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환경분야 개혁을 바로 세우는 길

2003.04.28 | 미분류

경제위기가 사회전반에 주름살을 가져오고 있다. 워낙 경제위기를 강조하다보니 환경분야는 이야기조차 꺼내기 어렵다. 이를 틈타 정부는 환경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있으며 심각한 환경문제를 유발한다고 지적하고 있는 몇몇 국책사업 역시 예정된 시간표대로 진행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28일 대학로에 위치한 흥사단에서 시민사회단체대표와 대학교수, 풀뿌리운동가 등이 모여 “노무현 정부의 환경분야 개혁 상실을 규탄하는 1,000인 선언” 기자회견이 있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현정부의 반환경성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에 대한 당혹스러움과 실망을 넘어 심각한 위기의식을 드러내는 자리였다. 이같은 우려는 시민사회뿐만 아니다. 최근 녹색연합이 환경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노무현정부 출범에 대한 환경정책변화’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10명중 8명정도가 참여정부는 환경정책과 관련해 아무런 비전과 방향을 제시 못하거나 경제상황으로 환경정책이 후퇴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또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환경문제에 대해 94.2%가 심각한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 같은 환경문제의 심화 원인으로 응답자의 50%가 개발위주의 정부정책, 23.1%가 국정책임자의 환경철학부재 등을 꼽아 73%이상이 정부의 ‘환경철학’부재에 그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국각지에서 단식과 삼보일배 등으로 참여정부의 환경철학부재를 바로 세우기 위한 저항운동을 벌이고 있다. 경부고속철도 천성산-금정산 관통문제로 인한 자연습지를 보존하기 위해 38일간의 단식농성을 벌인 바 있는 내원사의 지율스님, 완도 보길도 상수원댐건설로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는 문화재보호구역을 지키기 위해 30여일간 단식농성을 벌인 바 있는 강제윤 시인, 새만금간척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갯벌을 살리기 위해 새만금 갯벌에서 서울에서 305킬로미터라는 먼길을 삼보일배라는 고행을 실천하고 있는 수경스님과 문규현신부님, 핵 위주의 에너지정책의 전환과 핵폐기장 계획 백지화를 요구하며 죽음을 각오한 무기한 단식중인 김성근교무님. 이들의 환경을 살리기 위한 저항은 대규모 환경파괴의 주요 원인자인 정부 스스로 자초한 것으로 과거 잘못된 비민주적이고 비합리적인 개발관행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몸부림이다. 국민의 안전망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가 국민들을 거리로 농성장으로 내몰아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참여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참여정부는 비단 몇몇 국책사업뿐만 아니라 새정부의 경제운용방향에서도 과거정부처럼 성장과 개발일변도의 경제정책을 답습하려 한다. 즉 정부의 주요한 정책판단의 기준이 오직 경제논리로 결정되고 있다. ‘골프장과 스키장관련 규제완화’, ‘2005년부터 경유차 국내시판 허용’, ‘수도권내 외국인투자 기업의 공장 신·증설규제개선’, ‘첨단환경시설이 갖춰진 경우 환경규제탄력운용’ 등등이 환경관련 규제를 완화하려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경제를 살리고 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스키장과 골프장을 손쉽게 지울 수 있도록 했으며, 정부와 시민단체간에 합의에도 불구하고 경유차 허용방침을 결정한 것이나 군사시설보호구역, 준도시지역과 준농림지역 등을 개발의 면죄부를 부여해 주었다. 이는 한마디로 경제논리를 앞세워 국민 삶의 질과 직결되는 환경을 죽이는 일이다. 환경이 한번 파괴되고 나면 나중에 경제가 좋아진 다음 복원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며 설령 그렇더라도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대형국책사업을 비롯한 환경파괴형 개발사업을 전면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본전생각 하다가 패가망신하는’ 노름판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또한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국민의 삶의 질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규제완화가 경제를 살린다고 하지만 오히려 사회적 격차를 더욱 확대시키지는 않는지, 자연녹지와 갯벌의 황폐화를 가속화시키지는 않는지, 대기질문제를 악화시키지는 않는지, 수도권의 비대화와 또 다른 난개발을 초래하지는 않는지 등 환경문제를 포함해 종합적인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성장과 개발일변도의 경제정책을 재고해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우리 몸에 맞지 않는 양적 성장주의 경제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GNP로 경제성장을 측정하고 효율성으로 발전을 계산하는 기존의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허울뿐인 풍요’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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