안림을 만날 수 있다. 물건리를 300년 넘게 마을을 지켜온 수호신. -파도와 바람에 맞서 마을을 지키고 고기를 모이게 하는 곳, 바로 물건방조어부림(勿巾防潮魚付林)이다. 이 해안림은 바다와 마을의 경계선에 위치하여 길이 1.5km 넓이 30m 높이 10~15m로 되어 있으며 수십 종의 나무로 이루어진 흔히 볼 수 없는 상록활엽숲이다. 눈부시게 빛나는 바닷물과 푸르름을 가득 머금은 해안림의 조화는 그야 말로 장관이다.

물건 방조어부림은 세 가지 이름을 가진다. 거칠고 거센 바닷바람을 막아준다 하여 방풍림, 쉴 새 없이 달려드는 파도에 의한 해일과 조수를 막아주기에 방조림, 숲의 초록빛이 남해를 떠도는 물고기 떼를 불러들인다 하여 어부림이라는 부른다. 실제로 해안가에 위치한 물건방조어부림은 바닷바람을 막아 주어 반농반어의 동네 주민들에게 농사에 피해가 없도록 지켜준다. 물건리는 지난 2002년 루사 태풍 때도 피해가 하나도 없었다. 이는 바다의 거친 파도를 막아 주는 든든한 해안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물 반, 고기 반이였던 때에 비하면 어획량이 줄어들었지만, 물건리는 해안림 나무 밑으로 산란하러 오는 고기떼들이 많아 다른 지역보다 많은 고기가 잡히고 있다.



하지만 해안림의 보존과 보호에도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99년도 완공된 항만의 방파제로 인하여 바닷물의 순환이 잘 되지 않아 일부에서 물이 썩고 있다. 주민들은 정부에 방파제 통수시설을 요구하고 있지만 예산 때문에 집행이 어려운 처지다. 동네자체에서 정화시설을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 바다의 맑은 물, 푸른 숲을 지키기 위해서는 통수 시설이 절실히 필요하다.

방풍림을 훼손하지 않고 보존하기 위해서는 해안림 숲 아래에 지어진 건물들을 이전해야 하며 피서객들이 이용 중인 비포장도로의 재건설도 요구된다. 그러나 7~8년 전 부터의 계획에도 불구하고 정부 측의 예산 편성 문제 때문에 아직도 실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 천연기념물 제 150호로 지정된 물건방조어부림의 보호를 위해서 정부 측의 빠른 예산안 편성과 정책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최근 들어 물건리가 뜨고 있다. 2000년 넘어 남해안을 덮친 매미와 루사, 동남아의 쓰나미의 경우를 겪으면서 물건리와 같은 해안림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 실제로 쓰나미 당시 해안에 맹그로브 숲이 우거진 인도해안에는 피해가 적었다. 해안림은 그저 아름다운 숲이 아니라 해안지역의 삶의 터전 지켜 주는 결정적인 담보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해안림 중 면적은 다소 적은 축이라도 그 원형에 있어 가장 전형적인 곳이 물건리의 어부림이기 때문이다. 특히 물건어부림은 소나무 단일수종으로 이루어진 여타 해안림과는 달리 상록활엽수림으로 이루어져 그 가치가 특별하다.

겨울철 뗄감이 부족해도 방조림 나무만은 손대지 않았다는 주민들의 마음이 30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변하지 않는 푸르름을 물건리에 안겨준 것이 아닐까. 자연을 사랑하고 가꾸어 나가는 것은 말이나 생각보다 실천이 앞서야 한다.
물건리 주민들이 방조어부림을 자랑스럽게 여기듯, 우리가 우리의 국토와 자연환경을 자랑스럽고 소중히 여기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과 마음, 작은 실천이 필요하다.
도도히 흐르는 바닷물과 푸른 산의 정기가 이어지는 그 경계선에 자리 잡은 울창한 어부림.
자연 속에서 진리를 찾던 우리 선조의 지혜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이 숲이 있어 남해가 더욱 빛나 보인다.

환 경 이 슈 – 연안의 난개발로 사라지는 해안림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태풍 매미를 거치면서 집중적으로 나타난 연안 지역의 피해는 많은 교훈과 과제를 던져 주었다. 특히 작년 동남아의 쓰나미를 지켜보면 지진-해일로 인한 연안 피해에 대한 대응에 직접적인 고민이 시작되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것에 대한 유일에 가까운 답은 해안림을 통한 대비다.
해안림의 훼손은 단순한 환경 문제의 차원을 넘어 재해의 문제가 되었다.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환경 생태적 악영향과 함께 인명과 재산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재앙이 언제든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2005년 4월부터 산림청을 중심으로 해안림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것이 재해예방의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었다. 그러나 해안림의 현실은 절망적일 정도로 심각한 훼손을 겪고 있다.  해안림이 훼손되는 것은 재해나 병충해 같은 자연적인 원인도 일부 있으나 무분별한 각종 난개발이 큰 원인이다. 해안림의 주요 훼손 원인을 살펴보면  토취장, 펜션 및 위락단지, 택지와 항만, 공장 등 건설부지, 연안정비사업 등이 꼽힌다.

토취장

최근 벌어진 해안림 훼손 사례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부산 신항만 건설공사의 토취장 조성  현장이다. 경남 진해시 안골 일대의 산림을 송두리째 파헤치며 토석채취를 하고 있다. 인근 부산에서 거제와  진해로 이어지는 바다 어디에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훼손현장이다. 토취장이 아무리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파헤치는 방식은 복원이나 복구는 원천적으로 무시한 방법으로 공사를 하고 있다.

연안정비사업

해안림을 야금야금 파먹는 것이 연안정비사업이다. 충청남도 태안군 고남면 장곡리 일대인  안면도 운여 해수욕장의 경우 과거에는 아름다운 해안사구형 해안림이었으나 무분별한 연안정비사업으로 사구와 모래가 쓸려나갔다. 또한 1.3㎞에 이르는 옹벽을 쌓았지만 2001년 태풍이 지나간 후 300m에 이르는 옹벽이 파괴되었다. 자연을 잘못 건드리면 두고두고 재앙이 온다는 교훈의 현장이 연안정비사업이다.  

택지조성

오륙도가 가장 잘 보이는 용호동 일대의 해안림이 초고층 아파트 건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일대의 개발 사업은 난개발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온천, 호텔, 쇼핑몰 등 4만 3천여 평에 이르는 대규모 위락단지가 건설될 예정이다.  영광원자력발전소와 인근 쓰레기 매립장도 해안림훼손의 대표적 현장이다. 이 일대는 과거 전형적인 해안구릉지 해안림이었다. 원자력 발전소 부지 조성으로 해안림을 파괴하고 연안 생태계를 교란시켰다. 여기에다 다시 쓰레기 매립장이 들어섰다. 쓰레기 매립장은 해안림을 파괴하고 지하수까지 오염시켰다.

해안림의 훼손은 재앙을 부르는 지름길이다. 가까운 일본은 국가적 차원에서 해안림을 보전하며 관리하고 있다. 해일, 태풍 등 바다로부터의 재난에 가장 확실한 1차적인 대응이 바로 해안림을 가꾸고 지키는 것이다.  

인 터 뷰

그린맵 대장정을 시작한지 5일차, 그린맵 대장정 60명의 대원들은 거제를 떠나 남해로 그 발걸음을 옮겼다. 남해는 70여개의 크고 작은 섬과 해안선이 절경을 이루는 곳이다. 대원들이 정화 작업 하게 될 남해 바닷가의 어업실정과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경상남도 남해군 물건리에 위치한 물건 방조어부림으로 찾아갔다. 경남 남해군 물건리에서 어부로 일하고 있는 이승렬(48) 씨를 만날 수 있었다.

방조어부림이 소재한 물건리의 어촌계장을 만나다.
남해바다를 휘감은 300여년이 된 고목 숲의 해안림. 바닷가를 따라 초승달 모양으로 길이 1,500m, 너비 30m 이다. 크지 않은 면적이지만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는 모습에서 방풍림의 세월을 느낄 수 있다. 옛 선조들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바닷바람을 피하기 위해 심기 시작했다고. 요즘 한창 유명해 지고 있는 방조어부림을 통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형적인 해안림을 살펴보고자 물건리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그곳에서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승렬(48)어촌계장을 만났다. 까맣게 그을린 그의 얼굴과 주름에서 힘든 어부로서의 삶을 느낄 수 있었다.



“보시다시피 우리 마을의 경관은 굉장히 좋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많이 망가진 모습이지요. 예전에 방파제 없을 때는 숲이 울창해 물반 물고기반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곳이 유명해지고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오염이 되고 해양 자원이 고갈이 되어가기 시작했어요.” 고향을 사랑하는 이의 애틋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전해졌다. “육상이 발달하게 되면서 바다 오염은 기존사실이 되어버렸어요. 사실 바다자체의 오염은 없습니다. 예전에는 해초나 수초가 많이 물고기들이 서식과 산란을 위한 장소가 되었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오염으로 고기들이 산란을 할 장소를 잃게 되면서 물고기들의 양이 많이 줄었습니다.” 환경오염이 직접적으로 어민에게까지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 마을은 천연기념물 제 150호로 지정되었으며, 제3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마을 숲’으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한 물건방조어부림이 있다.
이계장님으로부터 물건 방조어부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른 해안림이 대부분 소나무로 이루어진 것에 비해 물건 방조어부림은 팽나무, 푸조나무, 상수리나무, 참느릎나무 등으로, 그 아래 층은 8,000여 그루의 보리수나무, 동백나무, 광대싸리, 윤노리 나무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9세기 말엽, 이 숲의 일부 나무를 베어낸 다음 폭풍을 만나 마을이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되자, “이 숲을 해치면 마을이 망한다” 라는 말이 전해 내려오며 더욱 잘 보존해 왔습니다.” 숲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어부의 마음이 느껴졌다. 숲 자체가 아직 숲이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없었다고. 태풍 때에도 나무가 무너지거나 피해를 준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과거에도, 나무할 때가 아무리 없어도, 이 숲의 나무는 건드리지 않았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은 숲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동시에 숲을 신성시 하고 있다. 그래서 마을 주민들은 숲 속에 서 있는 가장 큰 이팝나무를 당산목으로 모시고, 음력 10월 15일에 제사를 올려 마을의 평안을 빌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숲을 가진 평화로운 포구 마을이 개발의 영향에서 벗어나 잘 보존되고 숲도 더욱 울창하게 번성하기를 기원하면서 마을을 빠져 나왔다.  

글 : 그린맵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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