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가 있잖아요,,

2002.05.16 | 미분류

장년층 이상에는 별로 해당되지 않는 얘기겠지만 도시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직장이나 학교 다음으로 자주 드나들게 되는 곳이 바로 패스트푸드점일 것이다. 패스트푸드를 찾게되는 이유는 싸고 편리하고 맛있기 때문이다. 전국 혹은 전 세계 어느 도시의 어떤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가더라도 동일한 맛과 동일한 서비스를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저 없이 선택하고 다시 찾게 되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가맹점 수는 미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01년 7월 현재 패스트푸드업계 5개 업체의 전년 대비 매출신장률은 평균 22%, 점포증가율은 25%에 이른다.

패스트푸드는 왜 패스트푸드일까?
주문한 지 5분도 안 되어 요술처럼 뚝딱 음식이 차려져 나오는 신속함 때문이다. 그러나 햄버거 속에 들어 있는 소고기 패티나 프라이드치킨의 닭고기야말로 또 다른 의미에서 패스트푸드인 것을 아는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다. 그러면 패스트푸드 중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햄버거에 관해서 얘기해보자.

우리가 햄버거를 먹는 과정은 대개 다음과 같다. 가게문을 열고 들어가 카운터에 줄을 서서 주문을 하면 잠시 후 화려한 빛깔의 코팅 종이에 곱게 포장된 햄버거, 방금 튀겨낸 먹음직스러운 프렌치프라이, 앙증맞은 일회용 컵에 담긴 콘샐러드와 야채샐러드, 종이컵에 넘칠 듯이 부어진 콜라, 한 번 먹기에 알맞은 양이 들어 있는 토마토 케챂, 냎킨, 종이숟가락, 빨대, 등이 깨끗한 종이가 깔린 쟁반에 얹혀져 나온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화려한 조명 아래 경쾌한 음악을 들으며 그것들을 먹고 나면 처음보다 부피가 더 커진 포장지와 일회용 용기들을 디자인도 산뜻한 쓰레기통에 쓸어 넣고 쟁반은 다시 쓸 수 있도록 단정히 쌓아 두고 돌아서면 설거지하느라 수돗물이며 세제를 쓰지 않아도 되고 시간도 벌었으니 얼마나 간편한가 생각하며 흡족한 마음으로 가게문을 나선다.

자 그런데 이렇게 편리하고 위생적인 햄버거와 환경이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것일까?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햄버거의 환경문제라고 하면 일회용품의 과다 사용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 쓰레기 못지 않게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이 바로 햄버거의 소고기패티와 프렌치프라이의 감자이다.

햄버거의 두 빵 사이에 들어 있는 소고기패티 100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물 2톤이 필요하다. 소를 사육하기 위한 사료의 원료인 옥수수나 콩을 재배하는 과정부터 소가 마시는 물까지 계산한다면 말이다. 우리가 소고기를 먹는 대신 소가 먹을 옥수수나 콩을 직접 식량으로 섭취하면 소고기로 섭취할 수 있는 열량의 22배를 섭취할 수 있다고 한다. 즉 미국인 한 사람이 저녁 식탁에서 비프스테이크로 배를 채우기 위해 사용하는 에너지를 농산물 재배에 쓴다면 굶어죽어가는 소말리아인들 22명을 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소고기 소비가 많은 미국은 생산되는 수돗물의 50%를 소를 사육하는데 쓴다.

소의 사육 문제는 에너지 문제 뿐 아니라 여러 부수적인 문제를 발생시킨다. 우선 소는 전 지구 육지 면적의 1/4에서 풀을 뜯고 전 세계 농경지의 1/4이 생산하는 작물을 소비하며 결국 식량 생산에 이용되는 지표면의 2/3이상을 이용하는 셈이다. 미국의 경우, 각종 동물들이 매년 전체 곡물생산량의 70% 이상을 소비한다. 미국에서 가축들은 사람의 130배나 되는 분뇨를 배출하고 최대의 농업관련 온실가스 배출원이다. 이산화탄소보다 25배나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가스를 내뿜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는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우림 파괴의 거의 절반 정도가 대규모 방목과 관련이 있다. 이렇듯 대규모 사육장은 토양, 대기, 수질 오염의 주원인이다.

한편 프렌치프라이는 어떻게 환경에 나쁘다는 것일까?
냉동 프렌치프라이를 만드는 모든 공정은 자동화되어 있다. 따라서 크기가 서로 다른 감자는 사용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균일한 크기의 감자를 생산하기 위하여 막대한 양의 화학비료를 사용하여 지역의 토양을 오염시킨다. 또 규격에 맞지 않는 감자는 가축사료나 비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프렌치프라이용 감자 생산 지대의 지하수에는 높은 수준의 질소가 함유되어 있다.

환경 문제를 제외하고라도 햄버거는 많은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킨다는 통계가 있다. 약간의 양상치와 토마토를 끼워 넣긴 하지만 햄버거는 대체로 고지방 식품이라 비만을 가져오기 쉽다. 햄버거 천국인 미국과 일본에는 비만 환자들이 많다. 이들이 모두 햄버거 때문에 비만이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더라도 햄버거 매장이 늘어나는 숫자에 비례해 비만율이 늘어난다는 통계가 있다. 미국인들은 성인의 1/4이 매일 햄버거를 먹고 있으며 미국인 1인당 평균 매주 햄버거 세 개와 프렌치프라이 네 개를 먹는다고 한다. 미국인들이 비만 치료에 지출하는 돈이 패스트푸드 매출액의 두 배라고 할 정도이다. 동물성 단백질의 과잉 섭취는 비만 뿐 아니라 심장병, 골다공증, 고혈압, 신장결석 등의 질병과 깊은 관계가 있다.

한편, 프렌치프라이의 튀김용 기름은 식물성과 동물성 기름을 섞어서 쓰거나 요즘은 식물성 기름으로 바뀌는 경향인데 식물성 기름이라고 하더라도 패스트푸드점에서 쓰는 기름은 섭씨 200도에서 수소화처리한 포화지방산이 된 고체상테의 쇼트닝이다. 이렇게 가공한 식물성 기름은 동물성 기름과 다를 바 없고 심지어 더 나쁠 수도 있다고 한다.

햄버거는 기존의 식당들에서처럼 시장에서 고기 사고 야채도 사서 주방에서 직접 요리하는 음식이 아니라 각각 다른 곳에서 만들어진 냉동 패티와 프렌치프라이, 깡통에 든 옥수수, 진공포장된 야채 등을 조합하여 차려 내는 일종의 조립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정작 이 식품들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가는 소비자들은 알 길이 없다.

우리 나라 햄버거의 패티에 들어가는 콩, 콘샐러드의 옥수수, 그리고 프렌치프라이의 감자는 유전자조작식품의 천국인 미국에서 수입하는 것이 대부분이라 아직 그 안전성이 완전히 입증되지 않은 유전자조작농산물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되어 있다.

또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육되는 소의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초식 동물인 소들에게 동물성 식품을 사료에 섞는 것으로도 모자라 성장호르몬을 섞어 넣기 때문에 이들은 자연 상태에서 자라는 소들보다 몇 배나 빨리 자란다. 소고기가 패스트푸드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또 햄버거와 함께 마시게 되는 콜라는 인(P)이 많이 들어있어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성장기 어린이에게는 특히 아주 나쁜 영향을 미친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산업화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식단은 서구적으로 바뀌어 간다. 따라서 1950년대 이래로 전 세계 육류 소비가 다섯 배나 급증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전통 식단은 채식 위주의 식단이었다. 우리의 식습관은 우리가 살고 있는 기후나 토양에 맞추어 수 천년 동안 정착되어 온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패스트푸드점에 가는 것이 더 수준 높은 생활로의 향상이라고 여기는 풍토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우리 모두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오늘날 햄버거를 먹고 안 먹고 하는 것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관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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