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의 유럽여행기①]‘소유의 시대’를 넘어 ‘공유의 시대’로

2002.11.25 | 미분류

‘소유의 시대’를 넘어 ‘공유의 시대’로
– 독일 뭰헨 ‘카세어링센터’를 찾아서

김타균 /녹색연합 정책실장

지난 가을, 2주동안 유럽을 방문할 기회가 내게 생겼다.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시민운동을 직접 돌아보는 일이었다. 시민운동을 하고 있는 내게는 무척 설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여행하는 동안 여러 생활하는 모습을 만나면서 우리 나라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그들은 어떤 시행착오를 거쳐 이런 성과를 만들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내게 참 많은 일이 남아 있구나 어깨가 무거워졌다. 촌놈이 유럽 여행을 하면서 보고 느낀 점을 몇 회에 걸쳐  ‘녹색꿈을 꾸는 남자’를 통해 함께 나누고자 한다. 님들의 집에서도, 동네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좋은 내용이 되었으면 좋겠다.<필자>

‘소유가 아니라 나눔의 정신이 불어나고 있다.’
연말연시 불우이웃을 위한 포스터에 붙을 법한 이 구호는 독일 뭔헨시의 카세어링센터 입구에 붙어 있었다. ‘카세어링’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했다. 말 그대로 풀이하자면 ‘자동차를 공유한다’는 말인데, 자동차를 공동이용한다는 뜻이다. 집집마다 사람마다 자동차를 갖지 않고 회원으로 가입해서 필요할 때마다 자동차를 예약해서 이용하는 것이다. 카세어링은 스위스에서 1986년 처음 시작했고, 독일에는 1990년 베를린에서 시작되었다. 스위스의 루체스라는 곳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다. 이웃이나 친구에게 자동차를 빌려주고 별탈이 없으면 좋으련만 사소한 문제가 생겨 얼굴을 붉히는 일이 종종 생겼다. 그래서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카세어링의 아이디어가 실험되었다고 한다. 우리였다면 어땠을까? 아예 빌려주지 말자고 하지는 않았을까?

우리가 방문한 뭰헨시에 위치한 카세어링센터는 92년 회원 70여 명으로 시작했다. 대부분이 친구사이거나 아는 사람들이었다. 80년대 이후 독일 녹색당의 등장으로 환경보전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자동차에 의한 환경문제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지만 자동차를 나눈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자동차를 갖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사회 편견은 무척 컸다. 차를 나눈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 지금 카세어링에 참여하고 있는 회원은 뭰헨시 120만 시민 중에 4천여 명에 이르고 있다. 현재 독일 80개 도시에 카세어링센터가 있고, 서로 연대하고 있다. 독일 전체로 보면 8만 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카세어링이 독일에서 주목받는 가장 큰 까닭은 무엇일까? 환경문제와 교통혼잡도 있지만 돈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보험료, 자동차세, 감가상각, 연료비, 관리와 정비비용 같은 전체비용을 생각하면 카세어링이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그런데 더 재밌는 것은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 경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다. 자가용 두 대를 굴릴 수 있는 사람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독일 특유의 실용주의 때문이 아닐까? 오직 편리 때문에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불편하게,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어나는 차, 그에 따른 연료비용의 증가,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낙인찍히고 있는 자동차, 차를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인가 하는 것이 카세어링센터 회원들의 생각이다.

우리가 센터에서 머문 것은 한 시간 남짓이었는데 전화 예약을 제외하고 3, 4명의 회원들이 사무실로 찾아와 열쇠를 받아가기도 하고 반납하기도 했다. 90년 초반부터 회원으로 참여해 이용한다는 옌스 도나트(Jens Donat) 씨는 이렇게 말했다.
“일하는 곳이 멀지 않고, 저는 시내에서 살고 있어요. 대부분의 활동을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있어 계획된 생활을 할 수 있어요. 따로 차를 유지관리 하는데는 많이 돈이 드는데 카세어링을 이용하면 편리할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로 돈이 적게 들어요.”
그는 자가용이 있으면 가까운 거리라도 쉽게 차를 찾곤 하는데 회원이 되고부터는 가능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했다.

회원이 되려면 카세어링센터와 계약서를 쓰고, 뭰헨시의 55개 차량보관소에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다. 초기가입비는 500유로이며, 월마다 7유로의 회비를 낸다. 500유로가 좀 비싸지 않냐고 물었더니 자동차를 소홀히 다루기보다는 애착을 갖게 하기 위해서라고 관리자가 말했다. 베를린은 초기 가입비 없이 회비만 내게 했더니 자동차를 소홀히 다루는 일이 종종 일어나 가입비를 받고 있단다. 회원은 자동차가 필요하면 24시간 열려진 예약소에 연락하면 된다. 차량보관소에는 수요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3대 이상의 자동차가 늘 주차해 있다. 차량보관소는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이 발달한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자동차를 이용하고 반드시 55개 지역에 가져다 놓아야 하고, 한 시간을 쓰면 1∼2유로(우리 돈으로 약 2,500원)를 내고, 1킬로당 16센트를 내면 된다. 여기에는 연료비가 포함되어 있다. 24시간을 이용하면 10시간까지는 시간당 1유로20센터만 내고, 나머지는 킬로미터당 비용을 지불한다.

카세어링 소속 자동차에는 기름 종류와 주유카드, 자동차 주차지도, 자동차 관련문서, 사고가 났을 때 도움받을 수 있는 곳, 자동차 이용설명서를 비치해 놓고 있다. 특히 자동차 설명서에는 자동차를 어떻게 운전해야 적은 연료로 효율을 높일 수 있는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곁들어져 있다. 사용하다 사고가 나거나 고장났을 때 수리책임은 이용자에게 있지만 300유로까지는 배상을 원칙으로 하고, 그 이상이면 보험으로 처리한다. 그러나 회원들은 자동차의 정비, 관리, 세차 같은 문제에 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뮌헨의 카세어링 센터에는 4천여 명의 회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160대의 자동차를 가지고 운영하고 있다. 카세어링 책임자는 4천 명이 4천 대의 차를 가진 것보다 4천 명이 160대를 소유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동차를 아예 밀어내지 않으면서 환경을 살리는 대안교통수단으로 그 가치가 높다고 했다.

돈을 좀 벌었느냐는 물음에 회원들의 돈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것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자동차 렌트카 회사와 차이라고 했다. 카세어링 대표는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십 년동안 이 일을 하고 있는데 공익을 위한 신념없이는 힘든 일이라 했다. 카세어링이 추구하는 정신이나 철학이 무엇이냐고 물어 보았다. “자동차는 귀중한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사용하고 효율가치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환경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자동차를 권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자동차산업 육성책의 결과든, 자꾸 작아지는 자신에 대한 꿀림의 반항이든, 편리함을 쫓기 위해서든 자동차를 쉽게 사고 쉽고 바꾸곤 한다. 그 때문에 많은 문제가 생기고,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때문이라는 처방을 내리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인 시대에서 숨쉬고 있다. 그러나 아주 다행스럽게도 ‘소유의 시대’를 넘어 ‘공유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지구를 반 바퀴나 돌아 찾아간 먼 나라 독일에서 그 작은 싹을 만날 수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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