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건설과 운영에 관한 규제완화 논의를 지켜보며

2002.10.04 | 미분류

최근 경제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골프장을 늘리자”라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 여행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골프장을 늘려야 한다’는 논리가 과연 적절한 문제해결의 방법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국내 골프관광인구를 흡수하고,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골프장 건설과 운영에 관련된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골프산업계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비추어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특히 경제관련부처들이 현행 시도별 골프장 면적 상한제를 폐지하는 등 골프장 입지와 건설에 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마당이라 더욱 그러하다.

‘골프장 개발업자, 호텔체인, 관광사업가, 항공사 그리고 이보다 적지 않은 골프장 설계자와 골프웨어 생산자를 포함하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다국적 산업’인 골프산업은 농약오염, 삼림파괴, 농지의 전환, 투기와 부패문제, 사회적 양극화, 여성착취 등과 같은 문제들뿐만 아니라 개발의 혜택이 지역주민들에게 주어지기보다 외지인들에게 대부분 돌아간다는 것과 생태학적으로 민감한 지역을 훼손하는 등의 문제들도 나타나고 있다. 즉 무분별한 골프장건설은 환경파괴 등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골프장 건설 및 운영에 있어 환경문제는 엄청나다. 골프장의 경우 매년 3-4톤의 제초제, 살균제, 살충제, 착색제, 유기염소, 기타 비료들, 발암성이거나 여러 가지 질병을 야기하는 화학제들을 뿌려야 잔디를 푸르게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물질은 결국에는 강이나 연못, 늪지, 바다로 흘러들어 갈 수 밖에 없다. 수도권 2200만 주민의 젖줄인 경기도 팔당상수원지역내 대부분의 골프장들이 이러한 농약오염을 야기하고 있어 상수원 오염이 우려된다는 최근 언론보도가 이를 뒷바침해 주고 있다.

최근에 경제부처가 추진하려는 골프장 건설의 규제완화 추진이 현실화 될 경우 무엇보다도 걱정되는 것은 ‘국토훼손’이라고 할 수 있다. 국토가 좁고 산이 많은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은 최근 수십년간의 개발로 심하게 위협받고 있다. 그 원인은 단순히 골프장 건설에 의한 파괴라기보다는 각종 리조트 건설 붐이 상당한 역할을 하였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난해 산림청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 의하면 골프장 건설로 지난 1998년부터 3년여 동안 서울 남산면적의 2.4배가 넘는 733.08ha의 산림이 사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국토를 메워가는 골프장을 비롯한 리조트건설 붐들은 놀랄 정도로 지역사회의 필요나 문제와는 상관이 없으며 추진되고 있으며 그 결과 지역사회의 공적 자산인 공유지와 삼림들이 기업이윤을 위한 사적 이해관계에 전략했다. 이는 개발이익에 눈 먼 개발업자와 세수증가에 재미 붙인 정부와 지자체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가들은 ‘농수산업의 미래는 없는 반면 골프장 건설 등 리조트 개발에는 미래가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 같은 개발제일주의 논리에 맹신한 결과가 어떤 결과가 낳고 있는지 일본의 경우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지난 8월말 일본에서 ‘황금알을 낳는 장사’였던 골프장이 줄줄이 도산하고 있다는 외신보도가 있었다. 골프업계에서는 2001년 3월 현재 일본 전국에 약 2,430여개에 이르는 골프장 중 1,700여개 정도가 간신히 살아남을 것이라는 분석도 함께 나왔다. 일본의 골프장은 거품경제가 한창이던 80년대 말과 90년대에 폭발적으로 급증했다. 1994년경에는 완성된 골프장이 2000여개나 있었으며, 건설중이거나 계획중인 골프장까지 포함하면 적어도 1680㎢ 즉 좁고 산 많은 일본 국토의 1/115이 이 게임을 위해 사용되었다. 거품경제 시대에 부동산 투자수익과 영업이익을 동시에 노리고 우후죽순으로 새 골프장 건설을 추진한 결과이다. 이같은 일을 이웃나라의 이야기로 넘길 순 없다. 골프장에 대한 규제완화등으로 골프장건설 붐이 또다시 일어난다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게 될 것이며 그 비용은 국민들이 고스란히 부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토가 좁고 산이 많은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은 골프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규제완화를 해서라도 골프장을 늘릴 만한 충분한 조건을 갖고 있는가? ‘골프장을 늘리자’는 주장은 골프장 건설 및 운영에 있어 파생될 수 밖에 없는 환경파괴의 문제와 개발로 인해 농촌지역의 공동체를 붕괴시키고 있는 현실은 외면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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