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담 불법거래의 온상, 중국 연길을 가다 ③

2005.09.15 | 미분류

지난해 9월, 녹색연합에서는 중국과 한국의 곰농장, 한국 내 약재시장에서의 웅담 관련 제품들의 매매실태에 관한 조사보고서를 냈었다. 그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한국인들의 보신문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 커졌고, 각종 여론을 통해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곰을 사육하여 웅담을 거래하거나, 중국이나 동남아, 러시아 등에서 웅담 관련 가공품등을 불법 밀거래하여 버젓이 팔고 있는 상황에 대한 내용을 고발하기도 했다.

그에 따라 녹색연합은 한국 정부에 1600여 마리가 철장에 갇혀있는 한국의 사육곰 정책을 철회해줄 것을 요청하고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합법적인 곰 도살 연령을 24살에서 10살 이상으로 낮추는 등 야생동식물보호법이라는 법의 원래 취지가 무색해지는 정책을 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의 국가간 거래에 관한 협약(일명 CITES협약)’에 따라 금지되어 있는 곰 관련 상품의 수입을 막아야할 관세청에서는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어 관광객들과 상인들의 불법 거래를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중국 연길 조사는 중국에 여행가는 한국인 관광객들의 웅담 불법 구입 및 반입과, 상인들에 의한 불법거래 실태조사를 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한국 정부에 다시 한번 정책변화를 촉구하고, 우리 국민들에게도 무분별한 보신문화에 의해 사라져가고 있는 우리의 야생동물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고 호소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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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6일 월요일
이른 아침 눈을 떴다. 맑은 공기가 스미는, 시원스레 펼쳐진 강이 보이는 호텔 창문밖을 바라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연스런 둔덕이 강가에 있었는데, 올림픽을 앞두고 강변을 모두 콘크리트 도로로 깔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88년 올림픽 때 환경미화라는 명목으로 한강을 직강화하고 둔치를 시멘트 도로를 깔았던 것과 같다. 땅의 숨구멍을 막은 것이다.

중국연변은 대륙성 기후라서 낮엔 덥고 새벽과 밤에는 꽤나 서늘하다. 어제 약속한 농장에 방문할 외출 준비를 하며 혹시나 공안에 잡혀가는 것 아닌가 하는 괜한 걱정이 든다. 일찍 찾아간 농장은 정말 다시 올 것 이라고는 생각 못했는지, 두 눈을 부비며 주인이 나온다. 곰의 아침 준비를 하는데, 살펴보니 옥수수 가루를 물에 개어서 주는 모양이다. 잘 먹어야 쓸개즙도 건강하게 오래 뽑을 수 있다며 꿀, 옥수수, 우유, 영양제 등으로 사람보다 더 잘 먹인다고 말한다.

웅담 채취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우선 곰이 움직이지 못하게 철창안 가운데를 막은 이동식 칸막이를 한쪽으로 몰아서 고정시켜 놓고, 먹이를 먹이통에 부어준다. 곰은 이제는 습관이 되었는지, 먹이를 통에 붓자 알아서 한 쪽으로 몸을 움직여 아예 고정될 준비를 한다. 정신없이 먹이를 먹는 동안 주인은 곰 허리에 있는 복대 비슷한 것의 고정된 마개를 열어서 관을 쓸개에 연결된 구멍에 꽂더니 즙을 받아낸다. 순식간에 한 봉지가 그득해 진다. 한 마리당 반근 정도, 병원의 링겔 팩으로 한 팩 정도의 쓸개즙이 철철 들어온다. 음식이 몸에 들어오자 소화를 도우려 준비하고 나가는 쓸개즙을 몽땅 뽑아내는 셈이다. 오이를 담가놓은 대야의 물로 대충 팩을 씻고, 병에 붓는다. 까만 액이 그릇에 가득찬다. 주인은 집 안에 들어가더니 대충 고름이나 건더기 등을 거른 여과기에 붓고 콜라 병에 담아준다.
한국에 가지고 들어갈 것을 걱정하는 줄 알았던지 배낭 옆 주머니에 일반 콜라처럼 꽂아서 입국하면, 음료수인 줄 알고, 검사도 안한다고 알려준다.



  

생각보다 일찍 끝난 곰농장 방문 덕분에 남은 오후 시간에 연길 시장에 나가보았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장 근처 거리 모습이 친근하다. 가수 이효리가 간판모델인 노래방, 건너편 노래방 간판 모델은 가수 장나라이다. 이곳에서 아주 인기라고 한다. 택시 차창 밖으로 00웅담분이라는 간판들이 눈에 띈다.



사슴 박제가 문지기처럼 문 앞에 서있는 한 약재가게를 들어섰다. 입구 전시대에 눈에 띄는단지가 하나 있다. 허연 풍선처럼 생긴 게 물 안에 담겨 있는 모양새가 궁금해서 무엇이냐고 물으니 술에 담가놓은 사슴의 심장이라고 한다. 사람의 심장에 좋단다.

가지가지 희귀한 종류의 야생동물들의 부위들이 포장디자인별로, 가격대별로 다양하게 가게 안 빼곡히 진열되어 있다. 슬쩍 물어보니 곰의 쓸개도 있다며 말린 것부터 분말 형태까지 보여 준다.

시장이라 별 생각없이 카메라를 대고 찍고 있었는데 갑자기 중국말로 화를 버럭 낸다. 가이드가 당장 카메라를 끄고 필름을 지우라는 말이라 전해 준다. 나쁜 얘기들이 한국에 퍼지면 안된다는 것이다. 다른 가게에서는 러시아 곰의 말린 웅담을 보여준다. 중국산은 없냐고 하니, 중국산은 다 사육곰 것이고, 야생은 러시아에서 온 거라고 한다.



  

얼마 전 일본에서 열린 포유류 학회에서 한국이 당한 망신이 떠오른다. 한국 지리산 반달가슴곰복원팀이 복원성과를 자랑하러 간 곰 워크샵에서, 되려 남의 나라 곰이나 잡지 말라고 호되게 혼쭐이 났었다고 한다.  곰 고기를 먹지도 않는 스리랑카의 곰이 씨가 마른다고 한다. 다른 동남아 국가들도 마찬가지이다. 그 지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한국인들이 비싼 값을 치르고 주문하니, 가난한 그 나라 국민들이 처벌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목숨 걸고 곰을 잡아 죽인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중국 국경 근처에서 곰의 밀렵이 극심하다고 한다. 밀렵된 곰들은 중국으로 들여와 곰은 어디가고 웅담만 쏙 빼내어 말려서 혹은 웅담분으로 가공해서, 한국으로 유입되는 형세다. 웅담의 최대 수입국이자 소비국, 한국이다.

9월 7일 화요일
연길에서 머무는 마지막 날이다. 어제 저녁 연길을 출발해 장춘에 도착했다. 우리팀원들이 다른 공항으로 나가고, 나 혼자 장춘을 경유해 가는 길이라 다른 한국 사람들 틈에 껴서 같은 호텔에 묵었다. 연길에서 이래저래 정신없이 다니느라 가족들 줄 선물도 못 샀기에 대기실에서 기다리다가, 혹시나 해서 공항면세점에 들러본다. 있다!


한 중앙의 매대에 우황청심원, 약재파스 등과 함께 웅담분 앰플이 판매중이다. 110위엔(1만 5천원)으로 조금 비싼 편이다. 설명서에는 어디어디에 좋다는 말과 함께 체험담까지 한국어로 수록되어 있다. 바로 옆엔 비아그라도 있다. 한국어를 모르는 판매원도 “몸에 좋아”,“한국사람”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추천한다.

어제 숙소에서 같은 방을 쓴 조선족 아가씨와 이래저래 얘기를 나눈다. 본인도 여름휴가로 연변 고향집에 들렀다가 한국에 다시 돌아오는 길이라고 한다. 주변 사람들과 자신이 필요한 약들을 사가지고 갖고 들어오는 길인데, 걸리지나 않을지 약간 걱정이 된다고 한다. 지레 옆의 나도 긴장이 된다. 어느새 인천에 도착해서 검색대로 향하는 데 마약탐지견이 우리 주위를 맴돈다. 앗. 조선족 아가씨가 들여온다는 약이 ‘마약?’ 탐지견은 내 주위를 맴돌다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다시 멀어져 간다. 괜시리 가슴을 쓸어내린다. 죄지은 것도 없지만, 경찰뒷모습만 보아도 가슴이 떨리니. 역시 죄짓고는 못 산다는걸 확인한다. 다른 사람들이 검색대를 통과하는 동안에 우리는 그냥 출구로 나간다.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았고, 심지어 X 레이 검사도 받지 않았다. 그렇게 집으로 향한다.



2003년도에 녹색연합이 중국의 곰농장이나 야생동물실태조사를 위해 방문했을 때는 마음대로 사진도 찍도 촬영도 할 수 있었다. 마치 부업처럼 일반 가정집에서도 1-2마리 곰을 사와서 쓸개즙을 뽑아 팔았다고 한다.

2005년 9월, 중국의 연변은 그때와는 조금 달랐다. 내년 올림픽을 의식해서인지 곰 농장은 여전히 건재하지만, 쓸개즙 추출은 불법화 되었으며 처벌규정도 엄격하게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하지만 북경의 중앙정부와는 달리 지방정부로서는 지방의 주요한 세원인 대규모 곰 산업을 무시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단속이 나온다고 하면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치웠다가, 단속 끝나면 다시 장사를 계속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는 한 공급이 중단될 리 없음이 당연지사다. 그 와중에 대규모 농장은 브랜드화하며 더욱 굳건히 자리 잡고 있고, 소규모의 가내 부업을 하던 가정집들은 거의 흡수되거나, 문을 닫았다.

중국 연변의 곰산업. 곰농장주와 곰 밀렵꾼. 약재상과 약국들. 곰농장관광가이드를 구성원으로 한다. 이는 연변으로 관광을 가는 한국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거대 규모의 산업이다. 100% 순수 한국인들만이 중국 연변의 곰산업/보신산업을 유지하는 원동력이다.  

글 : 정책실 박소영 sypark@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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