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 공동조사 현장을 가다

2005.10.21 | 미분류

어느덧 천성산 공동조사를 시작한 지 두 달이 다 되어가지요. 세상살이 너무 팍팍해 잊혀진 건 아닌지 몰라도, 작년 여름부터 무더운 햇볕 아래서 치열하게 싸웠던 일들은 잊지 못할 것 같네요. 10월 14~15일 1박2일 일정으로 도롱뇽의 친구들이 현재까지도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천성산을 찾아, 공동조사 현장과 그간의 조사내용을 보고 듣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도롱뇽의 친구들이 보았던 현장, 조사내용을 몇 장의 사진과 함께 보여드리려고 해요.

사실 전문가들도 “사과는 쪼개봐야 썩었는지 어떤지, 잘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알 수 있다. 쪼개기 전까지는 모르는 것이다. 시추라고 하는 것은 사과를 바늘로 찔러보는 것과 같다.”는 표현으로 시추조사에 대한 어려움과 한계를 말합니다. 현재 공동조사 구간에는 11개의 시추 포인트가 있는데, 정작 중요한 안적암 쪽은 발파 문제가 쟁점이 되어 시추조사를 하지 못하였고, 나머지 하나는 시추를 하다가 단층이 발견되어 무너져 버렸다고 합니다. 이 2개의 시추 포인트를 제외하고, 나머지 9개의 시추조사는 마친 상태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시추조사를 하다가 단층이 나와 무너져 버린 경우가 있는데, 이것으로 어느 한쪽이 유리한가, 아닌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위의 사진과 같이 시추조사는 그냥 땅만 파서 하는 게 아니고, 지하 200~400m 구간을 천공기로 뚫어, 3m정도 되는 철 기둥을 넣고 암반을 채취하여 시추 위치, 시추 깊이 등을 정확히 기재하여 암반의 강도와 지하수의 흐름이 어디까지 미치는가를 분석하는 작업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현재 시추한 암반이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공사가 가변적인 상황에 있기 때문에 단층이 무너져 버렸다고 해서 위험한지 아닌지는 정밀한 조사를 더 해봐야 한다는 것이죠.

무제치늪 가는 길엔 가을 색채를 더해가는 억새와 야생화를 보는 즐거움에 기분도 상쾌해졌습니다. 그러나 무제치1,2늪을 조금 지나 지난번 폭우로 쓸려 내려간 현장을 가니 정말 가관이 아니었습니다. 복원이랍시고 어디서 가져 왔는지도 모를 풀을 심어 놓은 꼴이라니. 그냥 내버려 두면 그나마 나을 것을 복원한다고 잘 흐르던 계곡의 물길은 없애버리고, 그나마 남아 있는 길은 산 쪽으로 돌려서 또 다른 문제점을 만들지 않나 걱정스러울 따름입니다.

처음 천성산에 내려가서 공동조사하는 것을 보고 오겠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뭐 특별히 볼 것이 있겠냐? 전문가들이 하는 건데 본다고 뭐 알겠냐? 1박2일이라는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결과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이번 천성산 공동조사에서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시추작업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고, 시추업체 담당자의 설명을 함께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공동조사에서 정책위원을 맡고 있는 서재철 국장님은 천성산 공동조사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하였습니다.

중요하고, 또 조심스러운 건 지금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우리가 불리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지요. 터널을 뚫어서 수맥을 친다고 해도 바로 안 나타날 수 있습니다. 황학터널의 경우 3년이 넘어서야 주변 계곡물이 마르는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런 조사가 필요합니다. 만약에 이런 조사라도 안 해놓으면 문제가 생겼을 때 공단은 다른 이유를 대지 않겠습니까? 새만금을 비롯해서 여러 국책 사업들이 논란이 되었지만 영향조사를 제대로 해놓은 것이 없으니까 그들은 문제를 숨기고 넘어갔습니다. 근거가 없으니까 다른 이유를 대면 그걸로 끝나는 것입니다. 이번 천성산 공동조사 역시 반쪽의 성과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려운 과정을 거쳐 땅 속의 것까지도 조사했다는 것, 이런 식으로 가게 되면 앞으로의 개발 사업에 있어서는 개발주의자들의 마음대로는 못하지 않겠습니까?

환경운동에서 탁월한 선동술로 유명한 제레미 레프킨은 법률소송을 통해 환경문제를 언론에서 많이 다루도록 유도했습니다. 물론 소송에서도 많이 이겼지만 이런 선동을 통해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패소하더라도 이미 이긴 싸움을 만들었습니다. 천성산 공동조사는 그런 의미에서, 결과 자체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 과정을 널리 알려 앞으로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브레이크 없는 개발에 제동을 걸어야겠습니다.

글 : 도롱뇽의 친구들 봄비와 짱돌  / 사진 : 짱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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