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명동에서 옷을 벗는 까닭은..

2002.11.04 | 미분류

드디어 녹색연합에서 하는 이색캠페인, ‘내복입기 캠페인’ 때가 돌아왔네요..
아마 11월 중순쯤에 또 녹색연합 활동가들은 번잡하고 추운 명동 한 복판에 내복 차림으로 나가 ‘아름다운’ 원숭이가 될것을 자청하겠지요..
환경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지금쯤 내복을 꺼내고 있을것 같은데…
아직 안 입으신다구요? 촌스럽고 답답하다구요?
그런 다음 글을 한번 읽어보세요..
내복입은 당신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인지 금방 느끼게 될테니까요..

다음글은 지난 겨울에 제가 경향신문 칼럼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그들이 명동에서 옷을 벗은 까닭은..”

지난 12월 12일 한낮. 쇼핑의 거리 명동 한복판을 지나던 사람들은 바쁜 발걸음을 우뚝 멈추게 하는 진귀한(?) 장면 하나를 목격했다. 20여명의 속내의 차림의 군단이 명동 한가운데 나타난것.
얼핏 보면 엉뚱한 젊은이들의 요상한 깜짝이벤트나 헤프닝으로 여겨질 그 행사의 주제는 바로 ‘내복입기 캠페인’ 녹색연합과 시민의신문, 에너지시민연대에서 3년전부터 진행해온 에너지절약캠페인이다.
추운 겨울날, 그것도 속내의 차림으로 시내 한가운데에 서있는 일이 제정신으로는 그리 쉽지만은 않을 일이지만 에너지 절약으로 환경을 지키겠다는 신념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불과 20년전쯤만 해도 코끝이 빨개지는 겨울철이 돌아오면 우리 어머니들은 철지난 옷들을 정리하면서 옷장 깊숙이 넣어두었던 내복을 식구대로 꺼내놓았었다. 그리곤 작아지고 헤어진 내복의 무릎과 팔꿈치에 조각조각 모아두었던 헝겊들로 대어 깁고는 그걸 동생에서 동생으로 물려주셨다. 맨살에 닿는 그 보드라운 촉감에 내복만 입고 이불속으로 들어가 낄낄대다보면 잠 안잔다고 꾸중을 잔뜩 듣던 추억과 함께 우리의 생활에 묻어온 내복.
그런 내복이 언제부터인지 우리들 생활속에서 밀려나 사라져가고 있다. 물론 아직 공사철, 시장 현장에서 일하는 나이든 분들이나 난방이 힘든 소외된 이웃들에게는 필수품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복이 언제 생활필수품이었던가 싶을 정도로 추억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 물건이 되어버렸다. 물론 풍부해진 에너지덕이다. 더운 여름엔 에어컨이 날려주는 찬바람에 긴팔옷을 들고 다니지 않으면 감기 걸리기 딱 알맞고, 추운 겨울에 실내에서 긴팔옷을 입은 모습은 궁핍하고 촌스러운 것으로 여겨질만큼 냉,난방이 잘 되어있는 우리의 생활변화가 가져온 것이다.

우리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에너지, 그러나 전부 수입품이다. 우리나라가 에너지 수입에 사용하는 달러는 연평균 221억불로 총 수입액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26조원, 국방비의 2배 규모에 달하는 돈이다. 인구는 세계 25위인데 반해 에너지 소비는 세계 11위이며, 세계에서 석유를 4번째로 많이 수입해서 6번째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나라, 지난 5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7.2%인데 에너지소비증가율은 9.2%,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보다 3.5배 이상 높은 선진국들과 1인당 에너지소비량이 거의 같은 나라가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이러한 인류의 에너지 과소비는 경제적 낭비뿐 아니라 지구온난화와 기상재해를 유발하는등 심각한 환경문제를 가져오는 주 요인이다. 인류가 측정을 시작한 이래 가장 기온이 높았던 10개 년도가 1983년 이후에 집중되어 있고, 특히 지난 98년은 가장 더웠던 해로 기록되고 있다는 사실을 본다면 우리의 지각없는 생활습관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보통 겨울철 가정의 적정실내온도는 18∼20℃가 가장 적당하다고 한다. 그리고 침실의 적정온도는 12∼14℃이다. 이 온도가 생활하기에, 그리고 건강에 가장 알맞은 온도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 가정의 실내온도는 어떤가? 아마 대부분이 25℃는 넘을 것이다.
1℃의 실내온도를 낮추데에 따른 난방기 절감액은 도시근로자 가구를 기준으로 연간 1,550여억원, 연간에너지 수입비용 2,343만 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겨울철 내의를 입으면, 입지 않을 때보다 실내온도를 6∼7℃ 낮추어도 같은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아주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본다면 우리모두가 내복을 입고 실내온도를 5℃ 낮춘다면 연간 7천억원 이상의 난방기 절감을 할수 있다는 얘기다. (자료출처 : 에너지관리공단)
그리고 그 돈을 우리의 환경을 되살리는 일에 투자한다면.. 너무 꿈같은 얘긴가?

‘내복입기’라는 작은 실천.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 실천이 우리의 지구공동체에 큰 기쁨을 줄수 있는 일이라면 지금 당장 시작해보자. 어린 시절의 소중했던 추억을 마음에 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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