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맵 대장정> 인간을 구하는 숲, 해안림과 명사십리가 유명한 고창

2005.08.06 | 미분류

희망의 발걸음 그린맵 대장정 8일차. 자연 속에 무수히 살아 숨 쉬는 생명들을 만나러 우리는 또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인간을 구하는 숲인 해안림과 명사십리가 유명한 고창에서 우리의 푸른 바다와 푸른 미래를 그려보았다.

      
전북 고창군 심원면 고전리의 한 염전. 바둑판처럼 오밀조밀하게 나눠진 염전 사이로 해풍을 타고 짭짤한 소금 냄새가 피어오른다. 끝이 아련한 벌판과 금세라도 쓰러질 것 같은 허름한 소금창고들, 시간의 흐름마저 멈춘 듯 황량한 풍경이다. 이맘때쯤이면 인부들은 쌓아둔 소금 포대를 트럭에 싣느라 여념이 없다. 그러나 이곳 염부들은 허망하게 일손을 놓고 있다. 한숨과 깊게 패인 주름만이 그들의 고통을 짐작케 한다.



“엊그저께 내린 비로 염전이랑 창고랑 물이 저기까지 찼습니다. 그전까지는 비가 아무리 와도 물이 여기까지 차지는 않았는데…”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얼룩덜룩한 황톳물 자국이 지붕이며, 건물 벽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염전은 형태가 안보일 정도로 물에 잠겼고, 창고에 저장된 소금마저 물에 다 녹아버렸다. 마치 수해지역에 온 듯 착각이 들 정도다. “30년간 염전 생활을 하면서 이런 피해는 처음이지요.” 올해로 33년째 염전업을 하고 있다는, 이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한 염부가 말했다. 이는 최근 염전과 불과 10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삼양염업사 폐 염전에 곧 완공될 21홀 자리 골프장 때문이다. 지난해 삼양염업사에서는 전체 염전 83만평 중에 23만평을 골프장 부지로 팔았다. 작년 8월 공사를 위해 흙 매립용 모래 더미를 쌓아둔 것이 바람에 의해 염전으로 날아들면서부터 피해는 시작되었다. “소금은 태양이 물을 끓여주고, 바람이 물을 식혀서 증발을 시켜줘야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골프장 언덕이 3미터까지 높아지면서 바람의 영향을 받지 못해 소금의 양이 줄었어요. 제가 바람측정기까지 동원해 기록을 해두었기 때문에 알 수 있습니다.” 라고 김동선(38)씨는 말한다. 그는 그 동안 골프장으로 인한 피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사진 자료집을 취재진들에게 보여주었다. “이전에는 비가와도 물이 이렇게 까지 차지는 않았는데 골프장 매립으로 기존 배수구의 물량이 늘어나 염전을 더 잠기게 합니다. 염전이 잠기게 되면 황토물이 염전 판에 실려 소금에 황토물이 베어 붉은 소금이 되는데 그렇게 되면 식염으로 쓸 수는 없고, 폐염이 됩니다. 폐염은 운이 좋아야 양업장의 소독용으로 헐값에 겨우 팔수 있지요.” 이밖에도 골프장 잔디에 뿌리는 농약 분진이 날아와 소금에 농약이 잔류하는 피해, 황토로 인한 황사 피해 등 골프장 건설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들을 주민들은 의견서로 만들어 업계 측에 시정을 요구 했다고 한다. 그 결과 지난 3월 펌프장을 설치하겠다는 내용 및 피해가 객관적으로 입증 되었을 시에는 가능한 해결하도록 노력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별도의 펌프장은 설치하지 않았고, 오늘과 같은 염전이 황토물에 잠기는 사태를 야기 시켰다. 피해보상은 커녕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고, 자연재해라며 협상과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협상을 하려고 하면 학술적인 이유를 대라고 합니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죠, 눈으로 보면 어떤 피해가 일어났는지 뻔히 보이는데 그것을 학술적인 이유로 대라고 하니 돈 없고 백 없는 저희들이 당 할 수밖에요.” “사건을 해결하기 시청이나 구청에 찾아가 봤지만 여기와 봤자 별다른 효력이 없다고 직원들이 그렇게 얘기를 해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죠.” 옆에 있던 아낙이 한마디 거들었다. 이 일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걸림돌은 비단 이것 뿐 만이 아니다. 이런 소문들이 떠돌게 되면 이곳에서 생산되는 소금의 판매에 지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일부 염부들의 우려에 언론에 공개되는 것조차 꺼려하는 눈치다. 또한 주민들 모두 삼양염업사로부터 임대하여 염전을 운영하는 처지라 역으로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김씨는 “1년에 한번 씩 계약을 갱신하는데 잡음이 생기면 밥줄마저 끊길 처지라서 결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사실 오늘 아침에도 회사 측에서 이 일에 제 3자를 끌어들일 경우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해 우려가 큽니다.” 라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평생 동안 염전일 말고 다른 일은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이들이 쉽사리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최근 몇 년 사이 전북 옥구의 수 만평 염전이 새만금 사업으로 폐업을 하였고, 경기도 일대의 염전들과 전남 신안군의 염전들이 소금 수입 자유화 바람과 관광 산업에 밀려 폐업을 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몇 안남은 염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전국의 수려한 산천 곳곳에 건설된 골프장 및 유락시설은 염전과 같은 직접적 재산피해를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자연재해에 무방비상태로 놓여있게 한다.

더 이상 기득권층만을 위한 무분별한 개발은 지양해야한다. 또한 정부와 자치 단체는 친환경적인 정책을 지원, 훼손지역에 대한 복원이 이루어지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글 : 그린맵 공동취재단

환 경 이 슈

해안 생태계를 파괴하는 해안도로

아름다운 모래가 십리를 넘게 펼쳐진다는 전북 고창 상하면 명사십리(明沙十里) 해수욕장. 4km가 넘는 백사장 위에는 사구 대신에 해안도로가 건설 중이다. 지금 진행 중인 2차 공사를 끝마치고 나면 총 5km의 해안도로가 건설 될 예정이다. 해안림을 관통하는 이 해안도로 때문에 서해안에서 거의 원형으로 남아 있는 마지막 해안생태계가 파괴될 위기에 처했다.

주택 및 편의시설, 산업시설의 접근성을 높이고 관광객 유치를 위한 목적으로 건설되는 해안도로는 해안림의 사이에 위치하거나 해안림 앞의 사구에 위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상적인 해안의 모습은 바다-갯벌-사구-해안림의 순서대로 원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해안도로가 생기게 되면 이러한 해안이 중간에 단절되어 버린다. 해안도로로 인해 갈려진 것은 비단 해안림 뿐 만이 아니다. 식물, 동물 등 각종 생태 종들의 이동 또한 차단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것 외 해안도로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해안도로의 안전성자체가 의심된다. 2004년 10월에 주문진 해수욕장에서 해안도로가 높은 파도에 의해서 수백kg의 콘크리트난간이 붕괴되고 도로의 아스팔트가 다 무너져 내렸다. 해안 쪽 도로 1차선도 잘려나갔다. 또한 2002년8월 집중호우로 인해 송지면 사구리의 해안도로 40m가 유실되기도 했다. 이 같이 해양 재해에 따른 해안도로의 피해가 큰 것은 해안도로가 위치상 재해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고, 사구에 건설되기 때문에 도로의 연약 지반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해안도로는 해안 사구를 파괴시킨다. 사구는 단순한 모래언덕이 아니다. 모래사장에 모래를 공급하는 저장소일 뿐만 아니라 육지에 적절하게 지하수를 공급하는 정수기 역할도 한다. 해안에는 바다와 육지의 비열차로 인해 낮에는 해풍이, 밤에는 육풍이 불게 된다. 이러한 탁월풍으로 사구에서 모래는  순환하게 된다. 그러나 해안도로의 무분별한 건설 때문에 이 같은 순환이 이루어지지 못한다. 때문에 해안침식이 가속화되고 사구가 훼손되게 된다. 충남 태안군의 안면도 해안을 따라 해안도로가 건설된 이후 꽂지 해수욕장의 해안사구가 일부 황폐화 된 것도 그 때문이다.

녹색연합 최위환 간사는 “이 같은 피해가 동해, 서해에 비해서 남해가 적은 이유는 해안 근처에 도로를 낼 때 해안과 수직이 되도록 내도록 방사형의 구조로 건설하기 때문입니다.”
라고 말했다. 또한 해안도로가 건설되는 부분이 육지와 바다의 완충지대인 만큼 계획단계에서 부터 내륙도로와는 다른 기준으로 환경영향평가를 해야만 한다. 해안도로는 사고위험이 크고 해안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별도의 해안 도로법으로 관리를 하도록 하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인 터 뷰

그린맵이 만난 사람들

태양과 풍력의 힘으로 빚어내는 새하얀 빛의 장인
고창 삼양염전의 염부 김동선



섬들의 나라 남해를 지나 우리나라 갯벌의 천국인 서해로 접어들었다. 전북 고창군 심원면 고전리의 삼양염전이다. 바닷물을 가두어 바람과 태양의 힘으로 기다림을 시간으로 이겨내고 소금을 생산해내는 염전이다. 바닷가에서 염부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얼마 전 집중호우로 인해 자신이 목숨처럼 여기는 염전에 큰 피해를 입은 김동선씨(39세) 는 보상을 받기 위해 염전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망연자실 바라만 보고 있었다. 예년 같으면 이정도의 강우량으로는 피해를 입지 않았겠지만, 얼마 전 완공된 골프장에서 내려온 흙먼지 때문에 붉은 소금이 되어 버린 염전을 보며 허탈해 하고 있었다.

“염전은 그해에 비가 자주 오면 소금 값이 오르고, 가뭄이 들면 소금 값이 내립니다. 1970년대만 해도 소금 수입이 없어 국내산으로만 공급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수입이 많아져서 국산 천일염전이 수입염전에 밀리는 추세입니다. 게다가 골프장 건설로 인해 이런 피해까지 입게 되니 허탈 합니다” 중국산 소금 30kg의 가격은 2700원이다. 국내산 소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터무니없이 싼 값이다. 게다가 이 소금은 공업용으로 들어와 식용으로 둔갑까지 한다. 국내 천일제염이 수입산 소금에 의해 그 명맥을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골프장 건설 등 환경을 파괴한다는 건축물들이 들어온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로 인해 염부들의 한 숨 소리가 깊다. 뿐만 아니다. 우리나라에서의 천일제염은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

“염전에서는 쉬운 일이 없습니다. 이 일도 하려면 1년 정도의 기술 습득 기간이 필요하고 육체적으로도 매우 고된 일이지요. 요즘 젊은이들이야 일이 힘들고 수입이 얼마 되지 않아 일을 회피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수입 산이 많기도 하고 대를 이을 젊은 층들이 없어서 염전 사업에 어려움이 많다. 김동선씨 마을도 예외가 아니었다. 동네 20여명의 염부 중 가장 나이가 어림 김씨를 제외하면 평균연령은 55세이다. 그만큼 젊은 일 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가 많다고 한다. “염전 체험을 온 사람들이 소금 채취 마지막 단계인 체렴에서 소금의 신기함을 느낄 때 가장 뿌듯합니다. 또한 짜고 싱거운 맛을 내는 소금의 그 탄생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우리 염부들의 수고를 알아주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 힘이 됩니다.” 태양과 바람의 기다림 속에서 얻어지는 값진 소금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날 때 행복하다는 그의 말에 돈으로 매겨질 수 없는 땀의 가치가 느껴졌다.

사실 그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부모님 일손을 도우러 몇 번 염전에서 일한 것이 계기가 되어 도시에서의 생활을 접고 완전 귀농했다는 그. 누구보다도 자연의 소중함과 가치를 마음으로 느낀다고 전했다. 염전의 일은 고되지만 도시에서의 삭막함 보다는 염전에서 바다와 태양과 바람과의 대화를 나누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염전은 수산업과 농업 사이에 있으며 바다와 태양 사이에 있다. 소금은 시간을 기다릴 줄 아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바다와 바람과 태양의 선물이다. 골프장 건설, 국지성 집중호우 등 기다림의 시간에 방해꾼도 많다. 그러나 반짝이는 소금의 그 뒤에 그 보다 더 반짝이는 기다림과 인내의 시간. 그리고 자연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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