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런 먼지바람의 경고 – 황사이야기

2002.05.06 | 미분류

올봄, 숨쉬기 어떠셨어요?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에 봄이 왔다는 징표가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 바람’이 되어버렸습니다. 최근에는 봄이 채 오기도 전에 황사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데,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황사는 봄의 불청객 정도로만  받아들여졌고, 실제로 심각한 피해를 주는 일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닙니다. 황사가 오면 외출할 때 마스크를 준비해야 하고, 전국 대부분의 초등학교와 유치원이 휴교를 할 정도로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황사가 한반도 전역을 휩쓸어버립니다.
누런 먼지 바람에 가려진 태양은 대낮에 달무리를 보는 듯하고 갓 피어난 꽃잎과 연초록 어린 잎사귀가 황사가루를 가득 지고 있는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더 걱정스러운 일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는 예고입니다.
‘인간에 대한 대자연의 복수’라는 황사현상,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황사의 발생원인과 이동경로  

황사현상은 3~5월인 봄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데, 이는 황사의 발원지인 유라시아대륙의 중심부가 바다와 멀리 떨어져 있어 매우 건조하고, 또 강수량이 적은 데다 겨우내 얼었던 메마른 토양이 녹으면서 부서지기 쉬운 모래 먼지가 많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잘게 부서진 모래 먼지가 모래폭풍이나 강한 바람에 쉽게 날려 공중을 떠돌다가 멀리까지 이동해 낙하하는 것이 황사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황사는 중국 북부 타클라마칸사막과 몽골고원의 고비사막, 황허강 상류의 알리산사막 등지의 몽골과 중국 경계에 걸친 넓은 건조지대에서 발생해 중국은 물론 한반도와 일본, 멀리 미국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황사의 원인은 기후변화로 인해 그 일대 강우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무분별한 개발로 기후온난화를 가져와 사막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날로 심각해지는 사막화 현상은 중국에서만 2분마다 공식 축구장에 달하는 면적으로 사막으로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상 최악의 황사라고 아우성을 쳤던 이달 8일 베이징 황사농도는 서울의 8배나 됐다니 그 표현이 실감납니다. 중국은 이미 사막이 전 국토의 4분의 1을 넘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해마다 제주도보다 넓은 면적이 사막으로 바뀌니 황사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의 사막화에 기여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먹거리 문제입니다.
경제형편이 나아지기 시작하면서 곡류에서 육류 위주로 바뀌어지는 식단이 문제인데요, 중국에서 사육하고 있는 소는 총 1억2천7백만 마리, 인류의 5분의 1이 중국인이고, 전 세계의 소 열 마리 중에 한 마리는 중국에서 길러집니다. 증가하는 육류소비를 충당하기 위해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 등 중국 북서부 지역에서는 대규모 벌채와 방목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해마다 황사의 강도가 높아지는 데는 중국의 산업화로 인한 숲과 농지감소, 그에 따른 서부 개간, 축산물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목축과 방목, 생태계 파괴 등이 실타래처럼 얽혀있습니다.

다행히 중국은 ‘황사’의 경고를 환경위기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황사 때문에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이들은 바로 중국 인민들이기 때문입니다. 깐수성 진창의 경우 황사가 심한 날은 대낮에도 자기가 내민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라 합니다. 그래서 중국정부는 2008년 올림픽 이전까지 베이징의 절반을 숲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녹색만리장성을 만들자’ 라는 기치아래 추진되고 있는 ‘황사억제 10개년 계획’, ‘사막화 방지법’ 같은 황사에 대한 기본 대안은 바로 ‘나무심기’입니다.  하지만 과연 나무심기의 효과가 사막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는 회의적입니다.

황사로 인한 피해
  
발원지에서 모래폭풍이나 기타 강한 바람으로 인해 황사현상이 발생하면, 무엇보다도 발생 지역의 사막화가 급속하게 진행됩니다. 토양이 바람에 쓸려가면서 표토가 유실되고, 비옥한 토양이 메말라 식물이 자라지 못하게 됩니다.
또 사람과 동물의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데 호흡기 질환, 눈 질환, 알레르기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하고, 최근에는 중국의 산업화에 따라 납·카드뮴 같은 중금속과 발암물질 등 유해 오염물질까지 포함하고 있어 건강에 위협을 주고 있습니다. 나아가 황사에 포함된 미세 입자들이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각종 산화물을 생성하는 까닭에 흡연자들의 만성기관지염을 악화시키고, 노인과 영아의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그 밖에 누런 먼지가 햇빛을 차단해 시야가 흐려지고, 하늘이 황갈색으로 변해 항공기 운항에도 영향을 미치며, 심지어 황사현상이 일어날 때 비나 눈이 내리게 되면 산성을 띤 누런 빛의 산성비·산성눈으로 인해 토양의 산성화가 가속됨으로써 국토가 황폐해지는 등 황사로 인한 피해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경우 주로 3~4월에 황사현상이 발생하는데, 예전에는 1년에 보통 3~6일 정도 관측되던 것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해 2001년에는 서울에서 황사 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많은 25일의 발생일수를 기록하였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까?
  
황사의 발원지인 중국뿐 아니라 황사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는 한국·일본 등에서도 황사 피해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이 수립되고 있지만, 아직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는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가장 많이 이용되는 방법은 방풍림 조성인데, 중국에서는 황사의 발원지인 사막지역에 꾸준히 방풍림을 조성해 왔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그 방대한 지역에 방풍림을 조성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따라서 최근에는 한국·중국·일본·몽골 등 관련국들이 공동으로 황사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학술적인 논의는 물론, 중국 서부지역의 사막화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해결책중의 하나는 중국인들이 매일 대하는 ‘밥상’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우선 농업이 의존하는 자연자원인 땅과 물을 지켜야 합니다. ‘농지 지킴이 운동’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한 평의 땅에서 한 톨이라도 더 수확하기 위해 산과 강을 뒤엎어버리거나 서부 건조지역을  개간해서 그나마 땅이 품고 있던 수분을 죄다 쥐어 짜내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합니다.
물론 그동안 경제개발의 혜택을 받지 못한 중국인들에게 이런 요구는 부당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국의 인구와 그들이 먹는 식량의 양을 생각한다면 불가피한 문제입니다. 중국인들이 1년에 저마다 세 병의 맥주를 더 마신다고 치면 그 맥주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곡류가 노르웨이의 전체 곡물생산량과 맞먹는 양입니다. 또한 중국인이 일본인들처럼 해산물을 소비한다면 현재 세계 전체 어획량을 몽땅 중국으로 보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황사에 대한 모든 책임이 중국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의 산업화는 중국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선진 산업국들의 시장경제 즉 세계화경제가 자꾸만 싼 것으로 몰려가기 때문에 그 과도한 속도를 자연이 감당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인 것입니다. 따라서 선진 산업국의 모든 국민들이 생태적 삶을 지향하는 쪽으로 소비패턴을 바꾸는 운동과 병행하지 않고 중국 사람들한테만 절제를 요구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도움과 함께 모두가 변해야 합니다.
사막화 문제는 오는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릴 세계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중의 하나입니다.
환경문제의 대부분은 인간들의 무절제한 욕구와 이를 채워주기 위한 국가 차원의 무분별한 개발에서 기인합니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개인, 국가, 국제사회 차원의 자각과 끈질긴 노력이 중요합니다. 지구는 하나뿐이라는 말을 더 이상 흘려 들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 참고 : 황사가 불어왔을때는 이렇게..

요즈음 그동안 계속된 황사의 영향으로 먼지가 많이 날려 대기오염이 악화되고, 날씨마저 건조해 호흡기 질환자 발생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대기오염 물질에 대한 특별한 대비책은 없습니다. 따라서 노약자, 어린이, 흡연자, 오염된 환경에서 일하는 생산직 근로자, 호흡기 및 알레르기질환 환자나 병력자는 각별히 건강에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노약자와 유·소아는 황사가 일거나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구강과 기관지가 건조해지면 기관지의 점액섬모가 미세분질을 입쪽으로 끌어올려 배출시키는 기능을 상실하기 쉬우므로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은 운동시간을 가급적 줄이고 시간을 잘 선택해야 합니다. 부유분진과 아황산가스 등 자동차 배기가스는 오전 6시를 기준으로 서서히 오염농도가 올라갑니다. 아황산가스는 오전 8∼10시, 부유분진은 오전 9∼11시, 오존은 오후 2∼4시 사이에 하루 중 농도가 가장 높으므로 이 시간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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