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명과 녹색으로 사는 길

2002.08.02 | 미분류

나의 사명서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

시민운동, 환경운동에 전념한 지 12년의 세월을 보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환경운동의 많은 변화와 성장이 있어 왔다. 그럼에도 늘 변하지 않는 것은 처음의 마음이고 자세이다. 초발심이라고 한다.

나는 얼마 전에 한국의 모 리더십 교육기관에서 진행한 리더십 워크숍에 참가를 했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으로 잘 알려진 교육 프로그램은 사실 새롭다기보다 오히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다만 알고도 좋은 습관으로 배어 있지 않은 것이고 그렇게 잘 살아지지가 않았던 것이다. 옳은 일을 올바르게 이끌어 가는 단체의 좋은 리더인가, 아니면 자신이 접한 지식과 경험에 의존해 있는 관리자인가?를 냉정하게 돌아보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소중한 것을 놓치고 꽉 짜인 시간표에 매달려 다니거나, 운동의 기본역량인 활동가들에게 우리식의 최저생계비도 지켜주지 못하면서 정신적인 보상에도 충실하지 못하거나, 공감하며 많이 듣고 이해하기 보다 지시하고 평가하는 일에 능한 리더아닌 관리자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였다. 두 개의 귀가 있는 것은 더 많이 경청하고 하나의 입을 갖는 것은 입이 무거울 줄 알아야 한다는 자신의 신체의 소리가 이제서야 새롭게 들리는 것이다.  

나는 처음 환경운동을 시작할 때의 초발심을 내어서 나의 사명서를 작성하였다. 물론 이 사명서는 온전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말에 일부터 십까지를 알면 세상이치를 안다고 하였기에 나의 부족함을 늘 성찰하면서 채우기 위해 하나를 일부러 비워두고 아홉가지 사명을 적어 두었다. 결코 쉽지 않지만 이 아홉까지 사명은 나의 인생의 지침이자 스승이 되어 줄 것이다. 늘 곁에 두고 나를 들여다 보는 거울이 될 것이며 난관이나 도전에 부닥칠 때 동무가 되어 주고 해결의 길을 보여 줄 것이다.
그리고 함께 이 시대를 사는 벗들에게 아래의 나의 사명서를 공개하고 도움을 청하려고 한다. 사명대로 살 수 있도록 코치도 받고 벗들의 사명도 나누고 싶어서이다.

나는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연대와 협동으로 서로의 성장을 돕는다.
나는 평화를 사랑하고 차별과 폭력 없는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한다.
나는 긍정하는 생각과 웃음을 가지고 산다.
나는 낡은 사고와 행동으로부터 유연하고 새롭게 변화한다.
나의 신체, 정신, 영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가족으로부터 시작하여 조직, 사회, 지구의 행복을 만들며 산다.
나는 가족의 어머니로, 시민사회의 어머니로 살기 위해 지구 어머니의 너그러움과 지혜를 배운다.
나는 몸과 마음 비우기를 즐기며 명상하는 삶을 산다.
나는 솔선수범하여 활동하고 자신의 명예와 이익으로부터 자유롭게 산다.

월드컵 4강 진출을 리더한 히딩크 감독에게서 배우자는 것도 기본에 충실한 원칙 중심의 리더십을 배우자는 것이리라.
‘삼라만상은 서로 연결되어 상호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면 조직이나 사회의 팀웤, 공동부조, 연대와 협동을 하여 서로의 이익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서로의 차이점을 가치있게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시민운동의 바탕 정신이다. 부분의 합보다 큰 전체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 창조적인 협력을 하는 것이 시민운동의 힘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자신의 편견과 조직의 빗장을 활짝 열어 제치지 못하고 있으면 시민운동을 서로 상생하며 이끌어 가는 훌륭한 리더의 출현이란 요원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때보다도 훌륭한 대통령을 국정에 중심에 세우고자 하는 시민들의 열망이나 시민사회를 이끌어 가는 시민운동 리더를 바라는 열망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모두의 사명에 충실한 삶을 살 때이다.  
이런 기본의 원리와 사명을 버리고 세상을 지배하려는 괘씸한 세력들이 점점 이익을 챙기는 사회에 살고 있다. 생명공학이라는 이름으로 벌이고 있는 유전자 조작이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상호 의존성을 가지고 생명을 창조하는 생명체에 인간이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가하는 유전자 조작은 생물체의 상호의존성을 끊어 버리고 자연에게서 강제로 떼어 내어 실험실에서 조작하고 이를 지적재산권특허라는 상표를 붙여 상품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모두에게 이익을 주던 생물체를 특허를 낸 기업의 이익에 부속시키는 것이야말로 많은 황금알을 얻겠다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자연법칙과 우주법칙의 순환과정을 알고 이에 따라 행하는 것이 행복을 만드는 것이요, 서로의 인생을 성공하게끔 하고 우리 사회를 맑고 건강하게 이끄는 것이요, 지구 어머니를 기쁘게 하는 일이다. 보편타당한 자연법칙에 따라 자신의 사명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는 시민운동가의 길은 장대할 것이다.

* 이 글은 지난 7월 29일 제452호 시민의신문 ‘시민포럼’에 게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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