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포항 서해호 선주 신영모가 용왕님께 드리는 간절한 기도!

2006.02.07 | 미분류



용왕님! 올해 용왕제에 돈이 없어 1만원만 제단에 올렸습니다. 정성이 부족함을 용서하소서.

용왕님! 올 3월부터 4월까지 물막이 공사를 한데요. 이제 저는 어찌 되는 겁니까? 자식 둘은 대학에 들어갔는데 등록금 때마다 빚을 얻고, 학기 때마다 고시원 1평 방에 가두는 것도 힘이 듭니다. 날마다 빚쟁이는 아침 저녁 방파제에 서 있고 전화도 못 받겠습니다.

용왕님! 날마다 벌어도 빚 갚기 힘들고 몇 달마다 수협 연체이자 막기도 힘듭니다. 사는 것이 지옥 같고 힘들어도 바다에 나가면 희망도 있고 시름도 잊습니다. 그런데 물맥이 한데요. 백 리도 넘는 둑 밖으로 나가래요. 3월이면 시라시 잡고, 5월이면 대화, 생합 잡고, 6월이면 새우, 전어, 숭어 잡고, 8.9월엔 꽃게 잡고, 틈나면 피조개, 소라, 쭉기미. 이렇게 삼 년만 더 고생하면 빚도 갚고 아들놈 대학도 졸업시키는데.

용왕님! 그 동안 열심히 살아도 빚이 1억5000만원인데 이제 바다가 없는 52살 먹은 어부가 무슨 기술로 어디 가서 품팔아 빚을 갚습니까. 저와 같은 처지에 놓은 후배도 여러 명, 친구도 여러 명. 눈만 뜨면 바다 가서 조개 몇 망 잡아다 생계를 연명하는 아줌마, 할머니, 할아버지. 어떻게 살아가야 합니까?

용왕님! 새만금 대역사에 200만 도민이 축배를 들고 축포를 터뜨릴 때 2만명 어민의 한숨으로 축포를 쏘고  그랫꾼 눈물로 축배를 드나이다. 이제라도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삶의 터전과 생계를 빼앗긴 어민의 아픔이 지도자의 눈에 보이게 하시고, 귀에 들리게 하시고, 손을 내밀어 주게 하소서. 지도자의 200만 어린 양이 몇 만 어린 양의 목숨으로 대초원에 이르게 함을 깨닫게 하소서!  

용왕님! 새만금 조개들이 저하고 친구이자, 은인이자 원수 같은 존재여서 다른 지방 어느 포구에 가도 조개만 보면 반갑고 걸음을 멈춥니다. 지금 새만금 안에 서식하고 있는 조개만 다 잡아도 새만금 방조제보다 더 많아요. 올 3월부터 온갖 고기 산란해서 알로 새끼로 만경강 물이 온통 고기 새낀데. 그 3~4월부터 8월까지 산란해 가는 온갖 고기 숫자만 해도 새만금 방조제 일 년에 1공구씩 사고도 남을 것인디!

용왕님! 보상도 필요 없습니다. 그냥 쫓겨나지나 않고 제 청춘 다 바친 이 강에서 나머지 여생이나 마감하게 하시옵소서. 아버님이 물려주신 생금밭 자식놈이 지키지 못하고 무슨 밭이 되어갈지. 이제 새만금 방조제 공사로 인하여 물막이가 몇 달 남은 시점에서 다음 어장도 없고 내년 어장도 없습니다. 전북 발전의 희망, 새만금 방조제로 우리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 없어지는 이 절박한 시점에 누구 한 사람도, 200만 도민의 희망의 대역사에 몇 백명의 도민의 삶이 짓밟혀도, 소리를 못 내고 그냥 넘어가려 합니다.

용왕님! 제가 배운 것은 조수간만 물때 뿐이고 철따라 고기 잡는 것 뿐입니다. 농민들은 데모도 겁나게 허는디 우리들은 그런 것도 못혀요. 우선 고기 잡아야 먹고 사는디 누가 데모 헌대요.

용왕님! 분노의 파도로 경계 하옵시고 내년 용왕제는 5만원을 낼 수 있게 도와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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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새만금연안 어민인 신영모씨가 직접 쓰신 글입니다. 새만금 사업으로 인해 죽어가는 것은 많은 이들이 하찮게 여기는 갯벌의 뭇생명뿐만이 아닙니다. 오랜 세월 갯벌과 바다에 의지해 살아온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도 그 삶터를 잃게 됩니다. 더 이상 어민들을 실업자로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이에 새만금 사업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새만금 연안 어민들의 자신의 삶터이자 일터인 갯벌과 바다를 지키기 위해 지난 1월 새만금연안피해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였습니다. 2월 16일 전라북도청앞에서 새만금연안피해주민대책위원회 출번식과 결의대회를 갖을 예정입니다. 이제 어민들이 나서서 새만금 갯벌을 지켜 낼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작은 마음들을 모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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