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공동으로 재해재난 예방의 새로운 역사를 쓰다 .

2005.10.10 | 미분류

– 10월 7-8일 한국 해안림 연구회 학술대회 현장 르뽀 –

돌아오는 2005년 12월 26일은 23만 명의 사상자를 낸 쓰나미가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12개국을 강타한지 1주년 되는 날이다. 참사가 있기 전부터 국제임업협회에서 난개발로  인해 사라지고 있는 맹그로브 숲으로 인해 쓰나미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 수차례 경고했지만 맹그로브 숲이 절반 이상 사라진 이후 결국 현실로 나타났다. 쓰나미를 막을 수 있었던 맹그로브 숲은 열대지방에서 서식하는 해안림이다. 해안림이란 해풍이나 파도로부터 마을과 농경지를 보호하기 위해 해안에 조성된 숲을 말한다. 우리나라와 같은 온대지방에서는 열대우림인 맹그로브 숲 대신에 염습지가 그 기능을 대신한다.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태풍, 특히 일본 북해도 근처에서 나타나는 지진대에 안전하지 못하는 동해안 지역의 지진해일의 피해를 최소화 시켜주는 가장 근본적인 대안이 바로 해안림 조성이다.

10월 7일-8일까지 한일 공동학술대회 및 한국해안림 연구회 창립대회가 강원도 춘천시 두산리조트에서 열렸다. 일본 해안림 학회의 연구원 50여명을 포함, 총 200여명의 교수, 연구원, 정부관계자들이 참가한 이번 학술대회에서 참가자들은 첫 회라고 할 수 없을 만큼, 풍부한 해안림 자료를 서로 교환, 뜨거운 열의를 보여주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구두발표를 맡은 강원대학교 전근우교수는 “일본 훗카이도 부근에서 쓰나미가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 동해안 지역에 바로 타격이 온다.” 며 지난 1983년,1993년 두 차례에 걸쳐 일본 북해도에서 발생한 쓰나미로 인해 강원도 삼척시 임원항의 피해사례를 예로 들었다. 해안선 가까이 해안도로, 펜션 등 휴양시설이 밀집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충분한 대책 없이 쓰나미가 몰려 올 경우, 피해가 클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충분히 해안림이 조성되기만 한다면 이 같은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제트기 속도와 맞먹는 시속 780km의 쓰나미가 폭 60m의 해안림을 통과할 경우 속도는 30%, 에너지는 10%로 줄어든다. 100m 폭의 해안림이 조성되어 있을 경우 쓰나미가 지나가도 그 마을은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해안림의 조림연구가 우리나라보다 오래된 일본의 경우는 어떨까. 일본의 경우 섬나라라는 지형적인 요건 때문에 우리보다 훨씬 쓰나미의 위험에 근접해 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인 한국의 해안림 연구와 비교해 해안림의 조성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해안림의 관리부분에도 신경 쓸 정도로 깊이 있는 해안림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안림에 대한 지자체의 노력도 활발하다. 일본 야마가타현의 공무원인 이요타 아케미씨에 따르면 야마가타현의 쇼나이 해안림을 보존하기 위해 지자체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 교수, 연구원들이 모여 ‘해안림의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조직해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해안림을 직접 관리하는 한편 초중고 학생들에게도 학습림을 조성해 해안림의 중요성에 일깨워주기 주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을 정도 체계적인 해안림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지난 8월, 쓰나미 피해를 입은 스리랑카에 직접 가 지진해일에 대한 연구를 했다는 야마가타 대학의 하야시다 미츠히로 교수는 “한국과 일본과 유사한 해안림의 조성을 가진 스리랑카에서도 해안림이 있고 없고 에 따라 그 피해규모에서 큰 차이가 났다.” 며 해안림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는다면 쓰나미의 피해는 남의 나라일이 아닐 것이라며 해안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안림이 우리나라에서는 오랫동안 수난을 겪어왔다. 녹색연합이 지난 4월 발표한 해안림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육지부 해안선의 6,228.42km 중 15%에 달하는 933km만이 해안림이 남아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게다가 남아있는 해안림들조차 해안도로, 펜션 및 위락단지, 연안재해방지 시설로 파괴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고운 모래가 십리를 간다는 명사십리 해수욕장의 해안림은 새로 건설되는 해안도로로 인해 끊어진지 오래이다.  

오늘날과 다르게 우리조상들은 오래전부터 해안림을 조성, 관리 해왔다. 남해 삼동면 물건리에 위치한 물건방조어부림이 그 증거다. 350여 년 전부터 해안으로부터 오는 재해를 막고, 물고기가 모여들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준다 해서 ‘물건방조어부림’이라 불리는 이 해안림 덕분에 지난 2003년, 태풍매미가 이곳을 지나갔을 때도, 다른 곳에 비해 피해가 훨씬 덜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해안림에 대한 조상들의 지혜가 오랫동안 끊어져왔다. 6.25 등 사회적 혼란기를 겪으며 그나마 남아있던 자료마저도 많이 사라졌다. 강원대 이재선 교수는 “일본 같은 경우는 지진해일에 대한 연구가 거의 세계최고라고 할 수 있지요. 그만큼 지진해일에 대해 많은 피해를 겪어 보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6.25 등 사회적 혼란 속에서 해안림에 대한 많은 자료가 유실되었고, 특히 북한 쪽 자료는 거의 남아있는 것이 없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쓰나미와 태풍 루사, 매미를 겪으면서 이 같은 자연재해를 막는 해안림에 대한 관심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무관심했던 ‘해안림’을 우리나라 학계에서도 주목, 활발한 연구를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해안림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의 정책은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보안림(비사방비림)에 대한 규정이 있으나 해제가 매우 쉬워 더 많이 지정, 보호해야 할 해안림의 면적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연안 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설치하는 연안재해방지시설로 인해 연안침식이 가속화되고 그로인해 해안림의 파괴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부터는 국가차원의 지진해일 방제대책이 좀 더 강화될 예정이다. 현재 중앙재난 안전대책본부 주관으로 ‘지진재해경감대책법’이 입법 추진 중에 있다. 또한 산림청에서도 향후 10년간 2000헥타르에 달하는 해안림을 조성할 것이며 단순한 해안방재림으로 지정되어 있던 해안림을 ‘해안방재보안림으로’ 지정, 엄격하게 관리할 예정이다. 산림청의 구본길 국장은 해안림에 대한 정부 측의 노력은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지만 생태적이고 장기적인 해안림 조성을 계획 중에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미 250여 년 전부터 해안림을 인공적으로 조림했다는 일본. 이미 일본 해안선의 95%이상에 해안림이 조성되어 있고, 해안림에 대한 국민적 인식도 우리와 매우 다르다. 일본 해안림학회장인 나카시마 유키 교수는 “논농사를 지는데 해안으로부터 불어오는 모래가 너무 심해 개울과 도로가 모래로 막히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이러한 자연피해로 인해 해안림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일본에서는 조림된 지 100여년 넘는 해안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특히 나카시마 유키 학회장이 각별히 생각하는 야마가타 현의 쇼나이 해안림은 조성된 지 200년이 넘었고, 그 길이가 34km, 폭이 넓은 곳이 600m에 이른다.

“한국과 일본은 공통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아직 한국의 해안림 연구는 초기단계이지만, 일본에서 실패했던 사례를 참고하면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한일 공동학술대회의 개최가 누구보다도 감격스럽게 느껴진다는 나카시마 유키는 이번 학술대회를 시작으로 한일 간의 해안림 공동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자연재해로 오는 피해는 피할 수 없지만 인간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다. 사람을 살리는 숲, 해안림을 조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과 더불어 정부와 학계, 지역주민,NGO들이 꾸준히 해안림에 대해 관심을 갖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번 학술대회의 학회장을 맡은 강원대 산림과학 대학의 이재선 교수는 앞으로 해안림 연구도 대중과 호흡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치열하게 논의를 하더라도 좀 더 많은 사람이, 지역주민,NGO, 정부, 연구원들을 아우르는 다양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해안림은 해안지역에 사는 지역주민의 생존과 밀집하게 연관되는 만큼 탁상공론에서 벗어나 해안림에 대한 실용적인 연구와 담론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학술대회의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글 :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서재철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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